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브랜드 스토리] 대한민국을 ‘커피공화국’으로 만든 스타벅스
자본력과 차별화 전략으로 승승장구 일자리 창출과 외화 유출 공과(功過) 공존
[CEONEWS=김병조 기자]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도 어언 26년이나 됐다. 1999년 7월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첫선을 보인 1호점을 시작으로 26년이 지난 2025년 7월 현재 전국적으로 2,00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매출은 3조 1,001억원이고, 종업원도 1만5천명에 이른다. 스타벅스 한국 상륙 26년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적표다. 스타벅스의 한국 상륙 26주년을 맞아 스타벅스 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본다.
원두커피 대중화의 선구자 스타벅스코리아
우리나라에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1979년 7월 서울 동숭동 샘터빌딩에 처음 문을 연 커피전문점 <난다랑>이 시초다. 이렇게 시작된 커피전문점은 1988년에 등장한 <자뎅>에 이어 수 없는 브랜드들이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1999년 7월에 <스타벅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이 열린다. <난다랑>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그렇게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 되었다. 세계에서 커피 소비량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되었고,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많다. 이를 주도한 것이 <스타벅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여 년간 수많은 커피 브랜드가 탄생과 소멸을 거듭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스타벅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6년간 단 한 번도 연간매출이 전년도보다 줄어든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2020~2021년에도 매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부터는 이익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26년간 쌓인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성공 비결...차별화한 운영 방식
스타벅스의 독보적인 성장의 비결에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차별화한 운영 방식이 주효했다.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로는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첫째로 전국 구석구석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강화했고, 둘째로 자사 앱 기능을 고도화해 고객 이용률을 높였으며, 셋째로는 자연을 조망하거나 프리미엄 커피를 내려주는 특화매장을 마련해 고객 경험을 넓혔다. 이외 스타벅스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거나 매장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고객 친화적 행보에도 앞장섰다.
특히 2014년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이렌 오더는 획기적인 주문 방식으로 꼽힌다. 사이렌 오더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 주문하는 서비스로, 줄 서지 않고 주문하면 되는 편리함 덕에 미국에 역수출 된 서비스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자체 개발한 ‘사이렌 오더’ 앱은 주문·결제·배달·마케팅까지 모두 자체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식음료업계의 대표적인 D2C(Direct to Consumer) 전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중간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이 구조는 단순한 편의성 제공을 넘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전략까지 가능해진다. 스타벅스가 그리는 사이렌 오더 혁신의 끝은 ‘커피 플랫폼’으로의 확장이다.
스타벅스는 IT 서비스 노하우와 기술을 집약해 2014년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사이렌 오더’를 자체 개발했다. 사이렌 오더는 주문한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를 함께 도입해 고객과의 소통 방식을 스타벅스만의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지난해 론칭 10주년을 맞은 사이렌 오더는 출시 이후 사용 편의성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왔다. 출근 시간대나 점심시간처럼 혼잡한 시간에 특정 음료를 빠르게 제조해 제공하는 ‘나우 브루잉’, 자주 이용하는 메뉴와 매장을 미리 저장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퀵 오더’, 기프티콘 잔액을 스타벅스 카드에 적립할 수 있는 잔액 적립 시스템 등 기능이 더해졌다.
이처럼 사이렌 오더는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서비스 고도화에 힘입어, 사이렌 오더는 누적 주문 5억건을 넘겼다. 이제는 단순한 주문 수단을 넘어 대표적인 디지털 소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리워드’로 충성고객 만들어
사이렌 오더의 핵심은 리워드 중심의 충성도 설계다. 스타벅스는 음료 구매 시 ‘별’을 적립해주는 멤버십 구조를 바탕으로, 고객 락인(lock-in) 전략을 실행 중이다. 앱을 통해 주문하고 적립한 별로 혜택을 받는 구조는 소비자의 지속적인 재방문을 유도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자체 앱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는 고객 편의를 높이고 동시에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자체 앱을 중심으로 한 리워드 구조와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해 고객 간 상호작용까지 유도하고 있다.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별(리워드 포인트)이 쌓이고 이를 모아 시즌별 프리퀀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제공되는 한정판 MD 상품은 높은 희소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별도의 구매 수요까지 형성된다. 소비자들은 이벤트 기간 중 별을 더 모으기 위해 추가 구매를 하거나, 부족한 프리퀀시를 채우기 위해 지인과 별을 주고받는 등 고객 간의 자발적 교환·공유가 활발히 이뤄진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렌 오더 앱 내에 공식 MD 구매 기능도 별도로 마련해두고 있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커피와 함께 MD 상품을 판매하며 자사 브랜드의 팬덤을 확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20년 17조원에서 2024년 27조원까지 성장하며 식품 업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20년부터 사이렌 오더를 통한 자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 앱을 거치지 않고 자사 앱을 통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운영하면서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고객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또 고객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자체 디지털 설문조사 플랫폼 ‘마이 스타벅스 리뷰’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수집된 고객 의견은 여러 상품 기획이나 서비스 개선 등에 활용된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의 이러한 노력은 충성 고객을 양산하면서 재방문율을 끌어올렸다.
