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곽재선 KG모빌이언스 회장의 '뻔뻔한 사익편취'

한국 재벌의 DNA는 여전?

2025-09-18     김소영 기자
김소영 CEONEWS 부장

[CEONEWS=김소영 기자] 또 다른 재벌 2세의 전형적인 '내 집 마련' 스토리가 공개됐다. 이번엔 KG모빌리언스다.  곽재선 회장이 회사 돈 11억으로 집을 짓고, 헐값에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뒤, 3년간 이를 숨겼다는 의혹이 터졌다. 한국 재벌가의 '회사 돈은 내 돈' 공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충격적 현실이다.

2013년, 곽재선 회장 부부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 땅을 매입했다. 그런데 그 위에 올라간 고급 주택은 누가 지었을까? 바로 KG모빌리언스가 회사 돈 11억 원을 털어 건설했다. 곽 회장은 완공된 집에 월세 500만 원을 내며 거주하다가, 2016년 이 집을 10억 6천만 원에 '매입'했다. 회사는 순식간에 8,700만 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남의 돈으로 집 짓고, 헐값에 사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이보다 더 완벽한 사익편취가 있을까?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마법 같은 거래'를 3년간 숨겼다는 점이다. 2016년 이사회에서는 '이사와 회사 간 부동산 매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둘러댔고, 2017년 사업보고서에는 '임직원 유무형자산 매각'이라고만 기재했다. 최대주주가 회사 자산을 헐값에 가져간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얘기다. 그런데 2019년, KG그룹이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갑자기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며 모든 사실을 공개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일까?

답은 명확하다. 대기업 지정되면 특수관계자 거래 감시가 강화되니까, 미리 '자수'해서 봐달라는 꼼수였던 것이다. 3년간 숨겨온 사실을 규제 강화 직전에 털어놓는다? 이게 바로 한국 재벌들의 전형적인 '눈치 보기' 전략이다.

KG그룹 측은 곽 회장이 3년간 월세 500만 원씩 총 1억 8천만 원을 냈으니 회사 손실이 상쇄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궤변이 또 어디 있나? 11억으로 지은 집을 10억에 팔아 8,700만 원 손해를 본 상황에서, 월세 1억 8천만 원을 받았다고 해서 그 손해가 없어지는 건가? 게다가 감가상각비, 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회사 손실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남의 차를 몰래 가져다가 주유비만 내고 "내가 기름값 냈으니 괜찮지 않냐"고 우기는 격이다. 뻔뻔함의 끝판왕이 따로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명백한 범죄다. 첫째, 업무상 배임죄다. 회사 자금으로 건설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형법 제356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둘째,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중요한 특수관계자 거래 사실을 3년간 고의로 은폐하고, 허위·누락 기재했다. 이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수익의 3~5배 벌금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곽재선 회장과 관련 임직원들의 법적 책임 추궁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 재벌들의 '회사 돈은 내 돈' DNA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삼성, 현대, LG 등 굵직한 재벌가들이 온갖 사익편취 스캔들을 겪고도, 중견 기업들은 여전히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대주주 일가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회사를 이용하는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곽재선 회장의 이번 행태는 한국 재벌 경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다. 회사 돈으로 고급 주택을 짓고, 헐값에 사들이고, 그 사실을 숨기고, 들키면 "월세 냈으니 괜찮다"고 우기는 뻔뻔함까지. 시장의 심판은 냉정하다. KG모빌리언스 주주와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대주주 일가의 '내 집 마련'에 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으니 당연하다. 이런 사익편취는 결국 기업 가치 하락과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 투명경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곽재선 회장의 개인 욕심이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셈이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이런 사익편취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집단 지정 직전 '눈치 보기' 공시 정정 같은 꼼수는 오히려 중형 가중 사유로 봐야 한다. 고의성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KG모빌리언스와 곽재선 회장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고, 관련 임직원들을 문책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다.

곽재선 회장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많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런 구시대적 재벌 DNA를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더 이상의 관대함은 없다. 시장과 법의 냉정한 심판만이 한국 경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 곽재선 회장과 KG모빌리언스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