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의 통찰] 기업인의 책무, 백종원의 사례

2025-05-23     김병조 기자

[CEONEWS=김병조 기자] 2010년부터 10년간 40개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 외에는 일체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성한 방송 활동이 회사가 성장하는 데는 크게 보탬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야 사후약방문식으로 방송을 중단하겠다니 말입니다.

저는 이미 7~8년 전부터 백종원 대표에게 방송과 사업 중에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방송을 계속하려면 회사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라고 조언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활동이 회사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늦어도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전까지는 방송 활동을 중단했었어야 했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것은, 기업을 공개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공개한 외식기업이 몇 개 되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많습니다. 일본의 외식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을 많이 하는 이유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이 커지면 혼자 경영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외식기업은 대부분 식당 하나로 시작해 온갖 궂은일까지 하면서 고생 끝에 성장한 기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회사경영을 투명하고 기준에 맞게 하기 위해서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 벤처기업들이 망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벤처기업은 독특한 기술로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술을 개발한 창업자가 전문성이 부족한 CEO, CFO까지 다 하려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라면 자신은 CTO 역할만 하고, CEOCFO 등은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맡기면 되는데, 혼자서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다 하려다가 낭패를 보더라는 겁니다.

백종원씨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운영하는 브랜드만 해도 무려 25개나 됩니다. 상식적으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을 것 같은데, 10년간 40개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2019년에는 한 해에 무려 7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1시간짜리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회사 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뒤늦게라도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기업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백종원 대표의 경우를 보면서 다른 기업의 CEO들도 기업인의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CEO의 잘못된 판단이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