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핀테크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에어월렉스, 잭 장이 이끄는 ‘금융 혁신’의 새 물결

잭 장 에어월렉스 CEO
잭 장((Jack Zhang)) 에어월렉스(Airwallex) CEO

[CEONEWS=박수남 기자] 해외 핀테크 시장을 조금만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새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단숨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반열에 오른 에어월렉스(Airwallex)라는 회사가 눈에 들어온다.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된 이 기업은 국가별 금융 규제와 관행의 장벽을 기술로 뛰어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워, 전 세계 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 왔다. 그 선봉장에는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잭 장(Jack Zhang)이 있다. 그의 독특한 경영 철학과 ‘보이지 않는’ 실행력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혁신 스토리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에어월렉스와 잭 장에 관한 보도가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일부 흥미로운 사실들이나 구체적인 사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간 국내 미디어에서 깊이 다루지 않았던, 에어월렉스의 ‘비공개 프로젝트나 서비스 전략’ 그리고 잭 장의 경영 리더십을 보다 전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해 본다.

 

단순 해외 송금이 아닌, “클라우드 금융 인프라”의 완성형을 꿈꾸다

에어월렉스는 처음엔 해외 송금 수수료를 대폭 절감하는 솔루션으로 시작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잭 장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훨씬 거대하다.

다중 통화 플랫폼(Digital Multi-Currency Platform)

에어월렉스는 송금 및 결제 단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환전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여러 통화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월렛 & 계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계정에서 바로 각국의 벤더에게 대금 결제를 하거나, 매출금을 여러 통화 형태로 보관·환전하는 기능도 가능해,  “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은행”에 한 걸음 더 가까운 모습이다.

기업용 결제카드와 실시간 환전(Online Corporate Cards & Real-Time FX)

국내 언론에선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에어월렉스는 2020년 이후로 비자(Visa) 등 글로벌 카드사와 협업해 기업용 다중 통화 카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예컨대 영국이나 홍콩에서 발행된 에어월렉스 카드를 이용하면, 기업 담당자들은 해외 출장 비용이나 광고비 결제 시 자동으로 경쟁력 있는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해외 핀테크 전문지들에 따르면, 이 카드 시스템은 실시간 FX 환전 API와 연동되어 해외 거래 규모가 큰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존엔 환전 수수료 절감에 치중했던 국내외 핀테크들과 달리, 잭 장은 “금융 인프라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에어월렉스가 설립 초기부터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아키텍처를 선점해 다양한 서비스 모듈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잭 장의 ‘분산형 권한 + 집중 통제’ 리더십이 만들어낸 조직 문화

에어월렉스는 호주 멜버른을 본사로, 홍콩·싱가포르·유럽·북미에 지사를 두고 있다. 각 지사에는 상당한 자율권이 주어진다. 현지 규제 대응이나 시장 특화 서비스 개발은 “지역 전문가”가 총괄하고, 본사는 글로벌 지사들이 모으는 데이터와 요청사항을 크로스 체크해 “통합된 방향성”을 설정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 인터뷰에서 잭 장이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임원진+본인’의 단일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장점

각 지사가 현지화 프로젝트를 신속히 진행하면서도, 본사가 중장기 전략과 기술 표준을 일관성 있게 관리한다.

단점

지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계획이라 하더라도, 최종 승인 단계를 거쳐야 해 “의사결정 병목”이 생길 우려가 있다.

빠른 확장 속도에 비해 회사 내부 의사소통 구조가 복잡해질 경우, 갈등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탄탄히 작동하는 비결로는, 잭 장이 각 지사의 팀장·매니저와 매일 짧은 화상 미팅을 통해 핵심 쟁점을 빠르게 결론 내리는 문화를 뿌리내렸다는 점이 꼽힌다. 일명 ‘데일리 단판’으로 불리는 이 간소화된 보고 체계가 수많은 국가 간의 시차와 규제 차이를 극복하는 기반이 된 셈이다.

 

 “공급망 금융”과 “온라인 결제 게이트웨이” 실험

에어월렉스가 현재 해외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공급망 금융이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셀러(판매자)들이 빠른 자금 회전을 위해 금융기관의 자금을 빌리거나, 미래 매출 채권을 담보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에어월렉스는 이를 좀 더 간단하고 투명하게 지원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알려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온라인 결제 게이트웨이(Online Payment Gateway) 사업에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해외 매체에서는 “에어월렉스가 스트라이프(Stripe)나 아디엔(Adyen) 같은 글로벌 결제 게이트웨이를 대체·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며 온라인 쇼핑몰이나 SaaS(Software as a Service) 업체가 고객 결제를 쉽게 처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국내 언론이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지 않은 영역이지만, 만약 에어월렉스가 B2B 결제·공급망 금융·온라인 결제 게이트웨이까지 모두 통합한다면, 단순한 ‘해외 송금 전문’이나 ‘다중 통화 계정 서비스’를 넘어서는 더 큰 판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러브콜: “인재 영입과 Compliance 팀 강화”

에어월렉스가 짧은 시간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으로는 강력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조직이 꼽힌다. 금융업 특성상, 각국 규제당국의 허가와 신뢰를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에어월렉스는 창업 초창기부터 20% 이상의 인력을 준법·감독 대응 부서에 집중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규제가 까다로운 나라라도 공략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덕분에 글로벌 VC들은 에어월렉스를 “안정성 + 확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평가했다.

또한 현지 지사를 설립하면 가장 먼저 법률 전문가와 전산·보안 전문가를 충원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부터 착수한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밀하게 준비하는 문화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정적 이슈(규제 미준수, 해킹, 데이터 유출 등)를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다.

 

잭 장, “문제 해결”이라는 창업 동기가 만들어낸 실용주의적 혁신

잭 장은 호주 멜버른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해외 원재료를 수입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복잡한 환전 절차와 높은 수수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렇게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개인적 불편함’이 그를 핀테크 세계로 이끌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문제로 내가 이렇게 힘들다면, 여러 통화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수많은 기업들은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오늘날 에어월렉스를 있게 만든 근본적 출발점이었다.

문제 해결에 집중하되, 규모가 커지면서도 여전히 민첩함을 유지하기 위해 분산형 조직 + 핵심 임원 집중관리라는 ‘이중적 구조’를 고민해낸 것도 잭 장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에어월렉스가 열어갈 ‘경계 없는 글로벌 금융’의 미래

이미 에어월렉스는 해외 곳곳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을 비롯해 중견·대기업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송금 수수료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기업형 결제카드”, “B2B 결제 게이트웨이”, “공급망 금융”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스스로 ‘글로벌 금융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잭 장의 다음 스텝은 금융업과 테크업의 경계를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을 완성해, 어디서든지 여러 통화를 손쉽게 결제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를 “언제 어디서나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포털(Portal)’”로 표현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한 에어월렉스와, 이를 이끈 잭 장의 이야기는 “작은 문제 의식이 어떻게 세계적 혁신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공급망 금융 실험’, ‘온라인 결제 게이트웨이’, ‘기업용 다중 통화 카드’와 같은 구체적 행보들이 이 회사의 진짜 혁신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분산된 권한 부여와 강력한 중앙 통제를 적절히 조합한 잭 장의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 인프라’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갖춘 그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혁신의 물결이 얼마나 많은 국가와 기업에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앞으로 지켜볼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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