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가 바라본 한미 정상회담의 파워 마스가 조선

마스가 조선이 필요한 미국 트럼프 강자가 아니다

2025-08-26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8월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폭탄 발언에도 따뜻한 환대로 시작해 긍정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경제부터 안보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익을 걸고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 우리는 국익을 지켜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하게 된다.

한미 정상회담은 2시간 20분 한 140여 분간 진행됐고 예정보다 20분 정도 더 전행됐다. 시간은 충분했고,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였고 상호 두 정상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서로서로 추켜세워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서명용 볼펜을 왜 뺏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우호적인 모습이 정상회담 시작하기 3시간 전에 트루스소셜에 나온 문자 때문에 굉장히 긴장감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해소가 되고 해서 상당히 괜찮았다.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그림은 안보동맹, 군사동맹의 성격에서 경제동맹 쪽으로 많이 옮겨가는 흐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거론하지 않았던 사안이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이다.

첫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이 정상회담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만약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면 상당히 뒤끝이 작렬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두 번째로는 한미 간에 약속했던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에 대해서 이후에 큰 덤터기라든지 돌발적으로 엉뚱하게 우리가 떠안게 되는 부담이 없었다.

세 번째는 전략 유연성이라든지 혹은 농축산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닌 건 아니라고 NO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 가지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사실 두 정상이 만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있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일단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여러 가지 의제가 다뤄졌다. 개괄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올랐을까? 통상과 안보 두 가지이다. 통상과 안보인데 통상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나왔던 추가적인 새로운 논의는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마스가 프로젝트인 조선 협력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배경이다. 그것은 미국에 갈수록 위협이 되는 중국의 해군력에 대한 경각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가동 중이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n Great Again)'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넣어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의 중국에 대한 부상을 견제하려면 해군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냉전 이후 조선업 투자를 소홀히 해 온 데다 정부의 보호와 예산에 의존해온 미국 조선업체들이 오래전에 경쟁력을 상실해 함정의 건조와 수리 역량이 크게 퇴보했다.

미국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해군 함정은 물론이며 유사시 물자 수송 등에 필요한 상선조차 제때 충분히 건조할 수 없기에 미국이 주요 동맹이자 조선 강국인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국과 조선 협력을 추진했으나 외국산 선박 구매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와 조선업을 지역구에 둔 미국 정치인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별 진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한국 조선소에서 만든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주목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여기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하되 일부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게 하겠다는 의지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과의 협력에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미국의 현지 생산 여건이 너무 열악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조선소를 새로 짓더라도 당장은 고품질 선박을 경제성 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조선소의 낙후된 생산설비는 신규 투자로 개선한다고 해도 숙련된 노동력을 키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처럼 조선업체와 여러 부품 업체가 한 지역에 몰려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협력 초기에는 미국이 한국 조선소에 일부 선박을 발주하거나 한국에서 선박 공정의 상당 부분을 모듈형으로 제작한 뒤 미국으로 보내 미국에서는 최종 조립만 하는 방안 등이 제기돼왔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산 선박 구매는 한국 업체에 가장 유리하고, 미국 입장에서도 필요한 선박을 가장 빨리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에서도 동맹과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존스법과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등 외국 조선업체의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을 막아온 각종 법을 개정하고 폐지하자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통과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정책 고려나 관행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향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산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만큼 앞으로 행정 권한을 활용해 한국산 선박 구매를 허용하거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관철할 수 있다는 관측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의 조선 등 해양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범부처 계획 입안과 백악관 조선사무국 설치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국과의 조선 협력이 절실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해군 함정 숫자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미국 국방부는 작년에 발간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이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이며 그 숫자가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의회조사국, CRS에 따르면 미 해군은 올해 1월 기준 296척만 운용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2023년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래 전장 수요에 대응하려면 무인정 제외 381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30개년 건조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목표 달성을 낙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해군의 30개년 건조 계획상으로도 해군의 함정 숫자는 구형 함정이 퇴역하면서 2027년에 오히려 283척으로 감소했다가 2030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다.

미 조선업은 해군 함정뿐만 아니라 상선 건조에서도 너무 뒤처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집계에 따르면 2024년에 미국은 세계 민간 선박 건조량의 0.1%를 차지했다.

중국의 점유율이 53.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한국으로 29.1%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2차 세계 대전 때 우리는 하루에 한 척을 건조했는데 오늘 우리는 더 이상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다. 그건 말도 안 된다"라며 개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