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AI로 바라본 디지털 경제

AI 데이터센터의 격차가 경제의 미래

2025-06-24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인공지능 AI가 디지털 격차를 만든다. AI 데이터센터들이 미국과 중국, EU에 집중되고 있다. 컴퓨터 파워 보유국은 32개국으로 150개국 이상 센터가 없다.

AI시대의 석유는 컴퓨팅 능력이다. 이 자원을 가진 국가가 미래의 패권을 가진다. AI가 국가 간 새로운 디지털 격차를 만들고 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각국이 AI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가 최첨단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를 가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나누어지고 있다. 이 격차는 국제 정치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간 새로운 의존 관계를 만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심장 역할을 한다. 사람의 심장이 온몸에 피를 공급하듯 AI 데이터센터는 AI 서비스와 기술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기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 저장과 중앙처리장치인 CPU 기반의 범용 연산에 특화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을 활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과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작업은 범용 데이터센터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필수재와 다름없다.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인 EU에 대부분 집중돼 이들 지역에는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의 절반 이상이 있다.

전 세계에서 AI에 특화된 대규모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는 32개국, 약 16%로, 이른바 컴퓨터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 시설이 없는 나라는 150개국을 넘는다.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MS,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 총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AI 컴퓨팅 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와 남미에 AI 컴퓨팅 허브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AI 데이터 센터가 과거 이메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시설보다 규모나 전력 소모도 크고 건설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심 기술인 엔비디아 칩은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전력이나 냉각, 숙련 인력 등 막대한 인프라도 요구된다.

미국, 중국 등 기술 강대국은 AI 시스템을 이용해 데이터 분석에서부터 자동화, 신약과 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컴퓨팅 파워가 없는 국가는 과학 연구는 물론, 스타트업 성장과 인재 유지에도 제한받고 있다.

AI 시대의 석유는 컴퓨팅 능력이다. 이 자원을 가진 국가가 미래의 패권을 쥘 수 있다. AI 컴퓨팅 파워의 불균등한 분배는 또 전 세계를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와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로 나누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각각 63개와 19개의 AI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기업과 기관이 AI 작업에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90%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유럽에서조차 미국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대부분 통제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등 많은 국가가 AI 권력의 집중을 우려해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EU는 지난 2월 27개 회원국 전역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AI 프로젝트에 2천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와 브라질, 아프리카 국가연합 등도 주권 AI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 센터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미국이나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AI 데이터센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폭발적 성장과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최근 AI 기술 발전과 함께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 공급량이 약 2.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 기술 등 첨단 IT 산업 수요가 급증한 데 기인한다.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용량은 이미 1.3GW에 달하며, 전통적인 통신과 IT기업뿐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들이 대규모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및 투자 동향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AI 대전환' 공약 발표 이후,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 등 AI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이번에 SK그룹이 조성한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최신 그래픽 처리 장치 GPU 6만 장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다. 투자 금액은 총 7조 원이며,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 웹서비스 AWS는 이 중 40억 달러로 약 5조 4712억 원을 직접 투자한다. 데이터센터는 2029년까지 103㎿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43개다. 미국 5426개와 독일 529개, 중국 449개 등과 격차가 크다.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전국 주요 거점에 짓는다는 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상이 나온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통해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 강화와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까지 민관합작으로 최대 2조 원을 투입, 1엑사플롭스 EF급 이상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엔비디아 H100 GPU 1.5만 장 이상을 활용할 수 있는 성능이다. 데이터센터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도 병행 추진한다.

기술 사양과 인프라 과제를 보면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와 냉각 효율, 고성능 GPU 클러스터,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 등이 필수이다.

랙당 전력 소모가 50~100kW에 달해,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액침 냉각 등 차세대 냉각 시스템, 무정전 전원장치 UPS 고용량화, 48V DC 배전 등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규모 전력 공급 인프라와 친환경 에너지 연계, 탄소중립 대응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AI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는 에너지 지방분산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지방 데이터센터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인허가 지연과 주민 민원 등으로 실제 개발에는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약 35%의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가 1년 이상 착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망 및 산업 파급효과를 보면 2027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반도체, 전력, 건설업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과 AI 인재 수요 증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규제 개선, 에너지 인프라 확보가 향후 시장 성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한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투자, 첨단 기술 도입, 규제 혁신이 맞물리며,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