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의 통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25-03-27     김병조 기자
                            김병조 본지 총괄 에디터 

 

[CEONEWS=김병조 기자] 산과 들에는 봄을 상징하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벚꽃도 피고 목련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리겠죠.

자연은 저렇게 어김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을 부르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꽃 구경 대신 아스팔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개나리밭, 진달래동산에서 가족과 함께 밝고 환한 미소로 인생 사진을 찍어야 할 사람들이 섬뜩한 정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어수선한 탄핵정국을 틈타 라면을 비롯한 먹거리 가격은 시도 때도 없이 오르고, 불확실한 미래에 겁이 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 버리니 장사하는 사람들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입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탄핵정국에서 민심도 극과 극으로 갈라지면서 불안 심리가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최악의 산불까지 발생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눈을 해외로 돌리면 또 어떻습니까.

태평양 건너 땅덩어리도 크고 힘도 센 나라에서는 미치광이 같은 지도자가 다시 등장하더니 힘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힘이 약한 나라에 까불면 죽인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그 나라가 1776년 강대국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미국입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에는 all men are created equal,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과연 강대국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나며 평등을 외쳤던 나라가 맞습니까?

나라 안팎으로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얼어붙은 계절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시인 엘리엇은 봄비가 잠든 식물 뿌리를 뒤흔드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데, 차라리 오는 4월은 잔인했으면 좋겠습니다. 생동감이 새로운 희망을 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