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좌보다 기도를 택한 사람, 프란치스코의 고요한 혁명"
"무릎 꿇은 사랑, 침묵 속의 위로"
"닫힌 문을 여는 교회, 열린 가슴을 남긴 사람"

[C-WORLD] 세상 가장 낮은 자의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여정을 마치다 (CEONEWS=박수남 기자)
[C-WORLD] 세상 가장 낮은 자의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여정을 마치다 (CEONEWS=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그는 교황이었지만, 언제나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신발에 먼지를 묻히고 가난한 이의 마을을 걷고, 무릎을 꿇고 죄인의 고백을 들으며, 누구보다 먼저 평화의 악수를 청했던 사람.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 여정을 마쳤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골목에서 태어난 한 소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그가 훗날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마음에 남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젊은 시절의 그는 화학을 공부하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평범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신의 부름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의 삶을 바꾸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은 아시시의 성인, ‘가난한 자의 친구’ 프란치스코를 따온 것이었다. 그 이름처럼, 그는 항상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의 교회’를 꿈꾸었고, ‘닫힌 성당의 문을 열라’고 외쳤다. 바티칸이라는 권위의 중심에서도 그는 호텔에서 머물며, 검소한 식사를 택했고, 권력보다는 공감과 기도를 앞세웠다.

그의 언어는 복잡하지 않았다.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지구를 돌보십시오.” “용서하십시오.” 단순하고 짧은 말 속에 인간과 자연, 신과 사회를 껴안는 깊은 철학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덮쳤을 때, 텅 빈 성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기도하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고요했지만, 그 기도는 전 인류를 감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지 가톨릭의 수장이 아니었다. 그는 시대의 양심이었고, 약자를 위한 변호인이었다. 이민자, 기후, 빈곤, 전쟁, 성적 소수자 문제까지—종교의 경계를 넘어 그는 ‘사람’ 그 자체를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 목소리는 때로는 격렬했고, 때로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의 서거는 하나의 시대가 저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란치스코가 남긴 유산은 살아 있다. 무릎 꿇고 씻던 노숙인의 발, 자신을 끌어안던 어린 아이의 미소, 자신을 비판하던 자들을 향해 던졌던 미소 한 자락. 그는 말보다 실천으로, 명령보다 기도로 세상과 대화했다.

이제 그는 떠났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다. ‘가장 낮은 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품었던 교황’, 그가 남긴 사랑의 방식은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Requiescat in pace.
그의 영혼이 평화 속에 쉬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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