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트럼프 관세쇼로 세상은 오리무중

2025-04-03     김소영 기자
김소영 CEONEWS 부장

[CEONEWS=김소영 기자]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쇼맨십과 함께 말이다. 관세 폭탄이란 이름의 이 화려한 공연은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을 절망적인 공포와 혼돈의 무대로 내몰았다. 늘 그렇듯, 결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피해 규모도 역시나 압도적이다.

트럼프의 무자비한 관세 발표는 중국 제조업의 허리를 단번에 꺾었다. 무려 54%라는 실질 관세율은 역사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미국발 정책 폭탄 하나가 중국의 거대한 제조기지를 직격하는 순간, 기술주는 '검은 월요일'이라도 맞은 듯 시총이 증발해버렸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는 화려한 이름도 결국 이런 패닉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특히나 아이폰을 중국에서 조립하는 애플은 7% 급락하며 세계 최고의 회사조차 트럼프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임을 고백해야 했다.

아시아 증시도 트럼프의 충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한국 코스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베트남 ETF는 장외에서 급락하며 무려 8% 넘게 떨어졌다. 호주까지 줄줄이 붕괴의 도미노를 경험하는 모습은 마치 글로벌 증시의 단체 '무너짐' 이벤트 같았다.

안전자산으로의 피신이 시작되자 금값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경기 침체의 전조로 간주되는 유가는 내리막길을 달리며 브렌트유가 72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결국, 트럼프가 유가를 억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글로벌 경기 전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었나 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보니 시장이 결국 미국의 성장 둔화를 인정한 듯하다. 트럼프는 이번 관세 폭탄 하나로 금리 인하 기대를 순식간에 끌어올리며, 본의 아니게 연준의 역할까지 대신 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는 지금 트럼프발 경제 지진의 여진 속에 놓여있다. 그의 무모한 관세 실험은 글로벌 경제의 균형을 흔드는 걸 넘어 아예 판을 엎어버리고 있다. 우리는 또 얼마나 더 트럼프가 던진 이 불확실성의 파도 위에서 흔들려야 하는 걸까. 결국, 현실 경제는 쇼맨십과 도박에 능한 한 사람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휘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