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의 행태도 크게 바뀌고 있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의 변화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구독경제. 한국에서 구독경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향후 시장 전망은 어떤지를 심층 분석한다.

한국에서 구독경제가 시작된 시점과 배경...2010년대 중반 소비 성향 소유에서 경험으로변화

과거부터 한국에는 신문·잡지 구독이나 우유 배달, 정수기 렌탈과 같은 형태로 정기 구독서비스 개념이 존재했다. 가정마다 놓인 정수기 렌탈은 오늘날 말하는 구독경제 모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독경제는 과거에는 제한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생필품에 구독경제가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에서 구독경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구독경제가 급성장하게 된 소비 환경의 변화 배경에는 MZ세대의 소비 성향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젊은 세대는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구독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해보고자 한다.

실제로 구독 모델을 이용하면 과거에 가격 부담 때문에 시도하기 어렵던 서비스나 제품도 저렴한 비용으로 경험해볼 수 있어서 소비자들은 구독을 통해 더 풍부한 경험을 얻고 있다. 이는 소비에서 경험으로소비 패러다임이 전환된 사례로, 구독경제 확산의 핵심 동력이다.

또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과 코로나19의 영향도 구독경제 성장의 중요한 배경이다. 스마트폰과 앱 기반 서비스의 보급으로 정기 결제와 배송 관리가 훨씬 간편해졌고,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같은 디지털 인프라의 발전이 구독 모델의 확산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했다.

2016년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 개시 등을 계기로 구독 모델이 다양한 산업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OTT 플랫폼, 전자상거래, 식품 배송 등으로 구독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며 현대 소비문화에 최적화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았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소비문화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구독경제에 촉진제가 되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문앞까지 배송받는 경험을 많은 소비자가 하게 되면서 구독경제는 언택트 시대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게 되었다.

구독경제 시장규모 추이...201626조원, 202040조원, 2025100조원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 약 25.9조 원 규모이던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2020년에는 약 40조 원 수준으로 커졌다. 불과 4년 사이 54.8%의 성장률을 보인 셈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로 환산하면 약 11%가 넘는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소비가 확대된 2020년에 시장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지속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 추이>

연도

구독경제 시장규모

2016

259천억원

2020

401천억원

2025

100조원(예상)

(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

위 표에서 보듯이, 불과 몇 년 만에 국내 구독경제 시장의 절대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규모도 2020년경 약 6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국내외 모두에서 구독경제가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시장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지며,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구독경제 이용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24년 구독경제 이용률은 전년 대비 3.8배 늘어났으며, 월평균 지출액은 40,5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95.9%가 하나 이상의 구독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온라인동영상 ‘OTT 서비스이용률이 90.1%로 가장 높았고, 쇼핑멤버십(83.8%), 음악 스트리밍(73.4%)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독경제 적용 사례

구독경제는 업종 구분 없이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멤버십형 정기배송형 렌털형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을 구독경제로 정의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구독경제가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와 사례를 살펴보겠다.

디지털 콘텐츠 및 멤버십 서비스

온라인동영상 스트리밍(OTT)과 음원 스트리밍은 가장 대표적인 구독경제 분야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의 OTT 플랫폼은 월정액을 받고 영화·드라마 등을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멜론, 지니뮤직 등)도 월정액 모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밖에 전자책 구독(: Millie’s 서재)이나 유료 뉴스 콘텐츠 구독처럼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서 구독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한편 멤버십형 구독의 사례로 이커머스 업체들을 들 수 있는데,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처럼 월 구독료를 내고 배송비 무료나 할인 혜택을 받는 서비스도 인기가 높다. 이러한 멤버십 구독은 엄밀히 말하면 특정 제품 제공이 아닌 서비스 제공에 가깝지만, ‘구독개념으로 분류되어 소비자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생활용품·식품 정기배송

최근에는 식품과 생필품 분야에서도 구독경제가 활발하다. 매일 또는 매주 필요한 식품을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식품 구독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예를 들어 HMR(가정간편식) 구독서비스를 통해 혼밥이 잦은 1인 가구나 바쁜 직장인들이 매일 식사를 문앞 배송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었다.

샐러드, 샌드위치, 샐러드박스부터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까지 등장해 식생활 편의를 높이고 있다. 젊은 부모들을 위해서는 아기의 이유식을 주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식품 업계 전반에 걸쳐 구독 모델이 확산하며, 신선식품의 산지 직배송이나 농산물 꾸러미 정기구독(: 제철 과일·채소 꾸러미)처럼 농축산 분야와 연계한 구독 서비스도 자리잡고 있다.

