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한국의 최종 선택은?
3,500억 달러 투자하고 관세 15%냐, 투자하지 않고 25%냐, 아니면 절충이냐
[CEONEWS=김병조 기자]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관세를 15%로 낮추는 것보다 미국에 투자를 하지 않고 관세를 25% 부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분석해 본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투자 비용과 관세 부담 간의 기회비용 비교, 정치·외교적 효과, 그리고 산업별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단순 경제적 계산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공장 건설·고용·R&D 설비 확대를 포함한다. 다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본국이 아닌 해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경우 관세율은 25%에서 15%로 10%포인트 절감 효과가 생긴다. 예를 들어 연간 對美 수출액이 1,000억 달러라면 관세 절감액은 약 100억 달러이다. 이 효과를 10년간 누린다고 가정해도 1,000억 달러 규모이지, 3,500억 달러라는 직접 투자액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
즉, 단순 숫자로만 보면 "투자 대신 25% 관세를 감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전략적 고려
그러나 국제 경제 협상은 단순 수치 계산을 넘어선다. 미국 내에 생산 거점을 두면 관세 장벽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 즉, 관세 협상 여부와 무관하게 ‘현지 생산 → 현지 판매’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장 접근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안보 동맹국인 한국에 공급망 재편 참여를 강하게 요구한다. 투자가 단순 경제 논리를 넘어 안보·외교적 지렛대로 작용한다. 정치적 리스크 관리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미국 내 투자로 고용 창출 효과가 부각하면, 미국 내 소비자·정부·투자자 인식이 개선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글로벌 입지를 강화한다. 기술과 브랜드 효과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 한국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보조금·세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투자=손실’로 보기 어렵다.
중소·하청 기업의 경우는 미국 투자가 대기업 위주로 이뤄질 경우, 한국 내 일자리 및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외교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미국에 투자하지 않고 관세 25%를 감수한다면 단기 비용은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입지 축소, 중국과의 경쟁 불리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종합 평가
단기 경제 논리로 보면, 투자하지 않고 관세를 감수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장기 전략 논리로 보면, 미국 내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호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현실적인 정책·기업 전략은 부분적 투자 + 선택적 관세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3,500억 달러를 전액 투자하기보다는, 전략적 핵심 산업(반도체·배터리)에 한정해 투자를 집중하고,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협상하거나 감수하는 절충형 접근이 합리적이다.
결론적으로 단순 비용 절감만 본다면 "투자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맞다. 그러나 외교·안보·공급망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일정 수준의 투자를 피할 수 없으며, 결국 관세 협상의 핵심은 투자액 규모가 아니라 "투자와 보조금 혜택의 균형"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 움직임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이 훼손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헌법에 정부 재정 부담 시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근거로 국회 동의 과정을 거치려는 태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하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냐?”는 질의에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취지의 질문에 “국민의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국회에 와서 설명을 히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고 이 점을 미국 측에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여차하면 국회 인준을 핑계로 다른 선택을 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