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기자의 다른시선 3] 삼성전자 3분기 최대실적 의미 분석

삼성전자의 AI 전환, 그 화려한 부활의 이면 86조 역대 최대 매출이 던지는 질문

2025-10-30     김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86.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2.2조원, 전 분기 대비 15% 성장이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7조원 영업이익은 '왕의 귀환'을 선언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 질문이 있다. 이것은 정말 삼성의 기술력 회복인가, 아니면 AI 광풍이 만든 일시적 호황인가. 

[CEONEWS=김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86.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2.2조원, 전 분기 대비 15% 성장이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7조원 영업이익은 '왕의 귀환'을 선언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 질문이 있다. 이것은 정말 삼성의 기술력 회복인가, 아니면 AI 광풍이 만든 일시적 호황인가. HBM3E가 이끈 메모리 사업부의 부활은 분명 고무적이다. 모든 고객사 대상 양산 판매 본격화, HBM4 샘플 출하 완료는 그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는 삼성이 뒤처진 기술 격차를 간신히 메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이미 선점한 HBM 시장에서 삼성은 여전히 '추격자'의 위치에 있다. '기술 초격차'라는 수사가 무색하게도, 삼성은 이제야 경쟁 출발선에 선 것에 가깝다.

■구조적 취약점은 여전하다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86.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2.2조원, 전 분기 대비 15% 성장이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7조원 영업이익은 '왕의 귀환'을 선언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 질문이 있다. 이것은 정말 삼성의 기술력 회복인가, 아니면 AI 광풍이 만든 일시적 호황인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다. DS 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동안, DX 부문의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은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VD는 TV 시장의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로, 생활가전은 계절적 비수기와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는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용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바일(MX) 사업부의 두 자릿수 수익성 유지는 긍정적이나, 이 역시 '갤럭시 Z 폴드7' 같은 플래그십 제품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폴더블 시장 자체가 여전히 니치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파운드리 부문의 '분기 최대 수주'라는 표현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첨단 공정 중심의 수주 증가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TSMC와의 기술 격차는 명백하다. 2나노 공정 양산을 본격화한다지만, TSMC는 이미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라인 가동률 개선과 일회성 비용 감소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간 구조적 비효율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AI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4분기와 2026년 전략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단 하나, 'AI'다. HBM4로 초격차를 확립하고, AI 스마트폰과 AI 가전으로 생태계를 강화하며, AI 디바이스용 OLED로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청사진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AI를 모든 제품에 접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이어질까.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분명 호황이다. 그러나 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AI 투자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면, 필연적으로 조정이 온다. 챗GPT 열풍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붓는 AI 인프라 투자가 과연 수익으로 회수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만약 AI 버블이 꺼진다면, HBM에 올인한 삼성의 전략은 위험해질 수 있다. 더구나 AI 기능이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지도 의문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AI 기능들이 정말 소비자의 구매 동기가 되고 있는가. AI 냉장고, AI 세탁기가 과연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의 효용을 주는가. 자칫 AI는 마케팅 용어로 소비될 뿐, 실질적 차별화는 이루지 못할 수 있다.

■연구개발비 26.9조원의 무게

삼성전자는 3분기 누계 기준 26.9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이는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이자, 동시에 현재의 기술 격차를 인정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막대한 R&D 투자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삼성은 과거에도 엄청난 R&D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그 성과는 엇갈렸다. 파운드리에서의 뒤처짐, HBM 시장에서의 지각 대응은 모두 R&D 투자의 방향성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정확하게 시장의 방향을 읽고 대응하느냐다. 2026년 미국 테일러 팹의 본격 가동은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시장 환경이 변할 수도 있다. 삼성의 승부는 결국 타이밍과 실행력에서 갈릴 것이다.

■진짜 초격차는 어디서 오는가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86.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2.2조원, 전 분기 대비 15% 성장이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경이롭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7조원 영업이익은 '왕의 귀환'을 선언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 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 질문이 있다. 이것은 정말 삼성의 기술력 회복인가, 아니면 AI 광풍이 만든 일시적 호황인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회복인지, 아니면 AI 호황이 만든 일시적 반등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진짜 초격차는 화려한 매출 숫자가 아니라, 기술적 리더십과 시장 선점에서 나온다. 삼성이 진정으로 초격차를 만들려면, HBM4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능과 수율을 입증해야 한다. 파운드리에서 TSMC의 주요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한다. AI 스마트폰에서 단순한 기능 나열이 아닌, 소비자가 체감하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사업부가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야 한다. 86조원이라는 숫자는 축하받을 만하다. 하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AI 열풍이 잦아들었을 때, 삼성전자가 여전히 '초격차 기업'으로 남아 있을지, 그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질문이다. 화려한 실적 발표 뒤에 숨은 구조적 과제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진짜 초격차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