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은퇴하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한국 기업에 던지는 교훈

2025-05-06     김병조 기자

[CEONEWS=김병조 기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며 가치투자의 대명사가 된 워런 버핏 회장은 60년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어 왔으며, 이번 연례 주총에서 2025년 말 퇴임을 전격 선언했다

1965년 낡은 방직공장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1조 달러 이상으로 키운 그의 경영 성과는 상징적이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965년 이후 5500% 넘게 상승했으며, 60년간 연평균 19.9%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길고 성공적인 여정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뿌리 깊은 경영철학과 원칙의 결과였다. 버핏의 대표적 리더십 사례와 명언, 버크셔 해서웨이의 운영 철학을 중심으로 리더십, 투자 전략, 장기 비전 측면에서 한국 기업 CEO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본다.

리더십: 진실성과 책임의 문화

버핏의 리더십은 무엇보다 정직과 투명성을 토대로 한다. 예를 들어 1991년 살로먼 브라더스 인수 후 내부 회계 부정이 터졌을 때, 버핏은 직접 구명 작업을 맡으며 문제는 즉시 공개하라는 교훈을 강조했다. 그는 2010년 주주 서한에서 나쁜 소식을 바로 알리지 않은 탓에 사소한 일이 거의 회사를 망칠 뻔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태도는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빌 게이츠는 버핏을 지혜와 진실성을 갖춘 최고의 경영자라고 평하며, 그의 경영이 진실성(integrity) 위에 세워졌음을 지적했다.

버핏은 평판을 쌓는데 20, 잃는데 5이라고 경고했듯이, 정직한 소통이 리더십의 근간임을 보여주었다.

또 버핏은 중앙집중식 경영보다 각 사업부에 자율권을 주는 분산형 운영을 선호했다. 그는 자신을 기업의 자산 배분자로 생각하고, 산하 CEO들이 독립적·책임감 있게 경영하도록 믿음을 줬다. 버크셔 산하 각 계열사는 독립 경영을 유지하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겸손과 검소함도 그의 리더십 덕목이다. 85세가 넘은 지금도 버핏은 65년 전에 매입한 오마하 자택에서 여전히 거주하고 있으며, 사치보다 절약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겸손한 태도는 대중과 종업원에게 신뢰를 주며 리더십의 귀감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버핏은 가족 승계가 아닌 능력 있는 인재 등용으로 후계 구도를 짰다. 올해 60년 만에 CEO 사임을 선언하며 그레그 아벨을 차기 CEO로 추천한 것도 그런 연장선이다. 한국 기업들도 세대교체와 비전 승계에 대비해 내부 승계 후보를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버핏의 리더십 철학은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대표적인 가치 지향적 리더십을 통해 상명하복식 문화 대신 신뢰·책임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문제 발생 시 숨기지 않고 즉시 공론화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겸손한 경영과 사회 환원 의지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인 신뢰를 확보해 준다.

투자 전략: 가치와 인내에 집중하라

버핏의 투자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버핏은 가치투자의 3대 원칙으로 기업의 내재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커야 한다, 장기 투자한다,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한다를 꼽았다. 요컨대, 기업을 분석할 때 회계장부와 경쟁우위를 중시하며, 적절한 가격에 투자해 장기간 보유하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전략에 따라 우선 좋은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버핏은 좋은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라는 찰리 멍거의 조언을 받아들여,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구했다. 실제로 버핏은 1988년 코카콜라에 처음 투자한 뒤 30년 넘게 주식을 보유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고, 애플·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유명 기업에도 장기 투자했다. 한국 기업 역시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탄탄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투자한다. 버핏은 삶은 눈덩이 같은 것이라며 복리의 힘을 강조했다. 그의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며, 이처럼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10~20년을 내다보는 투자가 핵심이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간 꾸준히 성장시킬 사업을 찾아 경영해야 한다.

버핏은 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IT 기업에 처음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벗어나지 말라는 원칙이다. 한국 경영자들도 자신이 잘 모르는 사업보다는 핵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승부해야 한다.

버핏은 불필요한 레버리지를 피하고 보유 현금 비축을 중시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는 양호한 재무구조를 강조했고, 필요하면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추가 투자 기회로 전환한다. 각 사업별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 또한 중요한 교훈이다.

한국 증시에는 종종 단기 급등 테마주가 등장해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버핏의 철학은 정확히 반대다. 그는 본질 가치에 기반하지 않은 단기 흐름을 경계하며, 사실 한국에도 좋은 기업은 많지만, 단기 차익을 좇는 풍토는 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뚜렷한 실적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에 장기 투자함으로써 시장의 건전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이처럼 버핏은 복잡한 투자 테크닉보다는 실체가 있는 기업에 집중해 체계적으로 자본을 배분했다. 그의 투자 성공 사례는 결국 꾸준한 검증과 인내의 결실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보편적 원칙으로, 한국 CEO들도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내재 가치 증대에 주안점을 둬야 함을 시사한다.

장기 비전: 눈덩이 효과와 사회적 책임

버핏은 단순히 수익을 넘어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 후까지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으며, 자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해 왔다.

실제로 그는 2006년 재산 대부분의 기부를 약속했고, 지금까지 58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버핏은 내 부는 잠시 맡아 쓰는 것이라며, 부의 사회 환원을 당연한 책무로 여겼다.

버핏은 삶과 투자를 눈덩이에 비유했다. 눈덩이가 커지려면 촉촉한 눈밭에서 아주 긴 언덕을 굴러야 하듯, 기업과 자산도 오랜 시간 복리로 자라나도록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도 단기 편익보다 5~10년 후의 시장 위치를 설계하고, R&D와 브랜드 구축에 지속 투자해야 한다.

그는 기부왕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기업 경영에도 적용된다. 버핏은 기부처를 엄격히 선정해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이 원칙은 기업에도 적용되는데, 기업의 이익 일부를 사회와 공유하며 산업 전체의 선순환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직원 복지·교육 강화, 환경·사회(ESG) 경영 강화 등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지속가능 성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도 버핏처럼 단순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버핏의 투자·기부 철학은 한국 시장에 뚜렷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증시는 단기 수익과 테마주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버핏은 한국에도 가치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장기적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한국 CEO들도 기업을 경영할 때 주주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할 때 진정한 성과가 창출된다.

워런 버핏은 이번 은퇴 선언으로 막을 내리지만, 그의 방대한 경험과 철학은 모든 업계 리더에게 유효한 교훈으로 남는다. “뛰어난 경영진을 가진 훌륭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진실성과 책임감으로 회사를 이끌며, 결과를 사회와 공유하는 길은 한국 기업에도 영감을 준다. 버핏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기업가들도 투자 대상과 조직의 본질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 먼 미래를 바라보며 통찰력 있게 판단할 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