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더  35] 돌아온 마윈

디지털 제국의 황제, 세계 질서를 다시 설계하다

2025-06-20     이재훈 기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CEONEWS=이재훈 기자] 2020년, 중국 정부의 규제 폭풍은 세계 디지털 경제의 구도를 흔들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마윈(馬雲)이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을 이끈 그는 단지 한 기업가가 아니라, 중국 디지털 경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앤트그룹 IPO의 갑작스러운 중단, 그리고 알리바바에 부과된 28억 달러의 벌금은 마윈을 긴 침묵의 그림자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2023년, 마윈은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 복귀는 단순한 사업가의 귀환이 아니었다.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의 새로운 설계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CEONEWS는 이번 특집에서 마윈의 귀환을 단순히 개인의 복원이 아닌, 세계 질서를 다시 설계하려는 전략적 귀환으로 분석한다.

■인재로 판을 짜는 자

마윈 캐리커처

마윈의 귀환은 교실에서 시작됐다. 그는 알리바바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교육에 천착했다. 2023년부터 마윈재단은 중국 농촌 지역 7,300개 학교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18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AI·빅데이터 기초 교육을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공헌 활동이 아니었다.  마윈은 교육을 디지털 문명의 뿌리로 봤다. 그는 항저우, 싱가포르, 밀라노, 두바이에 알리바바 글로벌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2024~2025년 2,400명의 젊은 창업가와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했다. 이들은 알리바바 생태계의 일원이자, 마윈이 설계한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다.

마윈은 이렇게 말했다.

“기술은 사라지지만, 사람은 남는다. 사람을 가진 자가 시장을 설계한다.”

교육은 그에게 있어 시장을 넘은 문명의 재설계였다.

■규제를 넘어, 생태계를 지배하다

핀테크는 마윈의 본령이었다. 앤트그룹의 IPO 중단과 벌금은 시련이었으나, 마윈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2025년 현재 알리페이는 연간 10억 7천만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15조 달러의 거래액을 자랑한다. 이는 세계 최대 모바일 금융 생태계다. 알리페이는 단순한 결제 앱이 아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융합된 디지털 금융 OS로 진화했다. 그는 정부와 협력해 디지털 위안 API를 공동 설계했고,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주요 은행과 초국경 결제·송금을 혁신했다.

“금융은 돈의 흐름이 아니라 데이터의 흐름이다. 데이터를 가진 자가 금융을 지배한다.”

마윈의 말은 핀테크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국경을 지우는 디지털 제국

돌아온 마윈 캐리커처

마윈은 국경 너머로 나아갔다. 동남아에서 라자다는 쇼피를 추격하며 2억 7천만 명의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알리페이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초국경 지갑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20개국에서는 BNPL 서비스가 확장됐고, 아프리카에서는 M-Pesa와 손잡고 공공요금 결제 시장을 재편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 9%로 AWS, MS에 이은 3위에 올랐다. 단순한 클라우드 사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플랫폼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마윈의 귀환은 한국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①디지털 인재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는가?
한국은 클래스101, 탈잉, 뤼이드 등 혁신적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 규모는 3조 원 내외로, 중국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마윈은 교육을 디지털 인재 공급망으로 봤다. 한국은 에듀테크를 단순한 교육 플랫폼이 아니라, 국가적 디지털 생태계의 뿌리로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②내수에 갇힌 혁신인가?
한국 핀테크 시장은 10조 원 수준, 사용자 수 2,000만 명에 그친다. 카카오페이, 토스는 국내 시장에서는 성공했으나 글로벌 진출은 실패했다. 마윈은 규제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표준을 설계했고, AI·핀테크·클라우드를 융합한 복합 생태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규제에 갇힌 내수 중심 모델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가?

③글로벌 플레이어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의 78%는 해외 기업 의존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데이터 주권과 경제 안보의 기반으로 키워졌다. 우리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데이터 경제의 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가?

마윈의 귀환은 이렇게 말한다.

“혁신은 규제를 넘어서야 꽃핀다. 소비자가 아닌, 시장을 설계하는 자가 승자가 된다.”

■강에서 이기던 자, 바다의 설계를 시작하다

마윈 캐리커처

강의 악어, 다시 바다로 나아가는 마윈. 마윈은 단순히 알리바바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문명의 건축가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인재, 데이터, 생태계를 결합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시장을 설계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남의 판에 앉아 있는 소비자로 남을 것인가? CEONEWS는 마윈의 귀환을 통해 한국의 미래 전략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판을 짜는 자만이 승자가 된다.”

마윈의 귀환은 이 단순한 진실을 다시 세계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