본사 지분 인수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997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만나 지분 절반씩 출자해 세운 회사다. 이후 1999년 서울 서대문구에 스타벅스 첫 매장인 ‘이대 1호점’이 들어섰다.
이마트는 스타벅스 매장을 전국구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전략을 폈고, 2021년에는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국내 지분 17.5%를 추가로 샀다. 스타벅스 본사는 나머지 지분 32.5%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매각해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경영권을 거머쥐면서 사명을 현재의 SKC컴퍼니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매장 수를 매해 100여 개씩 꾸준히 늘려갔다. 단적으로 2021년 1,639개였던 스타벅스 매장은 2024년 2,009개로, 400개 가까이 불었다. 자연스레 매출도 2021년 2조 3,856억 원에서 2024년 3조 1,001억 원으로 약 30% 확대됐다. 스타벅스는 계속해서 매장 출점을 늘리며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스타벅스는 자사 앱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 개점 25주년을 맞아 ‘Magical 8 star’ 신규 리워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타벅스 우수 고객인 골드 회원을 대상으로, 적립 포인트인 별 8개를 모으면 음료 4종(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아이스커피, 오늘의커피) 중 1개로 교환해준다. 기존 별 12개가 필요했던 제도를 8개로 단축해 혜택 폭을 키웠으며, 동시에 고객의 자사 앱 이용을 유도했다.
자체 구독 서비스인 ‘Buddy Pass’도 선보였다. 월 구독료 7,900원을 내면 매일 음료나 디저트 등을 30% 할인해주는 쿠폰을 제공한다. 배달비 무료 쿠폰도 마련돼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이렌 오더’ 기능도 고객 편의에 맞췄다.
스타벅스 앱에서 주문하면 시간에 맞춰 제품이 나온다. 최근에는 주문을 취소할 수 있는 서비스도 넣었다. 이러한 기능 덕에 스타벅스 앱 가입자 수는 현재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일반 매장과는 다르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주는 특화매장을 곳곳에 마련했다. 최고 품질의 원두만을 취급하는 ‘스타벅스 R점’이 그 예다. R은 영어로 ‘Reserve’이며, ‘오랫동안 숙성된 와인’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스타벅스는 이를 ‘리저브 매장’이라 불렀으며,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다 최근에는 개별 매장으로 두기 시작했다.
리저브 매장과 다른 스페셜 스토어로, 탁 트인 자연을 조망하거나 고택을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현재 리저브 매장은 전국 64곳, 스페셜 스토어는 11곳이 있다.
로열티 지급에 따른 국부유출 ‘그림자’도 있어
스타벅스가 국내에 커피문화를 대중화시키고, 회사발전과 더불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도 많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성장은 곧 미국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현재 매출액의 약 5%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외식분야 프랜차이즈의 로열티가 평균 5~6%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국내에서의 경쟁의 룰이 공평하지 못한 가운데 그 이득을 스타벅스가 가져갔고, 그것이 로열티로 지불되고 있어 국부유출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운영하면서 골목상권에 대기업 브랜드들의 신규 출점을 제한했지만, 이는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만 적용이 되어 외국 브랜드이자 국내에서는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에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은 미국 본사의 지분을 인수했지만, 인수 이전에는 그렇게 불공정한 경쟁에 의해 거둬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은 미국으로 들어갔다. 매출액의 약 5%가 미국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 50%는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익의 50%는 미국 본사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성숙된 모습 보일 때
스타벅스커피의 한국 상륙 26년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진화된 외식문화를 선도해왔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기업 자본에 의해 도입된 외국 브랜드에 의해 상대적으로 토종 브랜드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국부가 유출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26년의 연혁을 갖게 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제 긍정적인 효과는 배가시키고, 부정적인 효과는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브랜드는 미국의 것이지만 운영 주체는 한국기업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성공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성공한 기업의 기업윤리이고, 사회 환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