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기념 특집] 국내 골프산업 진단

호황의 끝에서 구조적 위기직면 돌파구 모색해야

2025-02-27     이재훈 기자

[CEONEWS=이재훈 기자] 코로나 특수로 한때 붐을 이뤘던 국내 골프 산업이 급격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던 대기업과 투자자들은 이젠 골프장을 애물단지 취급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골프장이 "계륵"(鷄肋)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마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과연 무엇이 잘못됐고, 살아남을 돌파구는 있는 것일까? CEONEWS 창간 26주년 특집으로 국내 골프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위기를 짚어본다.

꺾이는 성장세와 둔화된 실적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골프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역대급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20~2022년 사이 국내 골프 인구는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대안으로 골프에 입문한 MZ세대가 늘었고, 골프는 더 이상 일부 특권층만의 스포츠가 아니었다. 2021년 골프 인구는 전년 대비 9.8% 증가해 515만 명을 기록했고, 2022년까지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 특수"가 끝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2023년 골프 활동 참가자는 약 624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신규 유입은 고작 1.2%(43만 명)에 그쳤다. 증가율이 사실상 멈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에 폭증했던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골프장 내장객 수도 정체 또는 감소 추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 치솟았던 그린피(이용료)도 하향 안정세다. 수요 둔화와 경기침체로 골프장의 영업실적은 전반적으로 주춤세로 돌아섰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뼈아프다. 팬데믹 이후 "짠테크"로 돌아선 젊은 층은 값비싼 취미인 골프를 쉽게 포기한다. 새로운 취미로 골프에 뛰어들었던 2030대 상당수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 직면하면서 라운딩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등 돌리고 있다. 골프를 즐기던 4050대 핵심 소비층도 은퇴 시기가 되자 지출을 아끼는 분위기다. "라운드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지자 OTT로 영화 보거나 등산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자조가 들릴 정도다. 골프 산업 입장에선 수요 정체, 이용 감소라는 이중고에 빠진 형국이다.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베팅, 그리고 쓰라린 실패

국내 골프장이 잘나가던 시절, 대기업들과 사모펀드들은 앞다투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때 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각광받았고, 기업 접대 문화와 맞물려 필수 자산처럼 여겨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재벌 계열사들이 골프장을 보유하거나 신규 조성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공직자 등에게 골프 접대가 제한되면서, 골프장의 접대 수요가 사실상 증발했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과거 골프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접대 골프가 법 시행으로 무용지물이 됐다”며 “회사에서 보유했던 회원권도 모두 반납했다”고 털어놨다. 기업입장에서 골프장은 더 이상 필요성이 크지 않은 자산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와 잇따른 실적 악화로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철수를 고민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2017년 골프장 운영 계열사였던 페럼CC를 매각하며 발을 뺐고, 금호석유화학도 파주CC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했다. 한화는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CC를 매물로 내놓아 결국 범현대가 계열에 넘겼다. 한때 "골프장 쇼핑"에 열을 올리던 PEF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인수한 골프장의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아예 하락하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홀당 100억 원" 신화를 꿈꾸며 고평가에 골프장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이제 눈물을 머금고 매각에 나서고 있다.

골프장 매각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은 이러한 실패의 증거다. 코로나 호황기 때만 해도 수도권 골프장 가격이 홀당 160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그 절반 수준인 8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수요 위축으로 그린피가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된 영향이다. 현재 전국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이 15곳이 넘지만, 정작 사겠다는 이가 없어 거래가 지지부진하다. 호황기 때 1000억 원은 거뜬히 넘던 웬만한 골프장들이 이제 500억도 받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자, 애초에 무리한 베팅을 했던 투자자들의 실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 구조적 위기 속에서 국내 골프 산업이 살아남을 돌파구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체질개선과 경영혁신"을 강조한다. 더 이상 옛 방식에 안주했다가는 일본과 같은 붕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생존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사업모델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기존 회원제 위주의 한정된 고객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문턱을 낮춰 대중골프장화하고, 필요할 땐 회원제를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둘재,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리조트 숙박시설, 스파·웨딩 사업 등 부대사업을 확충해 복합 레저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세째, 원가절감과 운영효율화를 꽤해야 한다. 방만경영을 탈피하고 비용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자동화 장비 도입, 온라인 예약 시스템 활용, 동계 휴장 기간을 활용한 인력 조정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고객층 확대와 충성도 강화에 올인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9홀 플레이 상품, 평일 반값 라운드 등 가성비 전략을 펼쳐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내 골프 산업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구조적인 한계와 경영 실책이 빚은 위기인 만큼,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만이 답이다. 언제까지나 "골프 천국 코리아"의 영광이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냉혹한 시장 논리에 맞는 지속가능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