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곤충극장, 한미 관세전쟁 마침표를 못 찍고 국제 여론 환기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경제 대공황이 시작됐고, 유럽 곳곳에는 전체주의가 득세했다. 불평등과 차별, 인종주의와 전체주의가 만연한 이 시기에 차페크는 많은 희곡과 소설을 집필했다. 그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형 요제프와 함께 창작한 '곤충극장'이었다. 곤충의 세계를 여행하게 된 인간 관찰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곤충들의 습성을 통해 인간들의 부조리한 욕망을 풍자했다.
무가치한 똥에 일생을 다 바치는 쇠똥구리, 타자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아 연명하는 말벌들, 무분별한 성적 유희에 삶을 탕진하는 나비들, 조직적으로 전투를 벌이면서 살상에 중독된 전투개미 등 '곤충극장'에 등장하는 무수한 곤충들은 모두 어리석은 미국 트럼프의 탐욕한 모습을 닮았다.
최근 이슈화된 한미 관세전쟁은 미국 트럼프에 대한 관련 이슈가 어리석은 곤충처럼 우리나라의 무역과 산업,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전쟁에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2025년 들어 미국이 상호관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한미 간 관세 분쟁이 격화되었고, 한국은 외신 보도와 국제 공조를 활용해 국제 여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협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한미 관세 분쟁의 전개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이다. 2025년 2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광범위한 품목에 대해 10% 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4월에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의 불합리한 조치를 비판하며, 필요시 관세를 감수하고라도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까지 거론하며 국내 여론을 환기하고, 외신을 통해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관세 협상은 이후 한미 양국에 의해 진행했고, 2025년 8월 초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투자에 대한 의견 차이를 국제 여론을 통해 환기하고 있다.
국제 여론의 환기에 대한 일환으로 유엔총회 활용이다. 2025년 9월,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국제 여론을 환기하고,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이다.
외신 및 여론조사이다. 외신과 국제 여론조사 기관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글로벌 호감도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관세 정책을 유지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제기구에 대한 제소이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사례처럼,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는 세계무역기구 WTO에 이미 제소되었으며, 패널에서 WTO 협정 불합치 판단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WTO 상소기구 기능을 마비시키면서 분쟁 해결 가능성은 미미한 상태이다.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관세 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25년 PwC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전쟁으로 인해 EU, 중국, 한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유럽도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내렸다. 대미 무역 합의 문서화 진통 속에 아직 25% 차 관세를 물고 있는 한국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상 우위에 서게 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고강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선 "미국 요구 조건을 그대로 수용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 했다. 22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선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 했다.
외신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비판적인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 요구가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을 거론하며 국내 여론 결집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대내외 여론전을 펼쳐야 할 만큼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전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전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 약 486조 원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외환보유액의 약 84%에 달하는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출자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환율 급등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의 체결에 부정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도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일본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을 보유 중이고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체결 중이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 3,044억 달러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대미 현금 투자 규모를 따지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혈맹 간 합리성 믿어 수위는 조절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불안정한 상황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현금 투자와 같은 방식은 최대한 방어하면서도 자동차 산업 등 국내 기업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유엔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를 협상 타결 목표 시한으로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포기 의향에 대한 질문에 "혈맹 간에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감정을 자극한 미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도 있다. 미 이민당국의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에 우리 국민들이 분노했고,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일이 한미 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완급을 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근로자 체류 허용 조치를 평가하면서 "이번 단속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로 믿는다"라고 했다. BBC 인터뷰에선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이 겪은 가혹한 처우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합의문 필요 없는 잘 된 협상"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신 발언은 의도된 발언은 아니지만 외신을 메시지 창구로 활용했다. 미국을 겨냥하면서 동시에 국내에도 엄중한 협상 상황을 정확히 알리겠다는 의도이다.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된 협상"이라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표와는 달라진 태도이다.
국익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정부 협상팀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줌으로써 정부 협상팀은 국익 방어의 명분이 있다.
최근 동향은 관세 협상의 절차적인 타결에 대한 국내 여론은 좋다. 2025년 8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 이후 국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3.9%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높아지는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관세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고는 또한 높은 관세로 인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경제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