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혼란의 세계 경제, 자유무역은 죽었는가?
이창우 FTA아카데미 회장
[CEONEWS=칼럼니스트] 많은 언론이나 식자들이“세계화가 끝났다”,“자유무역이 위기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확언하기 전에 최근 세계 경제의 변화를 글로벌 현장에서 확인해보고 과연 세계화가 끝났는지, 자유무역이 위기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 이 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보자!
현재의 세계 경제 혼란에 대해 글로벌이코노믹지는 美·中 패권전쟁, 미국의 관세 폭풍 등으로 세계무역질서가 대공황 이후 100년 만에 '대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 월가의 로젠버그 리서치 창립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미·중 경제전쟁을 서로를 고립시키는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현재의 경제 대혼란은 미국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제시한 1930년대 세계적인 대공황을 분석한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조차 재소환되는 실정이다.
이에 수십 년간 무역과 FTA 현장에서 종사한 필자는 현재의 경제 혼란을 이론적 분석보다는 현장 입장에서, 수출과 관련된 시각으로, 4개의 주제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기업은 이론과 통계 등 형식지도 중요하지만 현장 Fact를 기반으로 하는 현장지가 결합된 종합지와 거기서 얻는 Insight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화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재세계화로 재편되고 있다. WTO 체제의 보편적인 세계화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로 구성된 글로벌 웨스트,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전체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이스트, 인도·동남아·중동·중남미 등 개발도상 국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로 재편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2천여 년 만에 천하의 3분지계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글로벌 공급망, 가치사슬, 경제협력, 국가 간 교류 등도 3개 영역으로 분절되는 실정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IMF는 2023년 1월 "세계 경제 분열로 GDP 손실이 7%에 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둘째, 복합적인 신 통상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 중심의 글로벌 통상환경이 안보, 기술, 환경, 자원, 인권, 노동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는 복합적인 신 통상시대로 급변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트럼프의 4-관세 폭풍, 미·중 패권전쟁, MAGA(미국) 대 MEGA(유럽) 대결 등 심화 되는 통상전쟁은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신 통상시대 진입을 가속화 하고 있다.
셋째, FTA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응하여 전 세계가 미국을 제외한 국가 간에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EU와 호주·EU와 GCC 간 FTA는 물론, EU의 CPTPP 가입추진 및 한국·중국.·대만·태국·인도네시아·콜롬비아 등 10여 개국이 CPTPP 가입을 대기 중인데, 심지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영국과 인도·영국과 EU·영국과 GCC도 FTA를 추진 중이고, 인도·뉴질랜드도 FTA 협상중단 10년 만에 재개를 선언했으며, 인도네시아와 EU·태국과 EU·말레이시아와 EFTA도 FTA를 타결하는 등 아세안 각국도 유럽 및 중동 등과 FTA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 선포에 대응하기 위하여 FTA가 갑자기 폭주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한·중·일 FTA 촉진, 한·중 서비스 협상, CPTPP 가입추진, 중남미와 FTA 확대 등 FTA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같이 FTA가 위기는커녕 보호무역주의에 반발해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되는 이른바 ”신 FTA 역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넷째, 디지털 무역도 확산 중이다. 디지털 무역이란 인터넷과 IC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국가 간 교역 활동으로서 상품, 서비스, 데이터, S/W, 동영상, 이미지, 녹음물 등을 포함하는 등 기본적으로 무형재화의 거래를 의미한다. 기존 무역은 물품이 항구나 공항으로 직접 들어와서 세관을 통과하는 방식이지만 디지털 무역은 서비스·콘텐츠·데이터 등 무형재화가 별도의 세관 통과 절차 없이 온라인을 통해 국경 간 거래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무역은 새로운 수출방식이자 미래의 무역형태이므로 기존의 무역한계를 극복하려고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세계 경제의 대혼란 속에 다수국가들이 재세계화, 신 통상 대응, FTA 확대, 디지털 무역 확산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무역 국가인 우리나라는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 혼란 속에 수출이 급감하고,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며, 기업의 해외 탈출이 급증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의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있을까? 다양한 아이디어나 방안, 전략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2023년 국가 GDP의 88.9%, 2022년 GNI 100.5%가 무역에 의존하고, 수출이 2024년 국가 경제성장률의 94.6%(무역협회 : 2025.4.9.)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수출보다 무슨 대책이 더 우선일까? 경제가 어려워 지면 전가의 보도처럼 나타나는 주장이 ‘내수 활성화’인데, 한국은행에 의하면 2024년 GDP 성장률 2.0% 중에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라고 한다. 따라서 작은 내수시장 살리기로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주장이다.
