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주류 공룡’ 하이트진로의 어제와 오늘

소주 1등 ‘진로’와 맥주 1등 ‘하이트’의 결합 ‘주류 공룡’임에도 영업이익률 급감

2025-10-15     김병조 기자

[CEONEWS=김병조 기자] 소주 팔고 맥주 팔아서 연간 26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하이트진로다. 대한민국 1등 소주 회사 진로와 맥주 회사 하이트맥주가 합쳐져서 주류 공룡이 되었다. 소주 회사 진로의 나이로 따지면 101살이다. 하이트진로는 어떻게 탄생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심층 분석한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 만든 대한민국 최초 소주 진로

우리나라에 진로 소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이던 1024103,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장학엽(1903~1985)이 동업자 2명과 함께 이북 지역인 평안남도 용강군 지운면 진지리에 진천양조상회를 설립해 진로브랜드를 처음 사용했다. 3명이 같이 시작했으나 창업 4년 뒤인 1928년부터 장학엽 사장 단독 경영 체제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19506.25 전쟁이 나자 1.4 후퇴 때 월남해 부산에서 1951년부터 동화양조를 세워 소주 금련을 만들다가 구포양조를 세워 낙동강소주을 생산하다가 1953년 휴전 후 서울로 올라와서 영등포공장을 신축한 후 1954년 서광주조()를 설립해 진로브랜드를 되살려 생산을 시작했다.

1965년부터 제조방식을 증류식에서 희석식으로 바꾼다. 1966년부터 회사명을 서광주조()에서 진로주조()로 바꾸었다. 1985년 장학엽이 세상을 떠난 뒤 장학엽의 차남 장진호(1952~2015)가 진로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후 맥주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45월 출시해 오늘날까지 맥주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장진호는 주류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유통, 건설 부문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고, 계열사들이 생길 때마다 출자금이나 대여금 등을 지원해 줬으나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위기가 닥쳐오자 그룹은 화의신청을 하고, 계열사들을 팔면서 그룹이 해체됐다.

진로의 주력 사업 가운데 카스맥주1999128일에 OB맥주에 인수됐고, ‘진로소주2005년 하이트맥주에 인수됐다. 201191일 주식회사 진로와 하이트맥주가 통합해 대한민국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로 공식 출범했다.

1954년  진로소주 치초의 신문 광고

적산기업으로 출발해 최대 맥주 브랜드가 된 하이트맥주

진로소주는 토종 브랜드지만, 하이트맥주의 전신은 적산기업이다. 193389일 일본의 대일본맥주는 영등포에 조선맥주()를 설립했다. 1945년 해방으로 적산기업이 된 조선맥주는 주주였던 민대식의 손자 민덕기가 관리를 맡아 크라운맥주상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2년 관리인이던 민덕기가 적산기업인 조선맥주를 이승만 정부로부터 불하받았다.

1954년에 주한 UN군 군납 업체로 선정돼 성장할 길을 마련했으나, 경쟁사인 동양맥주(OB맥주)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부실기업으로 지정돼 1958년부터 서울사세청(서울지방국세청)의 관리를, 1960년부터는 한일은행의 관리를 받았다.

법정관리 기간에도 빚을 갚으며 흑자를 기록하다가, 1965년부터 회사 정리 절차 종료로 다시 민덕기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1966년에 민덕기 시장과 이준영 주주와의 불화로 대선발효(현 대선주조) 가문의 막내 박경규가 인수했으나 이듬해 박경규 사장이 46세로 세상을 떠나자 유산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다가 1969년부터 형 박경복이 가업을 이어받아 1971년에 영등포공장을 2배로 확장했다.

1987년 박경복이 장남 박문효에게 사장직을 물려주고 회장직에 오르면서 2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1993년 크라운맥주의 후신인 하이트맥주를 출시해 크게 성공하며, 1998년에 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변경하고, 2005년에 진로를 인수했다.

