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누가 왕이 되는가》(조성일 지음, 가디언 펴냄)

스릴과 반전이 넘치는 숨 막히는 조선 왕 즉위기

2025-02-26     강신형 기자
《누가 왕이 되는가》 표지.

 

[CEONEWS=강신형 기자] 지금 많은 사람의 관심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까에 쏠린다.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이지만 조기 대선이란 용어가 먼저 여론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기 대선을 한다면 누굴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이럴 땐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때마침 나온 누가 왕이 되는가(조성일 지음, 가디언 펴냄)가 특별하게 와닿는다.

이 책은 조선 왕 모두의 즉위기를 담고 있는데, 스릴과 반전의 숨 막히는 서사가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조선 왕은 창업자 태조 이성계부터 26대 고종 이명복까지 모두 26명이다. 우리는 이들 조선 왕의 즉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유튜브든, 여러 미디어의 단골 소재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역사 상식은 편식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었다.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인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복수와 혈투의 서사를 갖고 있는 몇몇 왕들의 즉위기만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 왕 26명 중 단 한 명도 쉽게 왕위에 오른 왕이 없다고 말했다. 왕실의 법도에 따라 다음 왕이 될 세자가 누구인지 분명한 적장자가 있어도, 갖은 수단을 다해 세자 자리를 흔들었다. 때로는 세자를 폐하여 다른 왕자를 내세우는가 하면, 동생이 아들로 입적하거나, 손자가 왕위를 계승하기도 한다. 스릴과 반전의 대서사가 펼쳐졌다. 오죽하면 조선 왕 26명 중 적장자가 왕위를 계승한 경우가 고작 여덟 명에 불과했을까.

조선의 왕위 계승권은 적장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적장자를 제외한 왕위 계승 서열 같은 게 없다. 이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암투가 성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조선 왕 즉위기는 핏빛 가득한 숨 막히는 왕 여인들의 쟁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왕의 즉위기는 단순한 왕의 가계도로만 이해할 수 없다. 행간을 가득 채운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살펴봐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부터 그래서 조선에서는 여러 차례 왕위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정변이 일어난다. 왕자의 난, 계유정난, 중종반정, 인조반정. 유교 질서로는 이 같은 정변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왕자의 난과 계유정난은 왕이 되고 싶은 왕족이 선위의 형식을 빌려 완력으로 왕을 끌어 내렸다. 이건 유교 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일어났다. 그래서인지 당시 왕자의 난이나 계유정난은 언급해서는 안 될 뜨거운 감자였다.

반면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은 그 성격이 다르다. ‘반정(反正)’은 잘못된 걸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조선 후기로 가면서 왕위를 둘러싼 암투는 더욱 치열해진다. 적통의 대가 끊긴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14대 선조는 조선 왕 역사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선조는 명종의 먼 친척이었다. 여기다 서자였다. 하지만 선조의 즉위를 둘러싸고 큰 잡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후 조선 왕실은 방계승통의 역사가 시작된다.

조선 왕의 마지막은 고종이 장식했다. 즉위기부터 드라마틱했던 고종은 숱한 이야기를 만들며 500년 역사 조선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고 고종은 1897년 환구단에 올라 새로운 국가 대한제국을 선포하여 스스로 초대 황제가 된다.

조선 왕 즉위기가 빚어내는 서사는 우리 현대사의 곳곳에서 반복하고 있다. 치열한 암투는 결국 우리의 국체를 좀 먹고, 우리나라를 피폐하게 만든다. 이런 비극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책의 조선 왕 즉위기를 일독할 명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