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특집] ‘적산기업’의 어제와 오늘 ④ 간장·맥주 분야 적산기업
[CEONEWS=김병조 기자] 일본은 간장과 맥주가 발달한 나라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도 간장과 맥주회사들이 당연히 들어와 있었다. 그들 적산기업이 현재도 해당 산업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샘표간장과 몽고간장
우리나라 대표적인 간장 회사인 샘표식품의 광복 이전의 전신은 일본의 ‘미쓰야장유 양조장’이었고, 광복 이후에는 ‘삼시장유양조장’이었다. 미국 군정 시절인 1946년 8월에 샘표식품 창업주인 박규회 사장이 ‘삼시장유양조장’을 불하받아 ‘샘표앙유양조장’으로 창업했다.
1958년에 국내 최초로 장류개발연구소를 세우고, 1970년부터 회사명을 샘표식품공업(주)으로 바꾸고, 1976년 박규회 회장 사후 아들 박승복 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이 가업을 이어받아 1980년부터 유리병 간장을 페트병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2001년에 전통 조선간장을 복원하고, 2016년 7월 샘표식품이 인적분할을 단행하고 분할 존속법인인 샘표식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상호를 샘표(주)로 변경했으며, 식품 제조와 가공 및 판매 등 식품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신설회사 샘표식품(주)을 설립했다.
2대 회장인 박승복 회장이 2016년 별세한 이후부터는 아들 박진환 회장이 경영을 맡아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간장 제조업체인 몽고식품은 역사가 120년이나 되는 장수 기업이다. 1896년에 창업한 두산그룹과 1897년에 시작한 동화약품에 이어 역사가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대한제국 시대인 1905년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가 경남 마산시 자산동에서 간장공장인 야마다장유양조장을 세웠다. 해방 이후 한국인 김홍구가 불하받아서 1946년부터 몽고정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몽고장유양조공업사로 바꾸었으며, 현재의 몽고식품으로 바뀐 것은 1987년부터다. 이 회사에서 만든 간장이 ‘몽고간장’이다.
‘몽고’라는 이름의 유래는 양조장 옆에 있는 우물인 몽고정이다. 고려시대 원나라가 일본을 치기 전, 마산에 주둔한 몽골군이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굴착된 우물로 몽골의 우물이라는 뜻으로 몽고정이 되었다. 이 우물의 물은 미네랄이 풍부해 양조에 적합했고, 야마다 제조장 시절부터 해방 이후 몽고장유양조장 때도 급수원으로 사용되었다.
하이트맥주와 OB맥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 ‘하이트맥주’와 ‘OB맥주’도 뿌리는 적산 기업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회사인 ‘대일본맥주’와 ‘기린맥주’는 1920년대부터 식민지인 조선에 분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27년 쇼와공황, 1929년 세계대공황을 겪으며 지연되다가 1930년대에 들어서 공장 설립을 실행에 옮겼다.
두 회사가 조선에 맥주 공장을 지은 시점은 1933년이다. 대일본맥주는 1933년 8월 9일에 조선맥주를 설립했고, 기린맥주는 같은 해 12월 8일 쇼와기린맥주를 설립했다. 공장의 위치는 두 회사 모두 영등포였다. 조선총독부가 분공장 설립은 불허하되, 조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선에 별도법인을 설립하면 허가한다는 방침에 따라 별도의 법인을 만들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 조선맥주는 적산 기업으로서 미국 군정에 귀속된 후 명성황후의 인척이었던 민대식 전 주주의 손자 민덕기(1915~1980)가 관리를 맡아 '크라운맥주' 상표를 쓰기 시작했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영등포공장이 파괴되는 수난을 겪었으나, 1952년부터 민덕기 관리인이 불하받아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후 전쟁으로 파괴된 영등포공장 재건에 주력한 후 1954년에 주한 UN군 군납업체로 선정되어 성장할 길을 마련했으나, 경쟁사인 동양맥주와의 치열한 경쟁에 지치다 못해 부실 기업으로 지정되어 1958년부터 법정관리를 받았다.
법정관리가 끝나고 1966년에 대선발효 가문의 막내 박경규가 인수했으나 이듬해 박경규 사장이 46세로 급사하자 1969년 형 박경복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1987년 박경복이 장남 박문효에게 사장직을 물려주고 회장직에 오르면서 2세 경영체제가 확립됐다.
그후 1993년에 크라운맥주의 후신인 하이트맥주를 출시해 성공을 거둔 뒤 1998년에는 회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바꾸기도 했다. 2005년 진로를 인수한 뒤 2011년 9월 1일부로 하이트진로로 상호를 변경했다.
쇼와기린맥주도 광복 후 적산기업으로서 미국 군정에 귀속되었고, 박승직 전 주주의 아들 박두병이 관리인으로 임명된 후 1948년 3월 ‘동양맥주(주)’로 상호를 변경하고 상표를 OB로 정했다.
1973년 1월 한국맥아공업을 합병한 후 5월에 기업공개를 단행했고, 1974년부터 상표를 방패 모양으로 교체하고 1977년 와인 마주앙도 생산했다. 1980년에 캐나다 씨그램 사와 합작해 OB씨그램을 세웠다. 1981년 3월부터 네덜란드 하이네켄 사와 기술제휴 및 상표권 계약을 맺고 7월에 이천공장을 세웠다. 한때 두산 프로야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할 정도로 두산의 주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으며, 1978년까지 그룹명도 'OB'였다.
1996년에 상호를 기존 동양맥주(주)에서 현 명칭인 ‘오비맥주(주)’로 바꾼 후 영등포공장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했고, 마주앙도 두산백화에 넘겼다. 1997년에 두산음료를 합병하고 음료 부문을 미국 코카콜라에 팔았다. 1998년 구 법인이 상호를 (주)두산으로 변경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자, 벨기에 인터브루 사와 지분을 50:50으로 새로운 합작법인을 만들었고, 1999년에는 진로그룹 계열사 진로쿠어스맥주를 인수해 하이트맥주와 함께 국내 양대 맥주 업체로 성장했으며, 같은 해 자회사 두산씨그램을 매각했다. 2001년에는 카스를 합병했다.
<다음 회에서는 공기업과 기타 주요한 적산기업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