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화오션은 어떻게 미-중 해양 패권 경쟁의 전략적 플레이어가 되었나

중국의 제재, '응징'이 아닌 '인정'의 신호탄 미국의 쇠퇴 vs 중국의 팽창: 거대한 해양력 불균형이 만든 기회 인수, 투자, 신뢰: 미국 안보의 심장부로 들어간 3단계 전략 단순 공급사를 넘어 생태계의 '쐐기돌'로: 한미 산업동맹의 재편 고래 싸움에 낀 새우? 미중 패권 경쟁의 '플레이어'로 거듭나다

2025-10-15     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단행한 제재는 단순한 보복 조치를 넘어선 지정학적 신호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는 한화오션이 미국의 해양 전략에서 차지하게 된 핵심적 역할을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제재는 역설적으로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 전략이 거둔 성공의 가장 강력한 증거다.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업 기반 시설에 대한 계산된 투자와 미 해군 유지보수 생태계로의 성공적인 통합을 통해, 단순한 상선 건조사를 넘어 태평양 중심의 새로운 산업 동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쐐기돌(Keystone)'로 변모했다. 이로 인해 한화오션의 전략적 가치는 워싱턴과 베이징 양측 모두에게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었다. 중국의 제재를 '피해'가 아닌,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화오션의 전략적 가치가 공인받는 '인정'의 행위로 재해석하고, 그 배경과 의미, 그리고 향후 궤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베이징의 '응징'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한화쉬핑(Hanwha Shipping LLC),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 Inc.),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Hanwha Ocean USA International LLC), 한화쉬핑홀딩스(Hanwha Shipping Holdings LLC), HS USA홀딩스(HS USA Holdings LLC)로 명시되었다. 이 조치에 따라 중국 내 모든 조직과 개인은 해당 5개 기업과의 거래 및 협력 활동이 전면 금지된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이번 제재가 미국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자국 해운·물류·조선업 조사에 대한 '반격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하고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에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해운·조선업 분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보복 조치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제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표면적 명분 너머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조치는 한국에 위치한 모기업 한화오션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오직 미국 내 자회사들만을 정밀하게 타격했다. 만약 중국의 목표가 한화오션에 대한 최대한의 경제적 타격이었다면, 한국 본사를 제재하여 글로벌 LNG 운반선 건조 사업과 같은 핵심 사업의 공급망을 교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