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 세계는 다시 국경을 닫는가?

[CEONEWS=김병조 기자]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가 42(현지시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함에 따라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뼈대 역할을 해온 자유무역주의가 끝나고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CEONEWS는 트럼프가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관세정책을 들고나온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 특히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해 봤다.

무너지는 신념, 흔들리는 세계

21세기 세계 경제의 뼈대는 자유무역이었다. WTO 체제가 지탱해온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히 엮었고, 국경을 초월한 기업 활동은 세계 경제의 엔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유무역주의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관세의 귀환이라는 키워드가 세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1기 행정부 시절 대중(對中) 관세 전쟁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웠고, 2기 정부에서도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고, 42일 상호관세를 발표함으로써 그것이 현실이 됐다. 자유무역의 종말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인가. 지금 세계는 중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자유무역주의,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자유무역의 역사는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6, 곡물법(Corn Laws)의 폐지로 대표되는 영국의 시장 개방은 근대 자유무역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유럽 각국이 무역을 확대했고, 1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운 무역질서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며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국경을 닫았고, 이는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로 이어졌다. 이러한 교훈 속에서 1947년 미국 주도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출범했고, 1995WTO(세계무역기구)로 확대 개편되며 자유무역은 전 지구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수십 년간 자유무역주의는 거의 도전받지 않는 신념으로 간주됐다. 중국과 동남아의 급부상, 선진국의 저비용 소비자 혜택, 다국적 기업의 급성장은 모두 이 자유무역의 토양 위에서 피어난 결과물이었다.

자유무역의 그림자와 불만의 축적

자유무역이 세계를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그림자 또한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균형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국 내 제조업이 쇠퇴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의 경우 자유무역의 수혜국이면서도 WTO 규범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불만은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정치적 에너지로 바뀌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의 백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자유무역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구현되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철강 및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중국산 수입품 약 3,600억 달러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며 다자무역체제에 균열을 가했다.

그의 정책은 명확했다.

자유무역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

중국은 WTO 체제를 악용하고 있다

공정무역 없이는 자유무역도 없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탈퇴하는 전략을 취했고, NAFTA는 새로운 USMCA로 개편되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지각변동이었다.

다시 닫히는 국경,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보호무역의 귀환은 단순히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브렉시트, EU 내 무역장벽 강화, 일본의 공급망 내재화 정책 등 많은 국가들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그 배경에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한때 효율성의 상징이었던 글로벌 공급망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약점이 되었고, ‘국가안보경제주권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심의 서방 블록과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블록이 대립하고, 중간에 낀 국가들은 정치적·경제적 줄타기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 그 직격탄을 피할 수 있을까

한국은 대표적인 무역 의존 국가다. 수출은 GDP의 약 40%를 차지하며, 그중 상당 비중이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는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라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졌다. 2018년 협상을 통해 일정 물량은 면제받았지만,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복귀할 경우 이 면제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주요 타깃이다. 트럼프는 과거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을 침략하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현대차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해왔다.

또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역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IRA, CHIPS법에 대응해 미국 내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나, 보호무역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과 미국 사이라는 구조적 딜레마가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과 정부의 전략,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보호무역주의가 전면화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은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단기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은 미국 외에 아세안, 인도, 중동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며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 현지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 및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고, 기술 고도화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탄소국경세, 노동 기준 등 비관세 장벽 대응력을 제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 통상협의체 복원과 WTO 내 영향력 확대가 시급하다. FTA 전략 재정비해야 한다. 기존 협정 보완 및 새로운 지역 블록 진출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정책을 첨단 산업 지원과 산업 전환 지원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시대의 전환점에서 위기는 기회일수도

자유무역의 종말을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는 더 이상 이전의 자유무역 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효율성에서 안보로, 글로벌화에서 지역화로, ‘열린 시장에서 선별적 개방으로 세계 경제는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이 전환기의 중심에서 중대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기민한 대응, 전략적 연대, 기술력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무역질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위기의 시대는 언제나 기회의 시대였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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