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대기자의 자서전 쓰기] ⑱ 인터뷰
다른 사람의 기억도 수집하라
[CEONEWS=조성일 기자] 지금까지 기록이나 문서 등 수집이 가능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도 찾을 수 없는 자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찾으면 된다. 내 삶을 지켜보아 온 가족, 지인은 물론, 나와 관련된 특정한 사건의 관련자를 만나 증언을 듣거나 현장답사를 하여 수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모으는 작업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메일이나 편지 등 글로 받는 경우이다. 어느 경우이든 이쪽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것이므로 ‘인터뷰’라고 칭하기로 하자.
인터뷰는 어떤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거기에 대해 답을 듣는 행위이다. 보통 인터뷰라고 하면 신문이나 방송의 기자들이 하는 공적인 인터뷰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인터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있다.
인터뷰는 사람에게서 듣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이고 생생하다. 자서전 쓰기에 좋은 영감이자 활력소가 되어준다.
또한 인터뷰는 부정확한 나의 기억을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들이 모여 예전에 있었던 기억 하나를 끄집어내어 추억여행을 했을 때를 상기해 보자. 열에 아홉은 그 기억들이 제각각이고, 사실관계도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도 나에게 유리한 것, 또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는 내 기억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인터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해야 할 일은 인터뷰를 통해 보충이 필요한 내용과 이를 보충해 줄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 대상) 목록부터 작성해야 한다. 무작정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할 수는 없다. 필요한 내용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미리 필요한 내용과 만날 사람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이 좋다.
그럼 인터뷰이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 ‘인터뷰이 찾기’는 인터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첫 번째 핵심 요소이므로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뷰이를 정할 때는 우선 그 사건(일)과 직접 관련 있는 핵심 당사자를 우선 대상자로 삼는다. 만약 핵심 당사자와 인터뷰가 어렵다면 그 중요도에 따라 다른 관련자들을 찾아 나가면 된다. 그래도 없으면 제삼자라도 그 사건에 대해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인터뷰이가 결정되면 인터뷰어(나)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나서게 되는데, 인터뷰이가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사전에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등 제대로 ‘인터뷰 섭외’를 해야 한다. 친구와 인터뷰를 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가 인터뷰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원하는 정보만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인터뷰니 뭐니 하는 것이 쑥스럽다는 이유로 술이나 한잔 하자는 식으로 평소의 만남 약속을 하듯이 하고서 만나게 되면, 이야기는 자꾸 옆길로 새고 회포를 푸는 사이 만남의 목적이 실종되기 쉽다. 그래서 가능하면 술 마시면서 하는 인터뷰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흔히 기자들 인터뷰 요령에 교과서처럼 언급되는 ‘3W’란 게 있다. 누구(Who)와 언제(When), 어디(Where)에서 인터뷰 할 것인가. 인터뷰이가 사건의 핵심을 증언해줄 사람인가, 인터뷰이를 가능한 시간에 만날 수 있는가, 미묘한 얘기도 해줄 수 있는 장소인가, 하는 점이 인터뷰의 성공 여부를 담보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앞에서 얘기했듯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인터뷰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미리 질문지를 작성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자는 굳이 질문지까지 작성할 것 있느냐,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할 이야기는 다 나오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질문지 사전 작성은 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질문지를 준비하다보면 내가 미리 그 주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어뷰이와 서로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엔 무리해서 대면 인터뷰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인터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가 전화 인터뷰이다. 말을 주고받는 수단이 전화인 것뿐이지 대면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메일활용도 좋은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나 나에 관한 얘기를 듣는 행위이지만, 진실을 바탕으로 써야 하는 자서전 집필 자료로는 이보다 더 생생한 증언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신경쓰고 신경써서 인터뷰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