[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46]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참치’ 기업을 넘어 4대 벨류체인 구축한 CEO
[CEONEWS=조성일 기자] 그룹 회장이 된 지 이제 1년이 된 CEO가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버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5년 동안 비어있었다. 부회장에서 10년 만의 승진이다. 그의 회장 취임을 두고 재계에서 거는 기대는 컸다. 짧은 시간에 임원이 되는 여느 재벌 후계자들과 달리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오랜 시간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았던 터여서 다. 이 신임 회장은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변화무쌍한 대내외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바로 동원그룹 김남정 회장이다.
M&A 통해 다양한 성장 동력 확보
김남정 회장이 선장인 ‘동원그룹 시즌2’는 ‘참치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는 거였다.
사실 ‘동원’은 ‘참치’의 연관검색어 영순위에 오를 만큼 동원그룹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그런데도 이 ‘참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건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 환경은 점점 더 첨단기술로 무장하는 상황이라 전통적인 사업에만 매달렸다간 낭패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동원그룹은 그동안 M&A를 통해 스무여 개에 달하는 기업들을 품었다. 포장재 기업인 테크팩솔루션을 비롯하여 물류업체 동부익스프레스,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MKC 등이 M&A 리스트를 장식한다.
물론 인수전에서 실패한 이력도 있다. HMM이다. HMM(Hyundai Merchant Marine)은 바로 현대상선이다. 우리나라 1위 해운사이다. 2016년 해운업계의 침체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그런데 2023년 매각 방침이 전해지면서 동원그룹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김남정 회장은 동원로엑스의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 물류까지 아우르는 종합물류회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추진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밀리면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동원그룹의 김남정 회장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과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매각 공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밑바닥부터 다지며 경영 수업
김남정 회장은 동원그룹을 수산, 식품, 소재, 물류 등 4대 산업 밸류체인을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경영 수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여느 재벌 후계자들이 4.6년 만에 임원이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은 걸로 유명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신입사원으로 동원산업에 들어간 김 회장은 부산에 있는 참치 통조림 공장의 생산직으로 일하며 통조림을 포장하는 일을 했고, 창고 관리까지 직접 배우며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뿐이 아니다. 공장 생산직을 거친 후에는 서울 경동시장과 청과물시장 등에서 3년 넘게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김 회장은 미국 유학을 떠나 미시간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는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을 시작으로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등 계열사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여 20여 년 가까이 경영 수업을 했다.
2014년 동원그룹 부회장이 된 그는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굵직한 M&A를 성사하는 한편 매출 6조 원 클럽(2018년)에 가입한 지 3년 만인 2021년에 7조 원, 2022년엔 9조 원대 벽을 뛰어넘었다. 이 수치는 동원그룹이 2017년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지 7년 만에 매출이 60% 이상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경영 성과를 보여주던 김남정 회장은 2019년 아버지 김재철 회장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자 부회장으로서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에야 10면 맡에 부회장 타이틀을 뗐다.
50년 넘게 ‘목요 세미나’ 진행
김 회장은 요즘 주춤하는 그룹의 성장세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물론 “글로벌 업황 변화와 일회성 돌발 이슈 때문”이기는 하더라도 곧바로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회성 돌발 이슈는 동원그룹 자회사인 미국 스타키스트가 제품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천여억 원의 민사합의금을 줘야 했던 일을 말한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포장재 사업과 건설사업이 일시적인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동원산업의 영업이익이 8.4% 증가하는 등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다시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동원그룹은 수산과 식품, 소재, 물류 등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이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등 신사업 정착에 집중할 작정이다.
최근엔 동원F&B가 펫푸드 전문 브랜드인 ‘뉴트리플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하벼 글로벌 기재도 켜기 시작했다.
김남정 회장은 그룹 계열사 모두에게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동원GPT’를 개발해 업무 혁신에 나서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아버지 명예회장이 1974년부터 꾸려오던 전통의 ‘목요 세미나’를 AI와 접목시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업 문화이다.
김 회장은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