1957년 조선맥주 영등포공장 내부 시설

대한민국 1등 소주와 1등 맥주의 결합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후 2011년 하이트진로로 하나의 회사가 되었다. 이로써 한국의 주류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진로와 하이트맥주가 단일회사로 통합되었는데, 이는 맥주와 소주 분야 대한민국 1위 기업 간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합된 하이트진로는 본격적인 통합영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2011년 법인통합에 이어 조직통합을 통해 소주 부문과 맥주 부문 간 정보와 인력을 공유하고 효율성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힘을 썼다.

하이트진로는 매출 증대를 통한 외형성장과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2007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수출부문을 통합해 해외사업본부로 조직을 확대하고,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수출 국가와 수출 브랜드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24년 하이트진로의 매출은 25,992억원을 달성했고, 24년 연속 세계증류주 판매 1위 업체로 선정됐다. 올해 5월 주력 브랜드인 소주 참이슬과 맥주 테라는 국가브랜드경쟁지수 소주 부문과 맥주 부문 1위에 등극했다.

2024년 하이트진로 서초 본사

소주 부문 성장 과정

경쟁 업체 삼학의 부도로 1970년부터 독주

192410월에 진로소주를 출시한 뒤 196811월에 처음으로 진로소주를 베트남에 수출한다. 그리고 2년 후인 197012월 진로는 삼학을 제치고 국내 소주 시장 1위에 등극한다.

광복 후 국내 소주 시장을 장악한 기업은 전남 목포에 뿌리를 둔 삼학 소주였다. 삼학은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진로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소주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삼학이 납세필증을 위조해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 당시로는 거액인 32천만원을 추징당하고 1973년 부도를 내면서 진로 독주 체제로 접어들었다.

소주 고급화를 주도한 참이슬

1990년대 국내 소주 업계에는 고급화 바람이 거셌다. 19937월 진로는 25도 소주 진로골드를 출시한 데 이어 19966월 프리미엄급 소주 참나무통 맑은 소주출시했다. 이어서 199810월에는 대나무 숯 여과소주 이슬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참진이슬로는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인 진로(眞露)’에서 한자 훈을 따온 것이다. 2006참이슬 Fresh’ 출시 이후 참이슬참진이슬로브랜드를 혼용하다가 200912월 리뉴얼과 함께 브랜드명을 참이슬로 통일했다.

특히 참이슬은 대나무 참숯 필터로 여과를 했다고 홍보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주정과 섞기 전의 물과, 주정과 섞은 후의 술을 대나무 참숯에 거름으로써 대나무의 미네랄 등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 술이다. 이를 공조하기 위해 소주병의 디자인에도 대나무를 넣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한판 승부

참이슬이 출시 8년 만에 100억 병 판매 돌파(20065)를 앞두고 있던 20062월 두산주류BG에서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도수를 19.8도로 내리고 처음처럼 목넘김이 좋다는 의미로 주당들에게 어필했다.

두산주류의 소주 공장이 강원도 강릉에 있었기 때문에 강원도 지역에선 과거 경월소주를 즐겨 마시던 고객들이 많아서 지역적 우월성이 많았는데, 2009년에 회사가 두산에서 롯데로 넘어가면서 부··경 지역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들이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음식점에서는 소주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참이슬이냐, 처음처럼이냐를 물어봐야 했고, 소주 냉장고에는 두 제품을 똑같이 비치해야 할 정도로 팽팽한 승부가 벌어졌다.

그러나 진로는 20065월 참이슬 100억병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서 8월에 참이슬 fresh’를 출시하면서 처음처럼의 반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2010년대의 치열했던 저도주전쟁

시대별로 보면 2010년대는 소주업계에 저도주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24년 처음 출시된 진로소주는 35도였으나 20093월에는 어느새 18.5도를 출시하게 된다.

20142월에는 참이슬도 0.5도 낮춰 18.5도로 리뉴얼했다. 그리고 그해 11월에는 참이슬 도수를 18.5도에서 17.8도로 낮추어 리뉴얼했다. 이어서 20159월에 참이슬의 도수를 다시 낮춰 16.9도 제품을 출시했다. 그 뒤 20218월 참이슬 프레쉬는 16.5도로 도수를 인하했다.

