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손발 저림, 단순한 증상이 아닙니다!

2025-07-23     김소영 기자
이석호 안양샘병원 신경과 과장

“손이 저려요”, “발이 찌릿해요”, “밤에 자다가 저림 증상 때문에 자주 깹니다.”

이처럼 손발 저림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느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몰라 정형외과, 내과,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이곳저곳을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발 저림은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신경과’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신경과는 뇌졸중,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 두통, 어지럼증 등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진료과입니다. 손발 저림 또한 그 핵심 영역 중 하나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안양샘병원 신경과 이석호 과장님으로부터 손발 저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말초신경이란 무엇일까?

손발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말초신경병증입니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로 이루어진 중추신경계에서 팔다리나 몸의 말단으로 뻗어나간 신경으로, 감각과 운동, 자율신경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 신경은 전기선을 닮았으며, 축삭(axon)이라는 신경섬유와 이를 감싸는 절연체 역할의 마이엘린 수초(Myelin Sheath)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각 자극이 피부에서 척수를 거쳐 뇌까지 전달되는 길목이 바로 말초신경이며,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감각 이상이나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말초신경은 우리 몸의 감각을 인식하고, 운동을 조절하며, 대소변이나 혈압 같은 자율신경 기능까지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 신경에 손상이 생기면 단순한 저림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증의 증상과 원인

말초신경병증은 크게 세 가지 신경계 증상으로 구분됩니다.

▸감각 증상 : 찌릿함,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화끈거림, 감각 저하 또는 과민감 등이 나타납니다.

▸운동 증상 : 근육 약화, 경련, 마비 등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 증상 : 대소변 조절 장애, 기립성 저혈압, 발기부전 등 신체의 자동 기능이 무너지게 됩니다.

말초신경병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당뇨병으로, 장기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이 손상되기 쉽습니다. 이 외에도 갑상선 기능 이상, 신장 및 간 질환, 알코올 중독, 항암치료의 부작용,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은 또 손상 양상에 따라 단신경병증, 다발신경병증, 다발성 단신경병증으로 나뉩니다.

▸단신경병증 : 한 부위의 신경에만 이상이 생긴 경우

▸다발신경병증 : 양측 여러 신경이 대칭적으로 손상

▸다발성 단신경병증 : 여러 신경이 비대칭적으로 각각 손상되는 것이 특징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 가장 흔하지만 방치되기 쉬운 질환

말초신경병증 중 가장 흔한 형태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겪는 증상으로, 특히 발끝이나 손끝에서 시작되는 저림이나 통증이 밤에 심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감각이 무뎌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나며, 심하면 균형 감각과 운동 기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자율신경 기능이 함께 손상되면 요실금, 변실금, 기립성 저혈압, 성기능 장애 등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증상이 동반됩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는 비율은 20%에 불과해 많은 환자들이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단을 위해 신경전도 검사와 근전도 검사, 자율신경 기능 검사 등을 시행하며, 일부 경우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신경 보호제나 통증 완화제를 통해 증상 조절을 병행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 - 반복적인 손 사용이 원인

또 다른 대표적인 단신경병증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입니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 예를 들면 주방 근무자, 바느질, 설거지, 포장업무 종사자 등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손바닥, 특히 엄지손가락과 둘째, 셋째 손가락에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나타나며, 물건을 놓치거나 밤에 손이 저려 깨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이는 손목에 위치한 정중신경이 반복적인 압박을 받아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정중신경은 손바닥 감각을 담당하며, 이를 누르는 손목의 인대가 붓거나 두꺼워지면 저림 증상이 나타납니다.

진단은 이학적 검사(틴넬 징후, 팔렌 검사)와 신경전도검사, 초음파 검사로 이루어지며, 치료는 손을 쉬게 하고, 손목 보호대 착용, 스테로이드 주사, 약물치료 등을 포함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절개하여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말초혈관장애 - 시리고 차가운 손발

손발 저림의 원인 중 혈관 질환에 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말초혈관장애는 손발이 시리고, 피부 색이 변하거나, 발가락·손가락이 차고 아픈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원활하지 않은 말초동맥질환은 흡연자, 당뇨병 환자, 고혈압·고지혈증 환자에서 자주 발생하며, 레이노 증후군처럼 온도 변화에 따라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도 흔히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유발 요인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 시에는 혈관 확장제 등의 약물치료가 사용됩니다.

▪뇌졸중 - 드물지만 중요한 중추신경 질환

손발 저림이 반드시 말초신경 문제만은 아닙니다. 때때로 뇌경색(뇌졸중)이 감각 이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감각 이상이 갑자기, 한쪽에만 발생한다면 반드시 중추신경계 문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60세 여성 환자가 갑자기 왼쪽 얼굴과 팔, 다리가 저려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MRI 검사 결과 뇌의 시상 부위에 작은 경색이 확인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감각만 이상하고 근력은 멀쩡한 경우라도 뇌경색일 수 있으므로, 갑작스러운 한쪽 저림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손발 저림은 피곤하거나 일시적인 순환 장애로 치부하기 쉬운 증상입니다. 그러나 반복되거나 만성화된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증, 손목터널증후군, 혈관 질환, 심지어 뇌졸중까지 다양한 원인과 증상 양상을 보이므로,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양샘병원 신경과는 이러한 복잡한 신경계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손발이 저리는 증상이 있다면, 그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마시고 꼭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석호 신경과장 프로필>

<진료분야>

두통, 어지러움증, 손/발 저림, 말초신경병증, 루게릭병, 뇌혈관 질환, 치매

<주요약력>

ㆍ現 안양샘병원 신경과 과장

ㆍ現 안양샘병원 QI실장

ㆍ맑은수병원 신경과 과장

ㆍ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외래교수

ㆍ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근전도, 유발전위) 인증의

ㆍ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말초신경질환 전임의

ㆍ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레지던트

ㆍ한양대학교병원 인턴

ㆍ한양대학교 의학대학원 석사

ㆍ한양대학교 의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