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거울에 비춰보라

 

[CEONEWS=조성일 기자] 나라가 어지럽다. ‘탄핵을 둘러싼 국민 분열이 이래도 되는가 싶다. 더욱이 이 소모전이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서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양비론이나 양시론도 경계한다. ? 그게 빌미가 되어서 또 다른 소모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고 오해하지는 말길 바란다. 내 나름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다만 나의 입장 표현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어서 여기서 삼가는 것뿐이다.

이 글은 문제의 시비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이 어지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려는 거다.

물론 시비를 가려야 해결된다고 반문할 수 있다. 격하게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끼리 그 시비곡직을 가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보라. 오로지 주장만 평행선을 그릴 뿐이다. 논리적 근거 따위를 갖다 대는 건 사치다. 목소리를 높여야만 이긴다는 자연법논리만 판친다.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맞다. 사법부가 존재하지 않은가. 국민의 의견이 나뉠 때 이 시비곡직을 가려달라는 임무를 사법부에 맡기지 않았는가. 그래서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는 게 필요조건은 된다. 물론 이게 모든 사람을 승복할 수 있게 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도 한계이지만, 불가피한 방법이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 이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의 모습 말이다. 실망스럽다 못해 비겁하기까지 하다. 손 놓고 팔짱만 끼고 있지 않은가. 혹자는 겉보기에 오리가 평화롭게 유영하는 거 같지만 물속의 갈퀴는 쉼 없이 물질한다는 비유로 헌재를 위해 방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이런 거 다 생각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민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이제나저제나 불안에 떠는 국민,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자영업자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환율, 관세 폭탄을 퍼붓는 트럼프. 이 정도로도 이미 초토화될 판인데, 그래도 이나마 버티는 건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올린 저력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젠, 이젠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선의에 기대는 따위의 생각은 나이브하다.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이런 소모전은 조금도 득 될 게 없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 비용을 천문학적으로 늘릴 뿐이다. 숫자에 약해 글 쓸 때 되도록 통계 인용을 안 하지만 이것만은 놓칠 수는 없어 말하겠다. 최근 사람들의 입에 널리 회자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사회적 갈등 비용이 얼마인지 들었잖은가. 무려 1,741조 원. 이 비용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는가. 2025년 우리나라 1년 예산이 673조 원이다. 한해 살림살이의 2.5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 모두의 심신을 갉아먹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소모전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다.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은가.

아마 이 글이 독자들의 손에 들어갈 때쯤엔 이미 결론이 났을 수도 있을 거다.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굳이 쓰는 건 이젠 이 소모전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그래야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살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제 해결의 과정을 역사의 거울로 남겨야 해서다. 혹시 나중에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지금의 이 사태 해결 과정을 담은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일이 우리를 위협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온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 심산인 듯 산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다. 불을 끄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사람의 목숨을 바치라는 듯 희생을 요구하는 잔인함까지 보인다.

이번 산불은 올 초 한 달간이나 외신의 머릿기사를 장식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의 비현실감을 현실감으로 되돌려 놓는다. 얼마나 크고 넓은지 위성 사진에서도 찍힐 정도란다.

하지만 우리 국가적 재앙 앞에 겸손해야 한다. 무지성적 주장은 산소만 불어 넣어 산불의 기세를 더 키울 뿐이다. 집단지성이 이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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