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리니지 의존증이 부른 몰락의 서막 넷마블의 '모바일 온리' 선언이 만든 기적 개발자 중심 vs 이용자 중심, 승부를 가른 철학 플랫폼 패러다임의 완전한 교체 2025년, 넷마블의 제2 전성기 게임은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

2025-06-27     박수남 기자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2024년 12월, 한국 게임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게임계의 삼성'이라 불렸던 NC소프트가 창사 26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해 넷마블은 매출 2조 6,6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하며 2년 연속 NC소프트를 압도했다.

1998년 리니지로 시작된 NC소프트의 전설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됐을까? 그리고 한때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넷마블은 어떻게 업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는 단순한 기업 간 희비극이 아니다. PC에서 모바일로, 개발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하나의 IP 의존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게임업계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격변의 시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자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자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이야기다.

두 거인의 25년 역사를 되짚어보며, 한국 게임산업이 맞닥뜨린 변화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과연 누가 차세대 게임업계의 패권을 쥘 것인가?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리니지 의존증이 부른 몰락의 서막

NC소프트의 위기는 예고된 참사였다. 리니지 시리즈가 전체 게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여 년간 60% 이상에 달했고, 2022년에는 80%를 넘어섰다. 하나의 IP에 기업 운명을 건 것이다.

2017년 리니지M이 출시 1년 만에 약 1조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만 해도 이 전략은 탁월해 보였다. 리니지 IP 게임 3종은 2022년까지 전 세계 누적 매출 14조 3,70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단일 게임 IP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리니지 신화는 그 순간부터 급격히 빛바래기 시작했다. 2024년 야심 차게 출시한 신작 '호연'과 '저니 오브 모나크'는 모두 실패했다. 특히 '호연'은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50만 건에 그치며 기대치의 절반도 못 미쳤다.

결과는 참혹했다. 매출 1조 5,781억 원에 영업손실 1,092억 원. 한때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에 육박했던 회사가 26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12년 만의 희망퇴직으로 5천 명에 달했던 본사 인력을 3천 명대로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주가는 더욱 잔혹했다. 2021년 한때 100만 원을 돌파했던 NC소프트 주가는 2025년 4월 15만 원 선마저 붕괴되었다. 불과 몇 년 새 86% 폭락이라는 초유의 상황이다.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넷마블의 '모바일 온리' 선언이 만든 기적

반면 넷마블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2000년 자본금 1억 원과 직원 8명으로 창업한 넷마블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0여 종의 신작이 모두 실패하며 존폐 위기에 몰렸던 회사다.

전환점은 2011년이었다. 방준혁 의장이 건강 악화로 물러났던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큰 시장을 보자"고 선언했다.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의 과감한 전환이었다.

2013년 출시된 모두의 마블이 그 상징적 결과물이다. 주사위 보드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이 게임은 출시 후 근 3년 동안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Top 10 밖으로 내려온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진정한 도약점은 2016년 말 리니지2 레볼루션이었다. 넷마블이 2015년 NC소프트와 교차투자를 통해 확보한 IP로 만든 이 게임은 출시 14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 달 만에 2,060억 원을 벌어들이며 한국 모바일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오픈 첫날 매출 79억 원, 일 최고 매출 116억 원. 레볼루션의 성공으로 넷마블은 2016년 목표했던 연 매출 1조 원을 1년 앞당겨 달성했고, 이듬해 IPO를 통해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게임사로 등극했다.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개발자 중심 vs 이용자 중심, 승부를 가른 철학

 두 회사의 명암을 가른 핵심은 운영 철학의 차이였다. NC소프트가 개발자 중심 컬처를 고수한 반면, 넷마블은 이용자 중심 운영으로 변모했다.

넷마블의 흥행작들은 공통적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유저 친화적 운영으로 유명하다. 2014년 출시된 세븐나이츠는 출시 당시 6성 영웅이 19종에 불과했으나, 이후 6년간 매달 2종 안팎의 신규 영웅을 꾸준히 추가해 2020년 기준 171종으로 대폭 늘렸다.

방준혁 의장이 종종 "게임사업은 결국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하듯, 이용자와의 지속적 소통과 신뢰 구축이 게임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반면 NC소프트는 변화에 둔감했다. PC MMORPG 시대 자신의 성공 공식에 안주한 나머지, 모바일 전환 시점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모바일 환경에서는 과거 PC MMORPG식의 과금 모델과 운영이 통하지 않았는데, NC소프트는 이용자 요구와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플랫폼 패러다임의 완전한 교체

 2010년대 들어 촉발된 "PC에서 모바일로"의 게임업계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2023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 매출 중 모바일게임이 59.3%를 차지하며 주도 플랫폼이 되었다. 반면 PC게임 비중은 25.6%로 축소되었다.

불과 10여 년 만에 게임 주류 플랫폼이 완전히 교체된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두 회사의 실적 곡선은 2022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역전되었다.

2025년, 넷마블의 제2 전성기

 넷마블은 2025년 들어서도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출시한 신작 세븐나이츠 리버스와 3월 선보인 RF 온라인 넥스트가 연달아 흥행하여, 한때 부진했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넷마블의 체질 개선 노력이다. 2023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비용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5년 3월 출범한 김병규 단독 대표 체제는 "재도약의 원년"을 선언하며, 올해 9종의 신작을 고르게 선보여 수익 창출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게임은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

 NC소프트와 넷마블의 엇갈린 행보가 한국 게임업계에 남기는 교훈은 명확하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혀 혁신을 주저한다면, 영원한 강자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에 나선다면, 늦게 출발했어도 시장을 재패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게임 시장에서는 팬덤의 힘이 절대적이다. 게임사는 이제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파는 제작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자이자 커뮤니티 운영자로 변모하고 있다.

"게임은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넷마블의 모토처럼, 출시 후 오랫동안 사랑받는 라이브 서비스 능력이 기업의 흥망을 결정짓고 있다.

NC소프트 vs 넷마블, 리니지 제국의 몰락과 모바일 왕국의 부상 (CEONEWS=박수남 기자)

향후 시장 전망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5년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대 성장한 약 2,050억 달러로 예상되며, 경쟁의 축은 기술보다 IP와 플랫폼 다양화, 그리고 운영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게임산업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산업이다. NC소프트가 리니지 신화에 안주하며 놓쳐버린 것, 넷마블이 위기 속에서도 붙잡은 것이 바로 이용자들의 마음이었다.

한국 게임업계의 판도 변화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유저는 왕이다." 시대의 승자는 기술력이나 자본력만이 아닌, 유저와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