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션정립으로 '아너십' 발휘해야
아너십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자부심(pride)을 느끼는지?’,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은 물론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어떤 이바지를 하는지’에 대한 ‘소명 의식(calling)’, 즉 ‘미션(mission)’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남극의 펭귄무리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거대한 빙하 위에 여러 마리의 펭귄이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 준비를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서로 눈치만 보고 밀고 당기며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용기를 내어 힘차게 다이빙하면 나머지 펭귄들도 일제히 뛰어든다. 바닷속에는 펭귄을 잡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바다표범 같은 포식자들이 있다. 제일 먼저 뛰어들면 포식자에게 잡혀서 먹힐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는 위와 같이 첫 번째로 바다에 뛰어든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했다. 바다표범 같은 위험한 포식자가 있는 불확실하고 위험한 환경인 바닷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들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 ‘선구자’라는 의미에서다. 일부 동물학자들은 ‘그냥 단순히 무리에서 밀린 것이다, 퍼스트 펭귄의 행동을 솔선수범의 행동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 퍼스트 펭귄을 두고 랜디 포시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실패는 성공을 위한 소중한 경험 자산’이라며 용기와 열정의 영향력인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리더는 불확실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어떤 난관이 닥쳐도 구성원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조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심어주는 리더십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발휘해야 할까?
■구성원들의 열정 북돋워 주는 진짜 요인
여기서 잠깐 리더십의 의미를 살펴보자. 리더십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집단의 목표나 내부구조의 유지를 위하여 성원(成員)이 자발적으로 집단활동에 참여해 이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을 말한다.
필자는 리더십을 ‘조직이나 개인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함께 뜻한 것을 이루는데 이바지하는 ‘긍정적이고 올바른 영향력’’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은 ‘올바른 영향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은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데 ‘진정성 있는 영향력’으로 나타나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마구 난발하는 모양만 갖춘 리더십이 아니라 ‘영혼이 깃든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은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고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용기(courage)’와 ‘동기(motivation)’로 빚어진 ‘열정(passion)’을 북돋워 준다.
그런데, 여기서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열정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진짜 요인’이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아너십(honorship)’이다. 흔히 조직에서는 ‘오너십(ownership)’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에서 주인 정신을 갖고 일해야 좋은 성과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오너십보다 더 중요하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너십’이다. 아너십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자부심(pride)을 느끼는지?’,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은 물론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어떤 이바지를 하는지’에 대한 ‘소명 의식(calling)’, 즉 ‘미션(mission)’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일부 신하들의 모함으로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이순신이 없는 사이 조선은 왜군과의 전투에서 연이어 패배했고 전황은 매우 안 좋게 흘러갔다. 위기를 느낀 임금은 다시 이순신에게 출전하라고 명한다. 모함으로 갖은 고문을 하고 감옥에 가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전쟁터로 나가라니, 일반적으로 우리 자신이 이순신이었다면 전쟁터에 다시 나가고 싶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이순신은 결국 전쟁터로 나간다. 왜 나갔을까? 임금의 명령이니 나가야 하지만 단순히 ‘임금에 대한 충성심’일까? 이순신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선 땅과 왜군의 만행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임금의 명령보다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순신의 명백한 ‘미션’이고 ‘소명’이었던 것이다.
■리더와 조직의 미션은 무엇인가
지금 여러분이 속한 조직과 리더의 미션은 무엇인가? 리더의 미션이 정립된 조직은 정체성(Identity)도 명확하다. 리더가 ‘왜(why)’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를 작성해 놓고 있다. “당신은 왜 이 사업을 하는가?”와 같은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보통 그런 리더가 경영하는 회사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사업의 미션’이 눈에 띈다.
창조경영의 아이콘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창업한 버진그룹(Virgin Group)은 ‘비즈니스가 선(善)을 위한 힘이 되게 만든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그룹인 타타(Tata)는 ‘우리의 서비스를 받는 공동체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한다’는 미션을 세워놓고 있다. 테슬라(Tesla)는 ‘세계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향해 이동하도록 촉진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강화해 성취력을 높인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최근 인터뷰한 글로벌 물류회사인 디에이치엘(DHL)의 미션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한다(Connecting People, Improving Lives)’이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바이엘(BAYER)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그 누구도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Health for All, Hunger for None)’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들은 그들의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인류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사명과 소명을 갖고 있다.
“그럼, 미션, 즉 사명만 갖고 있으면 무조건 성공하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리더와 조직의 미션을 단순히 조직의 성공과 성장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션이 잘 정립된 조직은 최소한 망하지 않는다. 일단, 가치 있는 미션을 갖고 있으면 시장 평판이 좋다. 고객들이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한다. 나아가 회사의 미션과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일치하는 순간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또한, 자기만의 미션을 가진 리더는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미션이 없는 사업가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사업을 바로 접는다. 그들에겐 돈벌이가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션이 있는 리더들은 사업과 조직을 어떻게든 지켜낸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의 진심을 알게 되면 고객과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도 그 조직을 함께 지켜준다. 미션이 명확한 리더와 조직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매우 고귀하기 때문이다.
■미션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있어야
그렇다면 리더와 조직의 미션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다면 그 조직은 무조건 잘 될 것인가?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조직의 미션과 구성원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비전과의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리더와 조직의 미션이 구성원들과도 강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조직의 미션이 진실되며,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가치관과 그들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과 일치하는지, 그래서 리더와 조직의 미션이 구성원들에게 진정한 신뢰와 영감을 주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성원들과 미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조직의 미션을 리더 혼자 독단적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서 조직의 미션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의 목적과 의미를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구성원들이 조직에 함께하는 의미와 목적을 공유해서 조직과 리더, 구성원 각자의 미션이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리더와 조직의 미션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거나 구성원들과 교감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조직이 추구하는 사명과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해야 하며 그 사명이 구성원들과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구성원들이 용기와 열정을 갖고, 자신이 가진 역량 이상의 능력을 펼치며, 조직을 성장시키는 진정한 길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 위 칼럼은 최근 한전KPS 사내보 <KPS STORY>에 기고한 글입니다.
유 승 용 프로필
리더십 전문 미디어 <리더피아> <리더 TV> 대표기자
리더십 저널리스트, 리더십 전문 코치 및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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