또한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도 수출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보다 매출 17.2배, 고용 5,1배 등 월등히 높다(중소기벤처업부 : 2024.5.8.)는 것은 중소기업도 수출이 살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 경제의 대혼란 속에서도 수출증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이에 수출을 증대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들을 현장 입장에서 제시해 본다.
첫째, 수출기업들의 신 통상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의 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는 신 통상 변화를 수출기업 임직원들에게 교육하여 기존 무역 시장에 넓게 퍼져있는 공급망을 신 통상시대에 맞게 재구축하고, 가치사슬을 최적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이 개입된 원·부자재를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 수출을 포기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EU 수출 시 앙골라, 부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3TG(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의 분쟁 광물(Conflict Minerals)에서 리튬·구리·니켈·알루미늄·은·코발트까지 확장된 책임 광물(Responsible Minerals) 수입규제 시스템을 잘 파악하여 수출제품을 생산하는 등 가치사슬 관리가 중요해졌다. 아울러 제조원가 절감, 운반비 하락, 원재료 조달 및 제품생산 비용 절감 등의 정당성을 확보한 미국 현지 법인과 한국 본사 간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조정 등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둘째, FTA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 바이어들이 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리 기업에게 원산지 문의가 증가하는 등 트럼프의 4-관세 폭풍의 영향이 수출현장을 덮치고 있다. 이럴수록 한·미 FTA의 재협상에 대비하고, CPTPP에 조속 가입하는 등 미국을 제외한 FTA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는 22개 FTA, 59개국과 FTA가 발효되어 세계 GDP의 85%라는 거대한 신 경제영토를 확보함으로써 세계 2위의 FTA 강국으로 등극했으며, 2024년 4분기 수출의 86.3%가 FTA로 이루어지는(관세청 : 2025.3)등 그야말로 FTA가 수출의 구세군이 되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세계 GDP 90%와 FTA를 체결하여 세계 1위의 FTA 경제영토를 확보하면, 수출 규모가 최대 15%가 증대(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 2024.9.10.)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형적인 FTA 성적도 중요하지만 FTA를 활용하여 수출을 증대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내실 있는 FTA 지원정책, FTA 전문가 양성, FTA 활용전략, FTA Literacy 증대, FTA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협정, 자격, 교육, 현장에 부합하도록 현재의 FTA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 국가직무능력표준)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디지털 무역시장 선점도 필요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22년 6월"디지털 FTA의 시대가 온다"- 글로벌 데이터 허브가 될 것인가, 갈라파고스가 될 것인가? 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본격적인 디지털 무역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것이다. 한국은 FTA에서는 늦었지만 디지털 무역에서는 늦지 않기 위하여 한·싱 DPA (Korea-Singapore Digital Partnership Agreement : 디지털동반자협정) 체결, DEPA (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 디지털 무역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다행히 디지털 무역에서는 아직 절대 강국도, 절대 강자도 없다.
따라서 한국이 FTA에서처럼 디지털 무역 활성화 정책, 디지털 무역 전문가 양성, 디지털 무역 활용전략 강구, 디지털무역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서 앞서간다면 세계 디지털 무역 시장선점도 가능하리라 본다. 현재 한국은 페루 DEPA가입 작업반의 의장국을 맡아 페루의 가입 협상을 주도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디지털 무역 시장 선도에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가 전 세계 64개국의 디지털 무역정책을 취합하여 지수화한 디지털무역제한지수(DTRI)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4개국 중 디지털 무역정책, 데이터 분야, 디지털 무역정책 개방성, 데이터 이동을 포함한 디지털 무역 환경이 다소 폐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이 디지털 무역 시장을 선점하려면 폐쇄적인 디지털 무역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EU의 DMA (Digital Markets Act : 디지털시장법)과 DSA(Digital Service Act :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법) 등 대외적인 디지털 무역 규제에도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
넷째, 신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흔히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동남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신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수출지원에 빠지지 않는 정책이 전시회 및 박람회 참가, 현지 쇼케이스 개최, 바이어 초청 행사 등이다. 물론 좋은 마케팅 정책들이다. 그러나 본 고에서는 기존 잘 알려진 수출시장 개척이나 누구나 하는 마케팅 기법이 아닌, 이미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개척하지 못하는 신 수출시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RCEP, AfCFTA, CPTPP, 한·중·일 FTA 등 메가 FTA 시장에 수출을 해야한다. 기존에는 원산지 및 통관 위주로 접근했지만 서비스, 투자, 인력, 정부조달, 전자상거래 등 메가 FTA에 포함된 다양한 분야의 수출도 추진하자. 또한 우리나라가 추진한 새로운 FTA 형태인 10개의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경제협력협정), 1개의 TPA (Trade Partnership Agreement, 무역동반자 협정), 59개의 TIPF (Trade and Investment Promotion Framework :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1개의 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 work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도 거대한 수출시장이지만 아직 진출이 미흡하다.
