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칼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진단
집값 안정의 빛과 그림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연일 치솟던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내놓은 첫 부동산 대책은 단연 파격적이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전면 금지하며, 6개월 내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초강도 대출 규제였다. 이른바 ‘갭투자’를 정조준한 이 정책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강남 급매물이 쏟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이 칼날은 투기꾼만 겨냥했을까? 2030 청년과 서민 실수요자들의 꿈,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진 것 아닌가?
투기 근절, 시장 안정의 첫걸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똘똘한 한 채’ 쏠림과 매물 잠김을 초래했던 학습효과를 반영한 결정이다. 대신 대출 규제를 통해 갭투자와 같은 투기적 수요를 차단, 시장 과열을 억제하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봤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는 시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특히 수도권 고가 아파트 거래가 줄며 투기 심리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또한, 이 정책은 개발이익을 국민에게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소형주택 공급 의무화를 부활시키고, ‘개발이익 공유형 저렴주택’ 모델을 도입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긍정적이다. 이는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무주택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향성으로 평가된다.
실수요자의 꿈을 가로막는 칼날
그러나 이 정책의 그림자는 짙다. 초강도 대출 규제는 투기꾼뿐 아니라 2030 세대와 서민 실수요자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에서 6억 원 이하 주택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 6억 원은 중산층조차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넘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2030 세대의 경우,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부담(DSR)이 강화되며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 주택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주거 사다리 복원’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비전과 상충되는 결과다.
더 큰 문제는 공급 대책의 부재다. 이재명 대통령은 4기 신도시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미흡하다. 주택 공급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당장 공급 부족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대출 규제로 수요마저 억제되자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하락 압박 속에서 시공사들의 사업성이 악화되며,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신호다.
양극화 심화와 불확실성의 그림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 첫째,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 시장은 여전히 ‘똘똘한 한 채’ 수요로 버티고 있지만, 지방 시장은 미분양과 건설사 도산으로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은 수요 조절, 지방은 수요 진작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에 치우쳐 있다.
둘째,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은 하반기 대출 환경을 더욱 옥죌 전망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지만, 대출 한도 축소로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히 청년층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 확대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5~10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수요자를 위한 세밀한 설계 필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억제라는 명분 아래 과감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서민과 2030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오히려 제약하고,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4기 신도시와 재개발·재건축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완화와 세제 혜택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역별 맞춤 정책도 시급하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과 꿈이 걸린 주거 안정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서민과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집값 안정이라는 빛을 위해, 실수요자의 그림자를 덮어서는 안 된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이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 답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