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자서전 쓰기 ⑮ 자료 수집의 필요성

자료를 찾아 기억을 복원하라

2025-02-26     조성일 기자

 

[CEONEWS=조성일 기자]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바로 기억하는 사실을 검증하고, 다른 사람의 증언 등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내가 내 이야기를 쓰는데 검증이나 증언이 왜 필요한가. 내가 한 일을 내가 알지 누가 알겠는가. 자서전을 쓰려고 맘먹은 사람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우리의 기억력은 자서전을 쓰기에 충분할 만큼의 자료를 저장해 두지 못한다. 사람은 사흘이 지나면 배운 내용의 80%를 잊어버리고, 3주가 지나면 대부분을 기억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삶의 기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또렷이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자신에게 특별히 영향을 미친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기억할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일상적인 일이라면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한다.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도 다반사다. 기억력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조금 더 많이 기억할 뿐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모든 일을 다 또렷이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부족한 자료들은 발품을 팔아 찾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희미한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자서전은 1차로 나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작업이지만, 결국 자료와 싸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자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자서전의 양과 질 모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건 참으로 묘하다. 전혀 기억나지 않다가도 뭔가 동기가 있으면 너무도 생생하게 재현이 가능할 정도로 떠오른다.

기억을 되살려 주는 동기에는 사진이나 일기, 수첩의 메모, 아니면 친구나 지인들과 수다 같은 것들이 있다.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무심코 보다가 사진 찍을 때 있었던 일들이 영사관에서 필름을 돌리듯 스쳐 지나간다. 일정을 적어놓은 수첩의 메모에서 잊고 지냈던 사람이 떠올려진다.

친구나 지인들과 나누는 수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억 복원 방법이다. 여럿이 어울려 웃고 불고 떠들다 보면 당시 있었던 사건 속으로의 시간여행을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소한 것까지도 기억 속에 재현되면서 바로 그 당시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 장면이 생생하고 상세하다.

그래도 잊었던 기억을 모두 되살릴 수는 없다. 잊힌 기억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 기억하기 싫은 일들에 대해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만 기억하는 등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을 개연성도 높다.

그래서 나의 삶과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고, 잊힌 부분을 복원해야 한다.

또 나의 삶 일부를 보냈던 곳, 이를테면, 나고 자란 고향이나 학교 다니던 곳, 직장 때문에 근무하던 곳 등 이런 공간들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취재해서 기억에서 사라진 당시의 모습을 복원해 놓아야 한다. 아울러 옛날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증언은 물론이거니와 사진이나 기록물을 수집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자료 수집 및 취재, 인터뷰 과정은 자서전에 쓸 매우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많이 하면 할수록 그 결과는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혹자는 뭐 그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자서전을 쓸 것 있느냐, 그냥 내가 기억하는 것만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기억 수첩에 불과하다. 자서전이라 하기엔 여러 가지로 함량이 부족하다. 물론 그렇게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긴 낫다. 그렇게 하나하나 기억을 메모하다 보면 잊힌 기억들이 떠올려지기도 하고, 쓰는 재미가 붙으면 제대로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

이제까지 우리는 자서전에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해 기획했다. 이 기획에 따르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