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기념 특집] 홈플러스 파산...승자의 저주? VS 먹튀?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드리운 MBK 김병주의 그림자
[CEONEWS=이재훈 기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갑작스레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연매출 7조 원대 기업이 하루아침에 법정관리를 선택한 전례 없는 사태에 시장과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경색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를 둘러싼 배경과 진짜 원인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자금경색의 내막과 MBK의 책임론
홈플러스는 최근 3년 연속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4년 11월부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이미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 지연 규모는 3,500억 원을 넘겼다. 더 큰 문제는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 등 금융기관이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채권자들과의 어떠한 사전협의나 통보도 하지 않아 금융권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시장에서는 MBK의 갑작스런 결정이 투자자에 대한 기망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단기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는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 김병주 회장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MBK의 차입매수(LBO) 방식과 기업가치 훼손
홈플러스가 위기에 빠진 근본적 원인으로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전략이 지목되고 있다.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 2천억 원에 인수했지만, 실제 투자한 자기자본은 약 2조 4천억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4조 원 이상을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했다. MBK는 이후 홈플러스의 주요 부동산과 핵심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단기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매각 대금 상당 부분은 인수금융 상환에 쓰여 회사의 재투자 여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정 임차료 부담 증가, 매장 축소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경쟁사인 이마트가 적극적인 온라인 사업 투자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과 대조적으로 홈플러스는 투자가 부진했던 것이 치명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MBK는 배당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인수 과정에서 거래성사 수수료 및 펀드 관리보수 등으로 이미 수천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K는 투자자(LP)들과 함께 초기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하고, 경영의 장기적 비전 없이 단기 차익만을 노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김병주式 경영 철학, 장기 성장 희생 논란
MBK 김병주 회장은 한국 PEF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과감한 차입 인수와 자산 매각, 구조조정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왔다. 이런 경영 방식은 투자자에게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할지 몰라도, 피인수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희생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과거 씨앤앰(C&M), 코웨이, 롯데카드 등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MBK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결국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훼손을 초래했고, 이는 MBK 경영 전략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 전망과 MBK 규제 강화 움직임
홈플러스는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주요 채권단이 중심이 되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점포의 임대차 계약 및 협력업체 거래 문제 등 갈등 소지가 있어 회생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사태로 인해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PEF)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회생 결정 과정의 적정성과 투자자 이익 침해 여부 등에 대한 검사와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며, ESG 요소와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홈플러스와 MBK의 10년간 동행은 "승자의 저주"라는 이름으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국내 자본시장에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운명과 MBK 김병주 회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한국의 PEF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그 결과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