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안으로는 내수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전쟁을 벌여야 하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안고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전망해 본다.

취임사에서 밝힌 경제정책 관련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경제 관련 첫마디는 민생성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면서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으로 무너진 민생과 경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고, 부당하게 약자를 억압하며,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로 질서를 위협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개인도, 국가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면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회와 자원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격차와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니, 함께 사는 경쟁 대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AI, 반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장의 불씨 어떻게 살릴 것인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0.8%, OECD1.0%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985% 수준으로, 절반이 넘는 21개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같은 저성장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정체, 산업경쟁력 혁신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고,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을 투입해 내수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는 그 첫 단계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부터 즉각 추진해 동력을 마련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525일 충남 천안 유세에서 "기회를 주시면 골목 경제와 서민 경제가 최소한의 회복이 가능하도록 추경을 즉각적으로 편성해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하겠다"고 직접 약속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르면 6월 내에 정부 추경안 편성 절차를 마무리하고 7월 초께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 정부의 우선 국정과제를 추리는 과정과 추경 편성 과정이 숨 가쁘게 동시 진행될 것"이라며 "취임 후 직접 챙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추경안 규모는 30조원대는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윤석열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하자 민주당은 "찔끔 추경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추경 규모 대폭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내수 회복과 서민 지원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소비 진작을 유도, 민생 경제에 돈이 돌게 해 이를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 민생 회복과 경제성장 예산을 담은 총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서 새 정부의 추경안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의 추경안은 민생 회복 예산 24조원, 경제 성장 예산 11조원 등 35조원 규모였다.

민생 회복 예산에선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13조원), 지역화폐 할인지원(2조원), 상생 소비 캐시백(24천억원), 8대 분야 소비 바우처(5천억원) '소비 진작 4대 패키지'가 골자였다.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및 한부모 가족(361만명)에게는 25만원에 추가로 10만원을 더 지급하는 모델이다.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추경으로 소비를 어느 정도 진작시킬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에 이은 내란 정국의 저성장으로 설상가상이 된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에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민생경제를 살려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 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공약집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면서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와 활력 제고를 제시했다.

새 정부는 크게 '채무 탕감', '골목상권', '공정경제' 세 가지를 중심으로 소상공인 위기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518일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서 직접 소상공인의 채무 탕감을 강조했다. 당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국가가 채무를 감당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현재까지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채무 조정을 넘어 실질적으로 빚 탕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공약으로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를 제시했다. 배드뱅크는 부실 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으로 소상공인의 부실 자산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약에는 부채 탕감 외에도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 도입, 새출발기금(채무조정) 지원 자격 완화 및 대상 확대 등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들도 담겼다. 이에 따라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소상공인 정책금융에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부채 탕감'이라는 조치를 꺼내든 건 자영업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2025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719조원으로 1년 전(704조원)보다 15조원가량 불었다.

소상공인들은 이 대통령의 채무 탕감 공약이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채무 탕감과 조정에 대해 형평성이나 도덕적 해이 우려를 제기한다.

골목상권 살리기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지난 20대 대선 후보자로 나섰을 때도 강조해 온 민생경제 살리기의 정책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상권르네상스 2.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대표상권과 소규모 골목상권을 육성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국고지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와 가맹점을 확대해 사용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공약에 담겼다.

새 정부는 배달앱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비롯해 소상공인의 입지를 강화하는 '공정경제' 정책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배달시장의 공정질서 확립을 위한 규율 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중개수수료율 차별금지와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제시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단기적인 내수 경기는 추경 등 재정을 투입해서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성장 전략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이 일본처럼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 개선이 경기 대응책 못지않게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빠른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요 7개국(G7)이자 준기축통화국인 일본보다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골이 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처럼 새 정부는 대통령 당선의 기쁨도 누릴 틈 없이 경제 위기 대응부터 나서야 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 대들보인 제조업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조선·2차전지 등 그동안 한국 제조업을 이끈 업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대부분 하락세다. 주력 산업의 추락을 막을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통 제조업의 뱃머리를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먹거리로 돌리려면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보조금, 세액공제, 저리 대출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해야 한다며 상품 위주 기존 수출 구조를 서비스까지 포함한 수출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도 당면한 과제다. 산업 구조가 크게 경공업중공업정보기술(IT)로 흐르는 과정에서 주력 산업이 최근 10년 이상 정체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 산업은 구조조정부터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정부 주도로 한계기업부터 청산해야 할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교통정리를 통해 혁신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64일 발표한 초고령화와 통화정책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 고령화가 성장률, 실질금리, 금융기관 건전성을 모두 떨어뜨려 갈수록 통화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특히 경제 성장률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만으로 2040년대 1% 미만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한 노동시장 개선과 출산율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가 생산성 향상 등 여러 구조적인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한 '진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AI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산업 생태계 뒷받침을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장기 성장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3(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발 철의 장막'이 현실화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50% 고율 관세를 내야 하는 국내 철강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수년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요 시장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데다, 건설 경기 침체로 국내 수요마저 쪼그라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 수출품인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철폐는 당장 새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임기 초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새 정부의 통상 전략 성패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열린 한미 재무·통상장관급 '2+2 협의'에서 양국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8일까지 '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협상이 제때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미국 내 행정부와 사법부 간 관세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면서 협상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25%) 영향은 우리 실물경제 지표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자동차 생산은 전월대비 4.2% 감소해 5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5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자동차 수출은 4.4% 감소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현재 유예된 나라별 상호관세까지 결국 발효된다면 전 산업으로 관세 충격이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의 향방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 2%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 35%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와 정상회담 등에서 관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국가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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