아울러 12조 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조달시장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WTO에 따르면, 정부조달 규모는 평균적으로 한 국가 경제 GDP의 10~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48개국이 가입한 WTO GPA(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는 연평균 1조 7,000억 달러(KIEP : 2019.12.30.)로 추산되는 거대한 수출시장이다. 이와 같은 국가별 정부조달시장은 물론, 440억 달러 규모의 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 다자개발은행) 및 239억 달러 규모의 UN 조달시장, FTA에 포함되어 개방되는 거대한 조달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특히 24년 회계연도 기준 예산 규모가 8,420억 달러(방산물자교역지원센타 : 2024)인 거대한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방산 FTA인 RDP-A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 국방상호조달협정)도 조속히 체결하자. 아울러 무기 수출입 시 발생하는 절충 교역시장(Offset Trade)도 군·관·민이 힘을 합해 개척하자. 절충 교역은 외국의 무기·장비 등을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관련 지식·기술을 이전받거나, 상대방에게 자국산 무기·장비·부품·상품 등을 수출하는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세계 130여 개국이 절충 교역을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절충 교역 사업 규모는 약 58억 달러(약 8조5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 정부는 절충 교역 품목에 방산제품뿐만 아니라 민수 제품도 포함시켰으므로 국내 수출기업으로서는 또 다른 거대 수출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수출시장은 또 있는데 바로 해양서비스 시장이다. 지속 성장하는 45조 원 규모의 해양 선용품 시장도 더욱 과감히 개척해야 한다. 국내에 입항한 선박에 (국내에서 생산된 음료, 식품, 위생품, 화장품, 소모품, 수리용 예비부분품 등을 공급)하는 선용품 시장은 ‘바다 위 면세점’으로 불리며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는데 종류만 10만 개에 달한다.
다섯째, 우리가 개척해야 할 거대한 세계 빅 프로젝트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각기 수천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후복구 사업, 팔레스타인·레바논 전후 복구사업, 시리아 내전 복구사업 등 전후 복구사업뿐만 아니라 사우디 네옴씨티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신수도 사업도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신시장이다. 모두 전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므로 우리도 원전 수출 경험을 살려서 민·관·군·학 공동으로 Korea One-Team을 구성하고,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는 동구권의 FTA 강국임을 활용하되 한국과는 아직 FTA가 체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우크라이나와 FTA를 체결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사우디 네옴씨티는 우리나라와 GCC간의 FTA를 적극 활용하며,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신수도 사업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예상되는 총 6개의 복합 FTA(한·아세안 FTA, 한·인도네시아 CEPA, RCEP, IPEF, CPTPP, FTAAP)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경쟁국들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화는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살아있고, 자유무역도 ‘신 FTA 역설’에 의하여 오히려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책상 앞이 아니라 글로벌 현장에서 정확히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에 숨어있는 본질에서 Insight를 얻고, 그 Insight를 활용하여 차별화되는 수출기회를 포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6월에 새로 탄생하는 신정부의 최우선정책도 수출촉진 정책이기를 기대한다. 아무리 외부 경제환경이 어렵더라도 한국은 수출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우(cwlee1891@naver.com)
<프로필>
World FTA Forum 회장
FTA 아카데미 회장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FTA일자리센터장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자문위원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 산업체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