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CEO 탐구 48] F&F그룹 김창수 회장

‘MLB’를 패션과 결합한 ‘패션계의 황금손’

2025-03-27     조성일 기자
김창수 F&F그룹 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거리에 나가 사람들이 쓴 모자를 보라. ‘LA’ ‘NY’ ‘SF’ 등 영어 로고가 새겨진 것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을 거다. 이 모자는 미국 프로야구 즉 “Major League Baseball’의 사무국과 정식 계약을 맺은 패션 브랜드 ‘MLB’의 제품이다. 겨울 거리를 활보하다 이제 여름잠에 들어간 롱패딩의 등에 새겨진 로고 ‘Discovery’는 또 어떤가. 이 역시 유명 아웃도어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다. 패션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MLB’‘Discovery’에 누가 패션을 입혔을까. 이 상상력의 끝판왕 CEO는 지금 우리가 탐구하려는 F&F의 김창수 회장이다.

 

김창수 F&F 회장이 2023년 제주도에서 열린 제46회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해외 유명 브랜드 도입으로 성공 발판

 

패션계의 황금손으로 불리는 F&F 김창수 회장은 금수저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누구나 접했을 법한 세계문학이나 한국문학 전집으로 유명한 출판 기업 삼성출판사 김봉규 회장의 둘째 아들이어서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 회장의 성공은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선입관은 일찌감치 날려버리길 바란다. 패션업계에서 김창수 회장을 갓창수 신화의 주인공으로 대접하지 않은가. ‘갓창수라는 수식어의 뉘앙스는 스스로최고의 신화를 이룬 장본인이란 의미다.

김창수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 회사인 삼성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계열사인 문구와 팬시 용품회사 아트박스로 옮겨 경영 수업을 했다. 여기서 대표이사 사장까지 하던 김 회장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1992년 서른두 살의 나이에 F&F유통을 창업한다. F&F‘Fashion’‘Forward’의 머릿글자를 딴 거다. ‘패션으로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다부진 의미가 행간에 들어 있다.

김 회장은 출발부터 고정관념을 깼다. 사람들은 패션업에 진출한다고 하면 으레 자체 고유 브랜드를 론칭하여 시장에 명함을 디밀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허를 찌르듯 발상을 전환하여 해외 유명 브랜드에 주목했다.

그게 바로 이탈리아 유명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에 세계 불던 세계화 물결에 주목했다. 더욱이 인종 화합, 평등, 자유와 같은 베네통의 상징어들이 한국 문화와도 잘 섞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의 확신은 현실화됐다.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MLB 코리아 매장.
디스커버리 매장.

 

공장 없는 사업 확대로 발상 전환

 

베네통을 성공시키면서 김 회장은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등 연이어 들여왔고, 성공했다. 이렇게 김 회장은 패션업계의 트렌드 제조기로 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아이엠에프라는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는 F&F도 덮쳤다. 결국 아버지 회사 삼성출판사에 흡수 합병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패션에 대한 집념은 되레 더 분기탱천했다. 대신 김 회장은 다시 발상의 전환을 꿈꿨다. 그동안의 유명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서 파는 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공장을 짓지 않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거 같았다. 그렇다면?

그때 한구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아이엠에프로 멍든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때만 해도 ‘Major League Baseball’(MLB)은 야구장에서 파는 기념품 브랜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 회장은 바로 여기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에서 의미를 찾았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의 스토리텔링을 패션 속에 스며들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런 확신이 들자 김 회장은 MLB를 찾아가 판권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고 MLB 로고가 새겨진 모자나 옷, 액세서리를 기획, 생산하여 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박찬호 선수의 승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MLB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승부수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 론칭엫서도 통했다. 자연 다큐 채널의 브랜드를 패션과 결합하여 히말라야에서도 견딜 수 있는 고기능성이라거나 극한을 정복하는 고어텍스 소재라는 광고 카피를 썼다. 하지만 김 회장은 북한산을 갈 때 산을 정복하러 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해서 자연을 통해 일상의 도전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정체성으로 삼았다.

 

중국 상하이 유명 쇼핑몰 메트로시티에 리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700호점 매장 전경.

 

빅데이터 분석 통한 생산 판매 관리

 

이렇게 연타석 홈런을 친 김창수 회장은 2002년 다시 아버지 회사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지금 김 회장의 F&F는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이 여러 가지 여건상 주춤하지만 주가만은 상승세를 유지한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김 회장이 공을 많이 들이는 중국 시장의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F&F는 포털과 SNS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돌의 힙한 스타일로 승부했다.

김창수 회장의 중국에서 성공에는 디지털 전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전환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책에서 발견한 문구에서 자극받은 터였다.

F&F가 패션의 자원순환을 위해 MLB·디스커버리 주요 매장에 의류 수거함을 설치했다.

 

글의 시대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 것처럼 디지털의 시대에는 디지털을 잘 쓰는 사람이 리드한다.”

2022년 세계 100여 개 패션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할 만큼 F&F는 재고 관리에서도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한다. 결국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생산과 판매 관리를 한 덕택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진짜 패션의 즐거움이다는 신념의 소유자 김창수 회장. 그는 한국에 세계인의 관심이 가득 찬 때인 지금 K-패션을 이끌며 관념이 만들어 낸 멋이 아닌 삶이 만들어 내는 멋의 창조자다. 그는 시계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다시 중심을 찾듯 F&F의 현재를 잘 다지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