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더 39] "조용한 제국의 확장자" 팀 쿡

AI로 애플을 다시 설계하다

2025-08-19     전영선 기자
애플 CEO 팀쿡

[CEONEWS=전영선 기자] 애플은 늙었다고? 시장에선 한때 이렇게 속삭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팀 쿡은 ‘관성의 애플’을 ‘재가동된 성장 엔진’으로 되돌렸고,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수익의 체질을 바꿨다. 지금 애플의 화두는 단 하나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로 온디바이스와 프라이버시를 기둥으로 세운 ‘개인 지능’ 전략. 이 전략이 생활 속 체감 혁신으로 착륙하는 순간, 애플은 다시 경험의 표준을 정의한다.

■아이폰 재점화와 서비스 초과성장

팀 쿡의 기본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이폰은 세대교체 국면마다 수요를 재점화하며 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서비스는 구독·클라우드·결제·광고를 묶어 ‘반복 수익’의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었다. 하드웨어 구매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구조로 기기 안에서 콘텐츠가 흐르고, 결제가 붙고, 저장공간과 보안이 확장된다.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머무는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변화는 수요의 질이다. 북미·중국의 진자 운동 속에서도, 애플은 가격·유통·프로모션을 미세 조정해 ‘바닥 탄력’을 확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기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생태계 충성도와 중고가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길이가 수요곡선을 완만하게 지지한다.

■팀 쿡의 AI 공학, “큰 모델”보다 “가까운 모델”

애플 AI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은 거창한 모델 크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맥락을 손안의 기기에서 안전하게 읽어내고, 필요한 순간에만 클라우드의 힘을 빌리는 온디바이스 우선 아키텍처다. 시스템 전반에 녹아든 라이팅 툴, 개선된 시리, 알림·메일·문서의 ‘요점 잡기’가 기기 사용의 마찰을 깎아낸다. AI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인터페이스 뒤로 물러서, 사용자의 하루에 조용히 개입한다. 외부 모델과의 선택적 연결 역시 특징이다. 사용자가 동의하면 시리와 쓰기 도구가 외부 AI에 “질문권”을 위임한다. 직접 다 못하면, 생태계 외곽의 역량을 ‘어댑터’로 연결해 경험을 완성한다. 브랜드가 아니라 경험, 애플식 AI의 냉정한 결론이다.

■공급망 대수술, “메이드 인 인디아”의 의미

지정학은 현실이고, 팀 쿡은 공정(工程)으로 답한다. 중국 의존도 리스크가 높아지는 순간, 애플은 인도 생산을 가속했다. 현지 파트너의 증설, 통관·부품 로지스틱스 최적화, 현지 인력 양성까지 전선은 넓다. 결과는 원가·납기·리스크 맵의 동시 재편이다. 미국·유럽의 통상 변수는 인도·동남아의 생산능력으로 헤지되고, 현지 투자 스토리는 정치적 방패막이가 된다. “공장이 전략”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쿡은 가장 최신의 방식으로 증명 중이다.

■유럽 규제 전선, 룰의 전쟁터

유럽은 애플의 성공 공식을 정면으로 겨눈다. 앱 유통·결제·안내 제한 해제, 사이드로딩 통로 개방 등은 “닫힌 정원을 열라”는 구조적 요구다. 쿡에게 이 전선은 기술 이슈가 아니라 룰 세팅의 전쟁이다. 다만 개방이 곧 패배는 아니다. 새로운 수수료·보안인증·대체결제 인프라가 형성되면, 규제는 비용이면서 동시에 수익모델로도 재해석될 수 있다. 애플 특유의 “안전한 개방”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잡스와의 비교 종식,  “한 번에 크게” vs “끝까지 정확히”

애플 CEO 팀쿡(사진=팀쿡SNS)

잡스의 시대가 카테고리 창출의 폭발로 기억된다면, 쿡의 시대는 오차 없는 스케일링이다. 칩(Apple Silicon)→제품 라인업→구독→결제·광고→AI까지 수직 통합의 각 층을 정밀 봉합해 총합의 힘을 키운다.
이 방식의 약점은 ‘드라마 부족’이다. 그래서 쿡은 종종 과소평가됐다. 그러나 실적·현금창출·생태계 체류시간·NPS 같은 ‘무료한 숫자’가 그를 구한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히”로 통하는 쿡의 리더십은 시장의 인내를 이자로 되돌려준다.

■팀 쿡의 딜레마, 그리고 해법

애플 CEO 팀쿡(사진=팀쿡SNS)

가장 큰 딜레마는 속도와 신뢰의 트레이드오프다. 빨리 내놓으면 완성도가 흔들리고, 완성도를 고집하면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다. 애플은 프라이버시·보안·접근성이라는 ‘비가시적 가치’를 AI 경험의 기본값으로 깔아 해법을 찾는다. 유행보다 원칙, 효과보다 안전. 이 상수(常數)가 장기 신뢰를 만든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폐쇄성과 개방성의 균형이다. 생태계의 견고함은 때로 ‘지배력’으로 재해석된다. 애플이 취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사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되, 품질과 안전 기준은 더 높게. 문턱을 낮추면서도, 문지기의 책임을 강화하는 길이다.

■“과대평가된 현재 vs 과소평가된 다음”

팀 쿡은 보전자가 아니다. 그는 다음 10년의 애플을 설계하는 조용한 급진주의자다. AI가 생활의 마찰을 깎고, 공급망이 지정학을 흡수하며, 규제가 새로운 질서를 세팅하는 이 복잡한 시대에, 쿡은 “크게 말하지 않고 크게 움직이는” 방식으로 제국을 확장한다. 결국 헤드라인은 단순해질 것이다. “잡스가 문을 열었고, 쿡이 제국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완성은 더 거대해진 폐쇄가 아니라, 더 안전해진 개방으로 증명될 것이다. 애플이 다시 시장의 표준을 정의할 때, 우리는 체감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스마트한 시간이 늘었다는 사실을. “팀 쿡의 리더십은 ‘한 방’이 아니라 ‘누적’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일상에 착륙하는 순간, 그 누적은 혁명으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