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칼럼] SM그룹, UBC울산방송 공공성 유린
'토건 자본에 농락당한 지역 방송사’라는 오명 벗어야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대한민국 방송 역사의 한 단면이 부끄럽게도 토건 재벌의 ‘로비 도구’로 전락하는 현장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SM그룹이 울산 지역 지상파 민영방송사인 UBC울산방송의 최대주주가 된 지난 6년은 방송사 공공성의 추락과 계열사 사익 추구의 무차별 난무가 겹쳐진 암흑기였다.
2019년 4월 SM그룹은 UBC 지분 30%를 사들이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산 10조원 초과 금지”와 “아낌없는 투자”,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를 약속했다. 지역 프로그램 강화로 공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약속의 ‘완전한 배신’ 그 자체였다.
첫 단추부터 꼬였다. SM그룹은 UBC가 보유한 유보금 150억 원을 서울 수유리 부동산 매입에 동원했다. 이 부동산은 6년째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 중이며, 이는 곧 방송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한때 방송사의 자산을 ‘빼돌린’ 행태로도 볼 수 있다. 지역 공익과는 아무 상관없는 서울 땅 사들여 묶어두고, 그동안 지역 시청자와 구성원들이 겪어야 했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SM그룹 회장이 직접 임원에게 “UBC 사장을 앞세워 지역민방협회를 통해 로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방송사 수장을 ‘앞잡이’로 전락시켜 계열 건설사 인허가 민원 해결의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은 철저히 무시됐다. 공공재인 방송사를 계열사 로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언론 권력의 사유화’이자 ‘토건 카르텔의 음습한 결탁’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울산 옥동 신사옥 복합타운 시공권을 공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점이다. 총 공사비 1750억 원 규모의 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SM그룹은 약 260억 원의 추정 시공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기업의 공정거래 원칙을 우습게 본 처사이자, 지역 방송사의 미래를 담보로 한 일종의 ‘이권 챙기기’다.
2023년에는 UBC 자회사 ‘UBC플러스’가 분양한 아파트 분양대금 155억 원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SM그룹 계열사 ‘케이엘 홀딩스’에 대여했다가 겨우 반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송사의 공익 자산이 무책임하게 계열사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자산 유용’은 명백히 방송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이며, 방송사의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 파괴 행위다.
SM그룹은 2021년 자산 10조원 한도 초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4차례 시정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 방통위가 의결권을 10%로 제한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음에도, SM그룹은 여전히 주요 경영권을 행사하며 방송사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다. 결국 올해 3월 방통위는 SM그룹을 형사 고발했으며, 8월 말에야 뒤늦게 지분 매각 광고를 낸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방송사의 경쟁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도 최악이다.
실제로 UBC는 280억 원이 넘던 사내 유보금을 5년 만에 모두 소진했고, 차입 경영에 몰렸다. 토요일 뉴스는 폐지됐으며, 젊은 기자들의 이탈은 줄을 잇는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민 서비스라는 출발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SM그룹은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라는 허울 좋은 약속을 입에 올린 지 6년 만에 ‘먹튀’ 자본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언론사 최대주주가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마저 저버리고, 방송사 자산과 인력을 ‘착취’하며 ‘토건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현실은 개탄을 넘어 경악이다. 사익을 위해 공공재를 농락하는 이 같은 ‘부도덕한 전횡’은 언론과 방송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든다.
UBC 사장과 임원진이 ‘계열사 인허가 민원 해결 로비’를 직접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행태는 명백한 직권 남용이며, 언론 본연의 사명을 훼손하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 SM그룹의 이익만을 위해 방송사를 무기화한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 사법기관이 나서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법적 심판을 내려야 한다. SM그룹의 불법 행위와 자산 유용, 그리고 방송사 로비 창구화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엄중히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지역 방송사가 거대 자본의 ‘로비 도구’와 ‘이권 나눠먹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재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와 책임을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SM그룹은 지금이라도 지상파 방송사 최대주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과 윤리를 되찾고, 그동안 훼손한 UBC울산방송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원상복구하는 데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건 자본에 농락당한 지역 방송사’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