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의 통찰] ‘가족’ 없는 ‘가정의 달’, 가족의 개념부터 바꿔야
[CEONEWS=김병조 기자] 가정은 의식주 활동을 공유하는 생활 공동체입니다. 공동체 구성원 간에 정서적 지지가 이루어지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 구성원을 ‘가족’이라고 합니다. 부부나 부모 자식 관계가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입니다.
그런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전통적인 개념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 맞는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올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겼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 잠을 자는 가족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집에 살면서도 매일 연락하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진짜 ‘가족 같은 존재’가 된 시대입니다. SNS 속 자주 보는 친구, 수십 년 된 반려동물, 병원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수 있는 연인 등이야말로 이제는 '생활 속 가족'이 아닐까요.
그런데도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4인 가족 표준 모델’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부 중심, 혈연 중심, 동거 중심. 현실은 이보다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데 말입니다. 가족을 전제로 한 복지정책, 주거정책, 세제 혜택 모두가 ‘형태’를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많은 1인 가구와 비혼 동반자, 비혈연 공동체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전통적인 개념으로 따지면 사실상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이 없는 가정의 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가족’과 ‘가정’의 개념도 현실에 맞게 달라져야 하고, 그에 따른 정책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의 새로운 의미, 그리고 1인 시대에 필요한 정책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날 가족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돌보고, 지지하는 관계가 사회 속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과거의 규범이 아닌, 현실을 직시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가족이 다양해지는 시대에 맞춰, 우리는 ‘누가 가족인가’라는 질문 대신, ‘가족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1인 가구 시대, 한국 사회가 나아갈 진짜 가족 정책의 방향일 겁니다.
가정의 달인 5월, 독자 여러분의 ‘가족’과 ‘가정’은 어떤 형태인가요? 그리고 그 관계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당신을 지켜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