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 편의점의 역사와 현주소

1인 가구의 냉장고가 된 편의점 24시간 깨어있는 동네 이웃의 어제와 오늘

2025-09-16     김병조 기자

[CEONEWS=김병조 기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문이 열려 있는 곳, 생필품과 먹거리는 물론 은행 역할까지 하는 데가 편의점이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 중에서는 백화점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대한민국 편의점의 역사와 현주소를 진단한다.

대한민국 편의점의 역사

세계 최초의 편의점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1920년대 교외의 농산물 유통업자가 신선식품 매장을 낸 것이 기원이다. 이후 미국의 편의점들은 도시로 진출하고, 아파트 밀집 지역이나 번화가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점포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편의점들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24시간 운영체제를 도입했다. 유럽 역시 비슷한 시기에 도심의 잡화점들이 점차 편의점 형태로 변모했다.

1920~3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편의점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21123일 롯데쇼핑이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시장 앞에 개점한 롯데세븐’ 1호점이 최초다. 미국에 비하면 60여 년이나 늦은 셈이다. 그러나 롯데세븐은 3호점을 끝으로 19844월경 모두 폐쇄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신공영 계열이었던 뉴코아편의점도 한신아파트 단지에 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롯데세븐 폐점 이후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폐점했다.

그 후 국내에 실질적으로 편의점이 널리 퍼진 시기는 1989년이다. 동화산업이 사우스랜드사와 제휴해 코리아세븐을 설립하고, 19895세븐일레븐’ 1호점인 올림픽점을 개점한 후부터이다. 지금은 롯데그룹이 코리아세븐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0년 훼미리마트(CU)LG유통(GS25) 등이 등장하며 판이 커졌다.

국내에 편의점 붐이 일기 시작한 계기는 1992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질투때문이었다. 톱스타 최수종과 최진실이 극 중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데이트하던 곳이 편의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편의점 변천사

편리하지만 비싼 곳으로 시작

도입 초기에는 편의점이라는 업태가 생소해서 서구식 소매점이나 미국식 구멍가게라는 설명이 붙었다.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 슈퍼마켓에서 물건값의 10%를 판매자 재량으로 깎아줘 편의점 물건이 일반 슈퍼보다 비싸다는 원성을 들었다. 그래도 밝은 매장 분위기와 24시간 문을 연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확산됐다. 컵라면과 바나나우유의 인기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편의점 1호점이 등장한 지 4년 만인 19931000호점을 돌파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매출이 뒷걸음질친 것을 빼고는 2000년 이후 편의점 산업은 매년 성장했다. ·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삼각김밥과 샌드위치가 대중화하며 매출 증가율이 40%를 넘었다.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18년 만인 20071만호점 시대를 열었다. 2008년엔 지하철역과 한강공원에도 편의점이 들어섰다. 2009년부터 편의점에서 세금을 낼 수 있게 됐고, 2010년엔 국제택배 서비스까지 가능해졌다.

2011년 이후 편의점업계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서 한때 10여개에 달한 편의점 브랜드는 CUGS25, 세븐일레븐 3’ 체제로 재편됐다. 대형 편의점들은 자체 상표(PB) 상품을 강화하고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동네 슈퍼에서는 편의점이 들어오면 장사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막상 편의점이 들어오고 나니 그렇지도 않았다. 이유는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삼각김밥이나 음료수 한두 캔 정도야 살 만했지만 다른 것들은 슈퍼나 마트보다 훨씬 비쌌다. 한밤중에 급하게 필요한 게 있을 때, 슈퍼엔 없는 신기한 제품들을 사러 가는 곳이 편의점이었다.

초기에는 1+1 등의 마케팅이 없던 시절이라 편의점은 무척이나 비싼 슈퍼였던 셈이다. 그렇게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은 편리하지만 비싼 곳으로 인식됐다.

비싼 슈퍼‘1인가구 냉장고로 변모

편의점이 '비싼 채널'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제품을 제조사로부터 매입해 판매하는 데다가, 24시간 운영이 원칙인 편의점은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편의점 업계 1위였던 세븐일레븐은 2005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다가 2006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당시 영업이익률이 0.24%에 불과했다. 이후 2009년까지 0%대 이익률을 기록하다가 2010년이 돼서야 겨우 3%대로 올라섰다. 그만큼 편의점은 돈 벌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었다.

그랬던 편의점들이 '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기존 제조사들의 제품을 받아서 팔기만 하다가 브랜딩부터 상품 구성까지 직접 하게 되면서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GS25'혜자 도시락''혜자롭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가성비의 대명사가 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PB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편의점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이 전략적으로 내놓는 초저가 PB제품들은 그 어떤 채널보다 저렴하다. 이젠 농심이나 오뚜기가 시도할 수 없는 400원대 라면을 내놓는 게 편의점이다.

여기에 소량으로 판매하는 전략이 급증한 1인 가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면서 편의점은 이제 1인 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초기 편의점의 주요 고객은 젊은 층이었지만, 이제는 40~50대도 편의점의 주요 고객이 되었기 때문에 편의점 성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한국 편의점의 현주소

2024년 기준 우리나라 4대 편의점인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전체 점포 수는 55,552개에 달한다. GS2518,812, CU 18,458, 세븐일레븐 12,152, 이마트24 6,130개 등이다. 4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총 277,863억 원이나 된다.

