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47]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항공’과 ‘리조트’ 양 날개로 세계를 나는 CEO
[CEONEWS=조성일 기자] 오랜 도전 끝에 마침내 항공업 진출 숙원을 푼 그룹이 있다. 2011년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후 와신상담하다 지난 2월 26에 그 꿈을 이루었으니 15년 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티웨이항공을 품에 안은 대명소노그룹이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처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결합하여 대형 저비용항공사를 출범시킬 것인가 하는 데에 가 있다. 이 대명소노그룹을 이끄는 CEO는 서준혁 회장이다. 서준혁 회장은 누구인가.
15년 만에 숙원이던 티웨이항공 품다
“항공산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는 산업군으로서,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항공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티웨이항공 인수전을 끝낸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일성이다. 그러면서 서 회장은 티웨이항공이 소노의 정체성에 맞는 항공사로 거듭나 기존 항공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항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 회장은 기존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업모델을 넘어 대형 항공사(FSC)에 버금가는 서비스와 기재 운영 등으로 고객의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항공사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항공업계의 관심은 미주 노선에 특화된 저가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행방에 쏠린다. 대명소노그룹은 이미 지난해 11월 11%의 지분을 확보한 에어프레미아를 합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분 확보 과정에서 6월 이후 11%를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 청구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서유럽 주요 4개 도시(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에 취항한 티웨이항공과 미국 3개 도시(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취항한 에어프레미아가 합병한다면, 이 결합으로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일 걸로 평가한다. 더욱이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비게 될 아시아나항공 자리를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 합병 항공사가 대체한다면 대형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상향’을 찾아 사명도 ‘소노’로 개명
‘리조트’에서 ‘하늘’로 사업영역을 넓힌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은 창업주인 고 서홍성 회장의 맏아들이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타계로 그룹 경영을 맡은 어머니 박춘화 명예회장에 이어 지난 2023년부터 그룹 회장이 되었다. 서준혁 회장은 2007년에 본부장 명함을 들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여 2019년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쳤다.
알다시피 대명소노그룹은 우리에게 ‘콘도’의 대명사처럼 회자 되던 리조트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지켜온 기업이다.
30년 넘게 사용하던 기업 이름이 ‘대명’에서 ‘소노’로 바뀐 건 2019년 서준혁 회장의 결단이었다. 소노(SONO)는 이탈리아어로 ‘이상향’을 의미한다. 2009년 오픈한 프리미엄 리조트인 ‘소노펠리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서 회장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이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뿌리를 흔드는 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 결과 만족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호스피탈리티 기업 소노인터내셔널을 비롯하여 국내 17개와 해외 5개 호텔 등을 보유한 대명소노그룹은 5성급부터 3성급까지 그 시설이나 특성이 다른 데도 ‘소노’라는 한 브랜드로 통용되면서 얻어지는 효과도 컸다. 최고급의 소노펠리체를 비롯해 프라이빗 비치를 갖춘 쏠비치, 5성급 호텔 소노캄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도 주효했다. 아울러 자연의 흐름을 담은 여정의 소노벨, 간결하고 편안한 여행의 소노문도 차별화된 콘셉트로 다가간다.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리더십
서준혁 회장의 방에는 지구본과 새로 계획하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 모형도가 있다고 한다. 호텔과 리조트의 모형도에선 그룹의 뿌리를 항상 튼튼하게 하겠다는 다짐과 지구본에서는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젊은 CEO인 서준혁 회장의 리더십은 원활한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데서 나온다. 2007년부터 입사해 내부 조직을 두루 거치며 임직원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터여서 조직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기업에 대한 외부 이미지와 내부 시각의 다름에 대한 인식과 진단이 정확하다면 개선의 방법은 분명하고 효과 또한 기대치 이상이다. 가령, 기업 운영에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걸 임직원들은 당연하게 여기더란다. 이 흑자는 ‘구조’ 때문이라며 손 놓고 있었던 거다. 늘 호텔과 리조트를 신축하고 있었고 멤버십 판매가 잘 됐으니까 문제점으로까지 인식하지 못한 거다.
하지만 서 회장은 달랐다. 그동안 생각했던 문제점과 개선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는 3년 안에 흑자를 내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 회의 내용를 그대로 녹음해 전 직원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기대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서 회장은 상하관계의 틀을 벗어나 신입사원과 고참 사원이 서로 멘토링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수평적 조직 문화로 바꾸면서 출근하고 싶은 기업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제 아버지 때부터 꿈꿔오던 항공업의 진출이 실현됐다. 레저와 항공의 양 날개로 오대양육대주를 누빌 기회가 서준혁 회장 앞에 펼쳐졌다.
물론 겸손하며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승자의 저주’의 이겨내며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대명소노그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