가전제품·서비스 렌탈

가전 렌탈은 한국 구독경제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온 분야로,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등의 생활가전 제품을 구매 대신 월 구독료로 이용하는 모델이다. 코웨이(Coway)SK매직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제품을 설치해주고 정기적으로 관리·필터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월 구독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가전 분야 구독이 더욱 확대되어, LG전자의 가전관리 서비스처럼 여러 가전을 묶어 일정 요금을 내면 관리받는 구독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또 통신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최신폰을 매년 교체해주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품 소유보다는 이용권 획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빌리티(자동차) 구독

자동차 업계도 구독경제를 도입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Hyundai Selection)이나 기아의 기아플렉스”, 수입차 브랜드의 구독카 서비스 등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서는 소비자가 월 단위 요금을 내고 차량을 빌려 타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반납하거나 다른 차로 바꿔 탈 수 있다. 차량 유지보수, 보험료 등이 모두 구독료에 포함되어 있어 번거로움 없이 차를 이용하려는 수요를 공략했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롯데렌탈 등 렌터카 업체들도 비슷한 차량 구독 상품을 출시해, 차량 소유에 부담을 느끼는 MZ세대나 단기 이용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에서 월 구독형 무제한 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구독 모델이 다양화되고 있다.

기타 분야

그 외에도 패션·뷰티 업계의 경우 옷이나 가방을 월정액으로 빌려주는 의류 구독 서비스(: 의류 정기대여 플랫폼)나 화장품 구독박스(매달 화장품 샘플 키트를 받아보는 서비스)가 등장해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꽃 정기구독 서비스처럼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배송받아 감성을 채우는 서비스, 도서 정기구독(매달 큐레이션된 책 세트를 배송) 서비스 등 취미·여가 분야에도 구독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구독경제는 콘텐츠, 식품, 생활용품, 자동차, 패션, 취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퍼져 있으며, 소비자들은 필요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다.

향후 구독경제의 성장 전망과 주요 트렌드

향후 한국의 구독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세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시장규모 측면에서 보면, 2025년 약 100조 원 돌파 이후에도 여러 전문기관들은 구독경제가 향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든 것이 구독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독 모델은 제품 판매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비즈니스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도 “2025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75%가 어떤 형태로든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구독 서비스가 더욱 일상화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에 힘입은 진화도 중요한 트렌드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구독서비스에 한층 정교한 개인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시청·청취 기록을 분석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고, 커머스 구독은 빅데이터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상품을 알아서 보내주는 식이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의 고도화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구독 유지율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기업들은 여러 서비스를 번들로 묶은 통합 구독을 내세우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쿠팡의 와우멤버십이나 네이버 플러스처럼 하나의 구독으로 쇼핑+콘텐츠+배송 등 복합 혜택을 주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향후 통신사들도 통신요금+콘텐츠 구독 결합 상품을 출시하거나, 금융권에서 구독료 자동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이종 업계간 제휴를 통한 구독 번들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독경제 2.0 시대라고 불릴 만한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정기배송하거나 이용권을 주는 것을 넘어서, 구독자 커뮤니티 형성, 구독 전용 한정판 제공, 멤버십 경험 강화 등으로 구독자의 로열티를 극대화하는 방향이다. 예를 들어 어떤 패션 구독서비스는 구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스타일 간담회를 열거나, 뷰티 구독 브랜드는 구독자에게만 신제품을 가장 먼저 써볼 기회를 주는 식이다.

이렇게 구독자를 우대하는 전략으로 구독경제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팬덤을 구축하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구독 피로감이라 불리는 현상이 그중 하나인데,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관리 부담이나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미국 소비자의 72%가 구독 피로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한국에서도 구독서비스가 우후죽순 늘어난 만큼 중복구독, 유령구독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필요한 구독만 취사 선택하는 구독 다이어트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기업들은 구독 해지율을 낮추기 위해 더욱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쿠팡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때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사례는, 앞으로 가격 정책의 중요성과 함께 경쟁 심화에 따른 서비스 품질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전망컨대, 한국의 구독경제는 생활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소비 트렌드로서 앞으로도 성장이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시장이 성숙해감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만이 살아남는 경쟁 국면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의 미래를 두고 수요만 있다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독과점 폐해나 소비자 피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지속 성장의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구독경제를 위해서는 기업은 합리적 가격과 꾸준한 가치 제공을, 정부는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구독경제는 한국에서 향후에도 혁신적 소비문화의 한 축으로서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하면서도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씨이오데일리-CEODAILY-시이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