양적 성장과 함께 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이뤄졌다.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편의점에서 금융 업무나 관공서 민원이 가능해졌다. 택배,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화 매장 출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스포츠나 주류 특화 매장 등이 등장했다.

PB 제품 확대도 편의점 업계의 야심작이다. 요즘에는 PB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기도 한다. 카페로 변신한 곳도 있다. 기존의 매장은 유지하되 소비자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변화를 꾀했다. 말하자면 편의점이 새로운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제 편의점은 슬세권즉 슬리퍼를 신고 오갈 수 있는 곳으로 떠올랐다.

최근 CNN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편의점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 기사를 보면 한국 편의점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 편의점 수를 조명하며,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CNN은 한국 편의점을 다양한 서비스가 집약된 '원스톱 쇼핑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CNN은 한국 편의점의 성공 요인으로 극도의 편의성, 1인 가구 증가와 인구의 도시 밀집 현상,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결합을 꼽았다. 그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식료품점 관광(Grocery store tourism)' 열풍이 편의점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CNN이 편의점 성공 요인으로 꼽은 1인 가구 증가와 도시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편의점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멈추지 않는 편의점의 진화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 등극 초읽기

국내 도입 40년을 넘기면서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김밥과 도시락을 먹는 식당, 각종 밀키트를 판매하는 매장, 다양한 음식을 각자의 입맛으로 재조합한 모디슈머의 활동 거점일 뿐만 아니라, 택배를 보내고 받는 택배영업소와 은행 업무까지 볼 수 있는 멀티 공간이 되었다.

편의점이 이렇게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시대의 변화를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작지만 빠른, 그것이 편의점이 지금처럼 강력해진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 빅3 부문(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1위는 늘 백화점이었는데 이제 편의점이 매출에서 턱밑까지 쫓아왔고, 최근 수년간의 추세로 볼 때 올해가 지나면 백화점을 앞서 역전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의 원스톱 서비스, 모든 리테일 위협

지역 곳곳을 세밀하게 연결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는 편의점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편의점이 가진 원스톱 서비스는 금융과 소매 유통, F&B, 각종 생활 서비스 산업을 끌어들이며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안 되는 게 없는 편의점으로 진화할수록 오프라인의 수많은 상점은 존재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블랙홀이자 골목상권의 멀티플레이어가 바로 편의점이다.

외국 관광객의 핫플이 된 편의점

최근엔 편의점이 외국인들의 K 쇼핑 핫플레이스로도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의점을 필수코스로 여기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 있는 편의점은 매출이 3배나 상승했다. 편의점에서의 알리페이 결제량은 수년 전부터 계속 급증세였는데, 팬데믹 기간 잠시 주춤하다가 엔데믹이 된 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과거와 달리 특정 동네뿐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이동하고, 지방으로도 이동하는데 이제 전국 어느 편의점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의 편의점은 전 세계의 미래

어쩌면 전 세계가 만날 미래의 편의점을 이미 한국에선 현재에 만나고 있다. 적어도 편의점의 진화에서만큼은 우린 지금 전 세계인의 미래를 산다. 편의점이 AI나 로봇으로 본격 운영되는 미래도 한국에서 먼저 만날 것이다. 우린 지금 편의점의 나라에 살고 있다. 한국은 1인 가구 비중이 전 국민의 1/3이 넘고, 65세 이상 인구도 1/5이 넘는다.

1인 가구가 편의점에서 장을 보듯, 노인 인구도 멀리 장 보러 가기보단 집 가까운 편의점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한다. 일본이 먼저 그렇게 되었고, 우리도 지금 그렇게 되어간다. 편의점이 점점 더 커질 이유는 충분히 많고, 편의점 업계는 진화를 하며 더 성장하려 한다. 그렇기에 진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4대 편의점의 실적 분석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선발업체인 GS25CU, 세븐일레븐의 3강 구도에 이마트24가 후발주자로 앞선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4년 기준 4대 편의점의 매장 수는 GS25가 가장 많은 18,812개이고, 이어서 CU 18,458, 세븐일레븐 12,152, 그리고 후발 업체인 이마트246,130개다.

2024년 기준 매출(연결기준)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116,269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86,988억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52,975억원,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이마트2421,631억원이다.

GS25CU는 매장 수에 있어서 18,812개와 18,458개로 큰 차이가 없는데, 매출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GS리테일의 경우 GS25 외에도 수퍼 부문에서 16,081억원, 홈쇼핑 부문에서 1521억원 등 다른 종속회사의 매출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의점 부문만 따지면 GS25의 매출은 86,660억원이고 CU의 매출은 85,921억원으로 739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GS25가 매출도 가장 많은 1위 업체라고 할 수 있다. 가맹점당 평균매출을 비교해보면 어느 브랜드가 더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데, 2023년 기준 CU의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62,797만원으로 평당 2,658만원이지만, GS25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비교 불가능하다.

4대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의 최근 3년 실적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결기준 자료를 근거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