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김동원,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짜릿한 승부사’
우승, 또 우승! ‘한화생명’의 파괴전차
[CEONEWS=최재혁 기자] 자신의 손으로 거대 한화그룹을 이룩한 김승연 회장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90년대에는 최강, 2000년대에는 저력으로 불렸던 ‘한화 이글스’다.
인기 프로야구팀인 한화 이글스는 전신 빙그레 이글스부터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을 앞세운 ‘최강팀’이었다. 항상 우승을 다퉜고, 아쉽게 해태 타이거즈 등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그러던 한화가 1999년 우승했고, 야구팬들은 한화가 몇 년은 우승을 휩쓰리라 생각했다.
스포츠는 예상할 수 없어서 재밌다고 하던가? 이후 한화는 주력 선수들의 노쇠화, 신규 선수의 부재로 인해 내리막을 걸었다. 그럼에도 든든한 선수풀과 김태균, 류현진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대표 야구선수의 등장으로 ‘가을야구’에 참가했었다.
그러나 2006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기점으로 한화 이글스는 ‘약팀’ 이미지가 강해졌다. 꼴찌 싸움을 계속하니 응원하는 한화팬들은 고통에 빠졌고, 타팀 팬들은 그들을 ‘보살’이라 부르며 안쓰러워했다. 그렇게 한화 이글스는 암흑기에 빠졌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가 약해졌고, 타 구단이 경영에서 차차 손을 뗄 때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힘을 더했다. 2010년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인기 선수를 FA로 데려왔고, 2024 시즌에도 수차례 경기장을 찾으며 ‘승리 요정’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에도 한화는 상위권에 들지 못하며 또다시 다음해를 준비하게 됐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짜릿한 승부사’
한화그룹은 야구팀 말고도 e스포츠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의 핏줄을 이어받은 것인지, 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동원의 한화생명은 아버지처럼 e스포츠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2015년에 창단된 ROX는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계에서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LCK 우승자인 프레이와 롤드컵 경험자인 고릴라, 아마추어 출신 중 가장 잘했던 피넛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ROX는 제대로 된 후원사도 없이 매 경기마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 2년 만에 롤드컵 준우승과 LCK 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ROX는 LCK 우승 후 의지할 곳이 없어 해체되고 말았다.
2018년 4월, ROX를 인수한 곳은 한화생명이었다. 당시 삼성과 CJ 등 대기업들이 LCK에서 발을 빼던 상황에서 한화생명은 “MZ세대를 잡겠다”며 e스포츠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금융권 최초의 시도였다.
한화생명은 “선수단과 팬이 함께 즐기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복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화는 이 약속을 100% 실천했다.
한화는 5년 만에 LCK에 등장하며 비주류로 인식되던 e스포츠 업계를 주류로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가장 많은 돈을 쓴 부분은 선수 영입이었다. 2021 롤드컵 우승자인 '바이퍼(박도현)'와 2022 롤드컵 우승자인 '제카(김건우)', 그리고 2023년 LCK 전시즌 우승팀인 젠지에서 '피넛(한왕호)', '도란(최현준)', '딜라이트(유환중)' 등을 동시에 영입하며 대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우승, 또 우승! ‘한화생명’의 파괴전차
아버지의 한화는 25년간 우승을 못했지만, 김동원의 한화는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2024 9월 8일 LCK 서머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하늘 높이 쳐들었고, 2025년 2월 23일 초대 LCK컵 우승을 거머쥐며 ‘왕조’를 선언했다.
이 모든 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김동원 사장이다. 그는 e스포츠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과 상품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과 함께 한화생명 e스포츠 팀을 만나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를 '한화 왕자님'이라고 부르며, 우승을 가져다준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e스포츠 인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국내 보험 업계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는 다르다. 롤드컵의 경우 동시 시청자 수가 약 1억 명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이 MZ세대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화생명이 작년 12월에 출시한 저축보험 상품의 가입자 중 68%가 20~30대라는 사실은 e스포츠와의 연계가 효과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가입자의 44.5%가 다른 보험 상품에도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화생명의 e스포츠 팀은 해외에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HLE가 올해 6월 베트남에서 개최한 팬 페스타에는 약 1500명이 참석했으며, 이 행사에 지원한 팬은 무려 1만 50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한화생명은 계열사인 ‘더 플라자’와 협력하여 국내 최초의 e스포츠 호캉스 패키지 상품도 출시했다. 이 상품은 LCK 경기 티켓과 더 플라자 호텔 숙박권을 결합한 것으로, 더 플라자 상반기 패키지 매출의 82%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준 아들, 마치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닌가? 그렇게 차남, 김동원 사장은 ‘한화=우승’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그가 이끌 한화생명의 앞날도 스포츠의 성장스토리처럼 훤하게 날 수 있지 않을까? 김 사장의 세상을 부수는 파괴력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