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랭킹] 국내 100대 기업의 2024년 실적 분석
은행만 배불렀다 100대 기업 중 매출 감소 25개에 영업이익 감소 45개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2024년 기업 실적
[CEONEWS=김병조 기자] 매년 봄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기업의 실적이 발표된다. 상장기업 중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100대 기업의 서열을 매겨보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거나 급감한 업체의 경우 왜 그런지 이유도 분석해봤다.
매출 감소 업체보다 영업이익 감소 업체가 많아 불황 반영
전체적으로 보면,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업체는 25개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업체는 45개나 되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못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은행의 경우는 전년 대비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의 틈바구니에서 예금과 대출이자의 격차를 챙겨 돈벌이에 집중했음을 보여 준다.
제조업 중에서는 조선업과 방위산업 업체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철강과 화학, 정유업체 등은 불황의 늪을 헤매는 모습이었다.
매출 100조 넘는 기업 4개, 10조 넘는 기업 64개
상장기업 중에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가 넘는 국내기업은 모두 100여 개다. 이 가운데 75개 기업은 매출이 전년도보다 상승했고, 25개 기업은 감소했다. 매출로만 따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다.
100대 기업 중에 매출이 100억 원이 넘는 기업은 4개다. 매출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전년도보다 16.2% 증가한 300조 8,709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서 2위 현대자동차(175조 2,312억 원), 3위 SK(124조 6,904억 원), 4위 기아(107조 4,486억원)였다. 한국전력공사는 100억 원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93조 3,990억 원을 기록해 5위에 올랐다.
매출액이 10조가 넘는 기업은 모두 64개였다. 100대 기업 중에 연간매출 10조 원이 넘는 기업이 64%라는 것이다. 그중에 금융회사가 12개나 포함돼 18.8%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이 급증한 기업과 원인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체는 SK하이닉스로 전년 대비 무려 102.0%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AI 반도체 수요 폭발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ChatGPT 등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3 등) 수요가 급증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TSMC 및 NVIDIA와 협력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지나 반등세로 전환한 것도 매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고, 중국 D램 규제 완화 기대감도 매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매출 증가율이 두 번째로 높은 기업은 OCI로 71.9% 증가했다. 매출 급증의 주된 원인은 태양광 산업 호황이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했다. 말레이시아 공장 정상 가동으로 고순도 폴리실리콘 수출이 확대되고, 태양광 수요 확대에 따른 본사와 해외법인의 매출이 동반 증가했다.
바이오 업체 셀트리온도 매출 증가율이 63.4%나 되는데, 램시마SC(자가주사형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론칭 성공도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서진시스템(매출 증가율 55.9%)은 5G 및 AI 서버용 통신장비 수요 증가로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전자·AWS 등 글로벌 고객사가 확대되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로 인한 수주가 증가했다. 2차전지 장비 부품 매출도 추가 성장 요인이다.
매출이 급감한 기업과 원인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전년 대비 감소율이 –24.1%다. 급감 원인으로는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조정 및 생산 축소에 들어가며 배터리 발주량이 감소했다. 중국산 배터리와의 가격 경쟁 심화도 원인이다. BYD 및 CATL이 저가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GM과의 합작사(Ultium Cells) 생산 차질과 환율 및 원자재 단가 하락의 영향도 있다. 매출 단가가 낮아지며 총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두 번째로 매출 감소율이 높은 기업은 삼성SDI로 전년 대비 –22.6%다. 급감 원인으로는 고부가형 배터리 수요가 정체했기 때문이다. 원통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고급 전기차(프리미엄 세단) 수요가 일시 둔화했다. 특히 BMW 등 주요 고객의 생산 전략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 ESS(에너지 저장장치) 부문 부진도 원인이다. 미국 및 유럽의 전력망 투자 지연, ESS 수주 감소 및 납기 조정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CATL, EVE Energy 등 중국 로컬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EV 배터리 및 ESS 시장에서의 단가 압박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세 번째로 매출 감소율이 높은 기업은 아이에스동서로 전년 대비 감소율이 –25.4%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금리 인상 여파 및 분양 경기 위축으로 주택사업 실적 급감하는 등 건설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원인이다. 국내 건설 착공 건수 감소에 따른 레미콘과 건자재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급증한 기업과 원인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해운회사인 HMM(구 현대상선)이다. 증가율이 무려 517.9%나 된다. 코로나19 이후 해운 운임 상승과 공급망 회복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또 효율적인 선박 운영과 비용 절감 전략과 고수익 항로 중심의 운항 전략도 영업이익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두 번째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HD한국조선해양(408.0%)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확대가 꼽힌다. 또 생산 효율성 개선 및 선별 수주 전략과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수익성 강화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398.3%나 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및 가격 상승이 꼽힌다. AI 및 고성능 컴퓨팅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과 환율 효과 등 외부 요인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294.8%나 된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증가하고, 생산 공정 안정화 및 원가 절감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 또 조선업 전반의 회복세에 따른 실적 개선도 한몫 했다.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1.4% 증가했다. 방산 수출 확대 및 수익성 높은 제품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와 환율 효과 등 외부 요인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식품회사 가운데서는 삼양식품(133.6%)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돋보였다. 불닭볶음면 등 인기 제품의 해외수출이 증가했고, 해외 매출 비중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 비용 절감 노력도 원인으로 꼽힌다.
영업이익 하락률 높은 기업과 원인
지난해 영업이익률 하락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SK에너지다. 전년 대비 86.9%나 감소했다. 정제 마진 하락 및 석유제품 가격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정유 부문 수익성 악화도 한몫 했다.
SK에너지 뿐만 아니라 S-OIL(-68.8%)과 GS칼텍스(-67.5%) 등 다른 정유회사들도 같은 이유로 하락률이 높긴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영업이익 하락률이 높은 기업은 현대제철(-80.0%)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인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는데, 삼성SDI의 경우 76.5%나 감소했다. 전기차 및 소형전지 수요 둔화와 고정비 부담 증가 및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이 원인이었다. 같은 업종의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이유로 전년 대비 73.4%나 감소했다.
종합 분석...땅 짚고 헤엄친 금융기관
공통적으로 글로벌 수요 회복과 산업 구조적 성장 요인(AI, 반도체, 방산, 재생에너지)에 따른 특정 부문 중심 매출 확대가 눈에 띄며, 정부 정책(IRA, 방산 수출, 우주항공 프로젝트 등)과의 연계성도 기업 실적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정유/에너지 업종과 2차 전지, 철강/소재 등은 국내외 수요 급감과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업의 경우 매출 상승률에 비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훨씬 높아 주목된다.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매출 증가율은 각각 9,9%, 17.1%, 0.9%, 11.1%로 평균 9.8%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영업이익률은 각각 26.0%, 3.4%, 22.0%, 21.6%로 평균 13.8%의 증가율을 보여 땅 짚고 헤엄치는 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