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창업 스토리] 국가 대표 포털 네이버의 창업과 성장 이야기
끝없는 인터넷 세상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를 항해하는 네이버
[CEONEWS=김병조 기자] 사용자라는 나침반을 따라 변함없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네이버(NAVER)의 시작은 Navigators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검색엔진이 된 네이버는 끝없는 인터넷 세상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를 항해하고 있다. 6월 창업 스토리는 1999년 6월 2일에 설립된 네이버다.
이해진의 창업 동기와 경영 철학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86학번 출신으로, 삼성SDS에서 사내벤처로 검색엔진 개발을 시작한 뒤 1999년 독립 기업 ‘네이버컴’을 설립했다. 벤처 붐이 일던 당시 이해진을 비롯한 삼성SDS 직원들은 사내 공모를 통해 사내 벤처로 선발되어 지원을 받아 1998년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SDS가 제공하던 PC통신 서비스 유니텔의 기본 검색엔진이 네이버였다. 네이버 측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검색엔진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웹글라이더’라는 사내 벤처팀은 1999년 6월 2일 분사해서 ‘네이버컴’을 설립하게 된다. 네이버라는 이름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분사해서 2000년에는 한게임, 원큐, 서치원을 인수했고 회사명도 네이버컴에서 NHN으로 변경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창업 초기에 순수 기술력으로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해진 의장은 공식 석상에 나서길 꺼리지만, 경영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미국과 중국 거대 IT에 맞서 네이버의 독자적 생존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세월 매일 아침이 두려웠다. 새로운 기술과 중국 기업들이 무섭다”고 밝혀,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추진력으로 삼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이러한 끊임없는 경계심은 직원들에게도 전해져, 창업 초기부터 네이버 계열사에는 친인척이 한 명도 채용되지 않을 만큼 실력주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창립 당시 한국 IT 산업과 인터넷 환경
1999년 6월 문을 연 네이버는 한국의 인터넷 보급이 급증하던 시기에 탄생했다. 당시 국내 인터넷 시장은 닷컴 열풍 속에 빠르게 성장 중이었으며, 야후코리아와 다음 등 해외 포털이 선점하던 시장에 국산 포털로서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경제는 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인터넷 보급이 확산하면서 국민들의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온라인 게임과 더불어 인기를 얻은 것이 개인이 운영하는 미니 홈페이지였다. 이에 네띠앙, 한미르, 네이트 같은 포털 사이트들은 가입을 하면 일정 용량을 제공하면서 개인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도록 도메인도 제공했다.
네이버는 첫해 50억원 이상의 TV 광고를 쏟아부으며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핵심 수익모델인 검색 광고가 등장하기 전이라 당장은 명확한 수익 없이 사용자 확보에 주력해야 했다. 이처럼 창립 당시 네이버는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불확실성도 높은 한국 IT 생태계 속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터를 잡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네이버가 대한민국 인터넷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포털 사이트지만, 창립 초기에는 인터넷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대중들의 일상 생활과 접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네이버의 인지도와 이용자 수는 한메일과 다음 카페를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있었던 다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았다.
네이버의 초기 성공 요인
네이버의 성장 배경에는 몇 가지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 검색 품질 강화다. 네이버는 창립 초기부터 검색엔진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심지어 수익이 없던 시기에도 한게임 사업 수익을 검색 기술 개발에 과감히 재투자했다. 이 덕분에 국내 검색 광고 시장이 성장할 때 네이버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둘째, 혁신적 서비스 제공이다. 네이버는 2002년 지식인(Q&A)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했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러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용자 흥미를 끌며 충성도 높은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다.
셋째, 변화 대응력이다. SNS와 모바일 시장이 부상하자 네이버는 2008년 토종 마이크로블로그 ‘미투데이’를 인수하는 등 빠르게 사업 영역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및 복지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으며, 직원 복지 강화를 통해 핵심 인재를 유치·유지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성장 과정과 현재 위상
2000년 한게임과의 합병(NHN 설립)이 호재가 되어 네이버는 본격 성장 궤도에 올랐다. 한게임의 안정적 수익 기반 덕분에 검색엔진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통합검색(2000)·검색광고(2001)·지식iN(2002)·블로그·카페(2003) 등의 서비스가 잇달아 성공했다.
이후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3년 NHN에서 다시 네이버(주)로 사명을 변경하며 국내 최대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네이버는 검색·뉴스·페이·쇼핑·지도·클라우드·웹툰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가진 종합 인터넷 기업이다.
2024년 네이버의 연매출은 10조 7,377억원, 영업이익은 1조 9,7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32.9%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네이버웹툰과 왓패드 인수를 통해 글로벌 웹툰·웹소설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메신저 LINE 등을 보유해 일본 및 동남아시아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국내 첫 ‘매출 10조원 클럽’에 가입한 인터넷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 딥시크(DeepSeek) 충격 이후 한국의 인공지능 정책에서 소외됐던 네이버가 다시 국가 대표 AI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26일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 제외되었었는데, 5개월만인 올해 2월 20일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 회의에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참석해 위상을 회복했다.
지난 2월 19일에는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네이버 사옥을 방문해 AI와 네이버를 응원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가짜뉴스’ 유통 등을 이유로 포털을 압박하며 네이버를 항의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회사를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향후 중장기 사업 전략: AI·글로벌·플랫폼·웹툰·클라우드 중심
네이버는 향후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매출 15조원을 목표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최수연 대표는 이를 ‘글로벌 3.0’ 단계로 명명하며, 기존 LINE·야후재팬 통합을 바탕으로 제페토·스노우·웹툰 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든 핵심 서비스에 인공지능(AI)를 접목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주요 과제다. 2024년 네이버는 포털·커머스·웹툰 등 전 사업 영역에 AI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비영어권 국가를 겨냥한 ‘소버린 AI’ 전략으로 지역별 언어 모델을 개발하며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와 디지털트윈 프로젝트 협력을 체결해 국제적 AI/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네이버웹툰은 해외 현지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과 대규모 공모전(상금 100만 달러) 등을 개최하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웹툰뿐 아니라 왓패드 인수를 통해 풍부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확보,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확장에도 주력한다.
아울러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부문에서도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6.1% 증가했고, 기업용 B2B 서비스와 해외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대규모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는 AI·클라우드·글로벌 플랫폼·콘텐츠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통해 다음 성장기를 준비하고 있다.
창업자 이해진 다시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
인터넷사업의 경영환경이 AI로 급속 전환되는 환경에서 창업자 이해진이 다시 경영 일선에 등장해 진두지회 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팀네이버 경영진은 5월 22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동남아 소버린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논의했다. 엔비디아가 마련한 행사에서 태국 AI·클라우드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네이버는 이 의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대만에서 진행 중인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행사 'NCP 서밋'에 국내 유일 파트너사로 참석했다며 23일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와 소버린 인공지능(AI) 구축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 모델 구체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날 태국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 결실 중 하나다.
양사는 각각 보유한 LLM 구축과 운영 경험과 방대한 태국어 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올해 말까지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국 내 수요가 높은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라인업을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공공 서비스, 학술 분야 등 AI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태국이 독자적으로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유원 대표는 "이번 협력은 단순히 LLM 구축을 넘어 태국이 자국 내에서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과 통제권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독자적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국가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암 AI처럼 LLM,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등 현지에서 소버린 AI 구축이 가능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서비스·데이터·AI 백본·슈퍼컴퓨팅 인프라·클라우드·데이터센터까지 AI 밸류체인 전 영역에 걸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소버린 AI를 필요로 하는 국가와 기업들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