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EO 386]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방산으로 한화 미래 설계
대우조선 인수 2년...육·해·공, 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 구축
[CEONEWS=최재혁 기자] 한화그룹의 정체성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화약과 금융이 그룹을 지탱했다면, 지금은 육상·해상·항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우주 제국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있다. 단순한 승계가 아닌, 실적으로 증명한 그의 리더십을 들여다본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리더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현장'이다.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방산 전시회(WDS)와 폴란드 키엘체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지정학적 위기를 김 부회장은 기회로 포착했다.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직접 면담하며 K9 자주포, 천무, 레드백 장갑차 등을 판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영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방산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오너가 직접 품질과 납기를 보증하는 것이 글로벌 바이어들을 움직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방산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한화오션 인수, 큰 그림의 완성
김 부회장의 승부수가 가장 빛난 순간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였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적자 조선사를 왜 떠안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전략은 명확했다. 기존 육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항공·우주(한화시스템)에 '해양 방산'을 더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2025년 현재, 이 판단은 적중했다. 한화오션은 특수선(잠수함, 구축함)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최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수주하며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한화오션 인수로 한화는 단순 방산 제조사가 아닌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우주 사업, 미래 성장동력
김 부회장이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영역은 우주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과 위성 통신망 구축은 단순한 구상이 아닌 현실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의 판을 바꿨듯, 김 부회장은 한화를 '아시아의 스페이스X'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위성 통신 사업은 6G 시대를 대비한 장기 투자이며, 발사체 사업은 상업적 우주 발사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다만 우주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인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주 사업의 성패는 5~10년 단위로 평가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 압박보다 장기 비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적으로 증명한 승계 정당성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의 이러한 성과가 경영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해줬다고 분석한다. 과거 태양광 사업(한화솔루션)을 그룹의 수익원으로 키워낸 것이 경영 수업이었다면, 현재의 방산·우주 사업 성공은 그가 총수로서 그룹을 이끌 자질을 입증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현재 장남 김동관(방산·우주·에너지), 차남 김동원(금융), 삼남 김동선(유통·로봇)의 3각 체제로 승계 구도가 명확해졌다. 이 중 그룹의 핵심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의 위상이 가장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혈통이 아닌 실적으로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그룹의 3세 승계 과정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넘어야 할 과제들
물론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경우 방산 수출에 제동이 걸리거나 미국 현지 투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가능성은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솔루션에 악재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한화의 사업 환경이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한화오션의 완전한 경영 정상화가 과제다. 인수 후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지만, 노사관계 정립과 저가 수주 물량 해소,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창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최소 2~3년은 더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전의 시작점
한화그룹은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김동관 부회장이 있다. 그는 안주보다 도전을, 내수보다 글로벌을 선택했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방산과 에너지를 양 날개로 비상하는 '뉴 한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한 경영학 교수는 "김 부회장은 단순히 기존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며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며 "이는 전통적인 오너 승계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승계 과정에서 실적을 증명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김동관 부회장.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