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 칼럼 8] CEO에 바침

2025-03-27     박수남 기자
박수남 CEONEWS 데스크/부사장

[CEONEWS=박수남 기자] 알파치노는 끝내 울지 않았다. 대부의 한 장면이다. 모두 익히 아는 명작 '대부'... 그 영화를 추억하다 보면 대부라는 껍데기에 갇혀있는 배우의 눈망울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CEO들의 비애를 발견케 된다. 줄거리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자고 쓰는 칼럼이 아니니 장황한 에피타이저는 각취하겠다.

CEO는 때때로 지독히도 강해져야 한다. 강해야 살아남고, 직원이라는 가족을 위해서는 대부의 알파치노가 그러했던 것처럼 유년 시절을 동거했던 형마저도 살해해야 할 만큼 끔찍한 결정이 필요하기도 한다. 자신의 일부분과도 같았던 직원을 자신의 손으로 해고해야 한다는 것. 누구나 CEO가 되고 꽃다발 만발한 미래를 그리지만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은 때로는 기름진 손바닥일 수도, 때로는 피바랜 결단일 수도 있다. 삶은 동화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가 맞고, CEO의 삶 또한 성공 이면에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감추어진 눈물이 있다. 

문제는 그 눈물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CEO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노동부 감독관의 조소는 견딜지언정, 직원의 연민은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CEO의 자세다. 알파치노는 울지 않았다. 사랑했던 아내가 떠나가고, 자신의 손으로 혈육을 살해하고, 정적을 제거하고...무엇을 위해 그는 그토록 무섭게도 강해져야만 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살해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가, 성공하는 CEO가 되는 것이고, 그 결단을 회피한다면, 천사 CEO는 될지언정, 성공하는 CEO는 될 수 없다. 직원들이 그 모순의 논리를 비웃어대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CEO다.

알파치노가 대부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은 순간이 있다. 바로 어머니에게 였다.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진 순간. 그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그 딱 한순간이었다. 알파치노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히 강해졌지만, 그 순간만은 무언가 비어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이는 자신의 길을 앞서 걸어갔던 아버지였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살아왔던, 지켜왔던 가치가 더 이상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갔던 아버지만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끝으로, 그는 다시 강해졌다. 그리고 더 잔인해졌다. 

CEO에게도 알파치노와 같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그에게 물을 것이다. 왜 그토록 잔인해지고 강해져야만 하는거냐고...CEO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을 아는 사람은 같은 길을 걸어야 했던 또 다른 CEO일 것이다. 

성공하는 CEO의 자서전속에 성공 방정식이 숨어있을까? 아니 어쩌면 성공하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 성공한 CEO가 말하지 않았던 그 침묵의 비밀을 깨닫는 이가  상처뿐인 영광의 전리품을 획득할 것이다.

성공하는 CEO를 꿈꾸는가? 욕망하기 전에 버리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그때 비로소 채울 수 있는 여백은 만들어 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