20184월에 참이슬을 전면 리뉴얼하고, 10월에 출시 20년을 맞은 참이슬은 누적 판매량 301억병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때는 수출도 잘되어서 20191월 소주 수출 5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201910월 참이슬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60%로 독주했다.

그리고 20224월 소주 수출 1억 달러 돌파했으며, 20247월에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로 선정된 데 이어서 올해 62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로 선정됐다.

진로소주의 패키지 변화

맥주 부문 성장 과정

60여 년간이나 동양맥주에 밀려

조선맥주는 소주 회사 진로보다 9년 늦게 출발했지만, 수출은 진로보다 빨랐다. 진로소주보다 6년 빠른 19623월에 조선맥주는 국내 최초로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19738월 조선맥주는 진로보다 두 달 뒤에 기업을 공개하고, 1978년에 마산공장을 가동하고, 1989년에는 전주공장도 준공했다.

그러나 조선맥주는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동양맥주에 밀려서 46 혹은 37로 열세였다.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를 거치는 등 경영 악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전세를 역전시킨 하이트

창업 후 경쟁업체인 동양맥주에 밀리던 조선맥주는 19935월 국내 최초 비열처리 맥주 ‘HITE’를 출시했다. 대한민국의 대표 맥주 하이트는 출시와 동시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맥주시장에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시대를 열며 출시 후 3년 만인 19967월에 맥주 업계 1위를 탈환하며 40여 년간 철옹성이었던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꾼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이러한 하이트의 성공은 국내 마케팅사에서 획기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1998년에는 회사명까지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단일 브랜드로서 만 9년 만인 2002년에 100억 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시장점유율 60%로 수년간 업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며 대한민국 대표 맥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하이트의 경쟁 브랜드가 된 진로의 카스

하이트가 출시된지 꼭 1년 만인 19945월에 진로그룹에서 미국의 쿠어스(Coors) 맥주와 제휴해 카스맥주를 출시했다. 강렬한 탄산과 가벼운 느낌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맥주는 카스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95년에 세계맥주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은메달을 수상한 제품이다. 그러나 출시 초기에는 하이트 열풍으로 크게 부각되지 못한 데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진로그룹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1999OB가 인수하면서 20013월부로 OB맥주에 합병된 뒤 OB의 주력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점유율이 높아져 2010년대에는 완전히 역전했다. 2017년에는 라거 맥주 기준으로 점유율 45.8%로 한국 맥주 1위로 올라섰다. 하이트맥주의 제품 다각화가 실패한 것과 동시에 OB맥주의 카스 올인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이트 출시 전까지 맥주시장 선두주자였던 OB는 카스를 인수하며 카스로 맥주 시장의 왕좌를 되찾았고, 카스를 개발한 진로는 경쟁사였던 하이트에 합병된 후 자신들이 개발한 카스에 밀려 2인자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하이트맥주의 패키지 변화

실적으로 본 하이트진로의 어제와 오늘..., 옛날이여!

예전에는 주류회사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주류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의 영업이익률은 고작 8% 수준이다.

하이트진로의 최근 20년간 실적 추이를 보면, 20년 전인 2005년에 매출은 7,297억원, 영업이익은 2,10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28.8%나 됐다. 그러나 2024년에는 매출 25,992억원에 영업이익 2,08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8.0%에 불과했다. 20년간 매출은 256.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1%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음주문화의 변화로 매출은 더 이상 크게 성장하지 않는 가운데, 각종 비용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5년에 비해 2014년의 매출 증가율은 156.6%였지만, 2014년 대비 2024년의 매출증가율은 38.8%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에처럼 술을 많이 먹지 않았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매출에서 확인된다.

다만, 경쟁업체인 OB맥주는 여전히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OB맥주는 지난해 매출 17,404억원에 영업이익 3,676억원을 거둬서 영업이익률이 21.1%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