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세계 최강 한국 조선업의 어제와 오늘

거북선 그려진 지폐 보여주고 투자유치 50여 년의 험난했던 항해 끝에 세계 1위 세계 제패 후 미국 MASGA로 재도약 기회

2025-09-10     김병조 기자

[CEONEWS=김병조 기자]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분야가 조선업이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한국 조선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조선업은 어떻게 성장해왔으며, 현재의 위상은 어떤지 짚어본다.

한국 조선업의 시작

대한민국 조선업은 1929년 방어진 철공소의 설립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기로, 조선업의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1937년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동양척식주식회사의 합작투자로 조선중공업이 설립됐다. 이는 해방과 더불어 훗날 한진중공업의 전신이 되었고, 이어서 대우중공업과 한화오션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기에는 주로 군함과 같은 군사적 목적의 선박이 제작되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오늘날 한화오션도 군함 제조에 특화된 조선소로 발전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조선업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산업 기반을 복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선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 조선업은 일본과 유럽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과 현대조선소 건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이 시작되었다.

박정희의 전략적 사고와 결단력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조선업은 중점 육성 산업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신동식 당시 경제수석의 역할이 매우 컸다.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산업 육성 의지는 정주영 회장 등 기업가들과 시너지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세계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에는 대통령 직속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각 부처 장관들이 모여 조선, 해운, 항만 등의 해사 정책을 일괄적으로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선업 발전에 있어 행정적인 걸림돌이 없었다. 신동식 회장에 따르면, 박정의 전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적 사과와 결단력이 조선업의 단기간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이었다고 한다.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고 투자 유치한 정주영

1971년 정주영 회장은 미포만 해변 사진과 축적 지도,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를 들고 차관을 받기 위해 유럽을 돌았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에게 조선소를 건립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주영은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4,300만 달러 차관 도입을 협의했지만, 은행은 거절했다. 그러자 정주영은 19719월에 바클레이즈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의 회장인 롱바텀을 찾아갔다. 롱바텀의 추천서가 있으면 영국의 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주영은 롱바텀에게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

우리는 할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 설득해 추천서를 받아냈다. 그 추천서를 바클리스 은행에 제시하자 은행에서는 배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을 먼저 찾와와랴. 배 주문서를 가져오면 차관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정주영은 롱바텀에게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의 처남인 리바노스가 값싼 배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게 26만 톤짜리 선박 수주계약을 따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금에 이자를 얹어주고 배에 하자가 있으면 원금을 돌려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도 보증을 서줘서 바클레이즈 은행에서 차관을 빌렸고 정주영은 1972년 울산조선소 건설에 들어갔다. 마침내 조선소 완공과 함께 유조선이 건조되어 나오는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는데, 도크가 부분 완공되면 그 자리 바로 철판을 대어 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하여 도크와 배를 동시에 만든 것이다.

한국 조선업의 발전 과정 50여 년의 숨가팠던 항해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조선업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국가의 이환 수입을 늘리려 했다. 이런 정책 기조 아래 1973년 현대중공업이 설립됐다.

1980년대에는 조선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서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특히 1980년대 중반에는 한국 조선업의 수출량이 급증하며, 세계 1위의 조선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기술력과 품질에서 더욱 발전했다. 이 시기에 한국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첨단 선박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다.

200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호황과 함께 조선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게 된다. 많은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장했고, 이를 통해 연평균 3천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은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많은 조선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되었고, 일부는 파산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조선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NG 운반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세계적 위상 일본 제치고 세계 1위 우뚝

한국의 조선업은 1990년대 이후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은 품질 높은 선박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의 조선업이 급성장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한국 조선업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메탄올 추진 선박, 자율운항 선박, 차세데 연료(암모니아, 수소, SMR )를 활용한 선박 개발까지도 선도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 선박의 경우, 현재 전 세계 수주 중 거의 100%를 한국이 독점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자국의 조선 능력 한계를 절감하고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기술력 덕분이다. 미국 해군 장관과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한국 조선소를 방문했으며, 트럼프 정부 시절 임명된 해군성 장관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 조선소를 찾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닌, 한국 조선업이 세계 군함 시장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 시장의 약 30% 이상의 가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LNG 운반선 분야에서는 70% 이상, 친환경 선박 수주 또한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과 미국의 협업, 새로운 기회 재도약의 장 MASGA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생산국으로, LNG 수출 확대를 위해 대형 운반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소가 다수의 LNG 운반선을 수주하며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 군수 함정, 군함, 잠수함 등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기술 협력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IT 기술과 한국의 조선 기술을 결합해, 자율운항 선박 및 친환경 연료 선박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이는 미래 시장에서 양국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분야다.

·중 갈등 속에서, 미국은 안정적인 조선·해양 플랜트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조선업에 장기적인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 전망과 도전 과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 목표

앞으로 조선업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조선업은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의 중유 사용 선박 대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한국은 이에 맞춰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과 위성 통신 기술을 활용한 무인·자율운항 선박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한국도 스마트십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협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협력, 공동 연구개발, LNG 시장 연계는 한국 조선업이 미래에도 세계 1위를 지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역사는 단순한 산업의 발전을 넘어, 국가 경제와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 중요한 분야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조선업은 GDP의 약 2%를 차지하고, 수출의 7~8% 이상을 담당하는 중추 산업이다. 연간 수조 원대 매출과 강력한 기술 경쟁력, 그리고 미국 등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까지 더해지며, 앞으로도 세계 조선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다.

미래에는 친환경 선박, 디지털·자율화,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이 기대된다. 이 모든 것은 기술과 인력, 그리고 전략적 선택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주요 업체의 최근 경영 현황

조선업 경기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경제가 좋아야 해양 물류 산업도 호황을 누리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을 세계 최강으로 견인해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최근 실적을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매출의 경우 코로나 팬더믹 기간에는 정체 내지는 감소했다가 코로나 앤더믹이 시작된 2023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2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된 가운데, 최근 미국의 ’MASGA‘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도 앞으로 조선업의 경기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