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시원해야 맛있는 이유
[CEONEWS=김병조 기자] 계절별로 적합한 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마시는 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게 마시는 술을 많이 먹는 편이다.
그런데 술에 따라서는 시원해야 맛있는 술이 있고, 그냥 상온 상태로 마셔도 맛있는 술이 따로 있다. 맥주와 화이트 와인은 차게 마시면 좋고, 레드 와인이나 위스키는 상온에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중국과학원이 학술지 ‘매터(Matter)’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맥주에 들어있는 알코올의 가장 흔한 형태 에탄올이 온도에 따라 달리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농도가 다양한 에탄올이 섞인 여러 용액의 ‘접촉각(contact angle)’을 측정해봤다. 접촉각은 액체가 고체와 접촉할 때 생기는 각도로, 물과 친화력이 약한 소수성(hydrophobicity)과 그 반대 성질인 친수성(hydrophilicity)을 나타내는 측정치다.
연구 결과, 농도가 낮으면 에탄올이 물 분자 주변에 피라미드 모양 군집을 더 많이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농도가 높으면 에탄올이 마치 사슬처럼 끝이 잇따라 연결되는 배열 구조를 이뤘다.
그런데 이렇게 물과 에탄올 분자가 형성하는 형태는 온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의 알코올 도수와 비슷한 에탄올 5% 용액을 섭씨 5도로 냉각했더니 사슬 모양 구조가 뚜렷하게 늘어 에탄올 맛이 강해졌다. 에탄올은 쌉싸름하면서 살짝 달콤한 맛이 특징인데, 차가운 맥주에서도 에탄올 특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맥주의 향과 탄산감도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맥주는 종류에 따라 다양한 향이 있는데, 차갑게 하면 짙어진다. 또한, 온도가 적당히 낮은 곳에 보관하면 탄산감을 상승시켜 청량감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맥주 쿠어스는 이런 온도 영향에 착안해 변온 잉크를 이용해 표면 상표에 그려져 있는 산 모양 색깔이 달라지게 인쇄해 놓았다. 냉장 온도가 섭씨 4도가 되면 산 색깔이 푸르게 변해(turn blue) 마시기에 가장 좋은 상태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폭염의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