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미국이 종말 유도
트럼프 2기 시대, 세계는 다시 국경을 닫는가?

[CEONEWS=김병조 기자] 트럼프 2기 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오랜 세월 세계 경제의 무역질서였던 자유무역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무역주의가 이대로 종말을 맞을 것인지, 트럼프관세전쟁이후에 나타날 새로운 무역질서의 대안은 어떤 것들이 모색되고 있는지 심층 분석한다.

자유무역의 시작과 배경...1846년 영국 곡물법 폐지가 출발점, 1995WTO로 세계화

자유무역의 역사는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6년 영국의 곡물법(Corn Laws) 폐지로 대표되는 영국의 시장 개방은 근대 자유무역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상호 무역 확대에 나서며 자유무역 기조가 확산했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운 무역질서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며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국경을 닫았고, 이는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로 이어졌다. 이러한 교훈 속에서 1947년 미국 주도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출범했고, 1995WTO(세계무역기구)로 확대 개편되며 자유무역은 전 지구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수십 년간 자유무역주의는 거의 도전받지 않는 신념으로 간주되어 왔다. 중국과 동남아의 급부상, 선진국의 저비용 소비자 혜택, 다국적 기업의 급성장은 모두 이 자유무역의 토양 위에서 피어난 결과물이었다. 자유무역의 특징은 관세 인하 및 비관세장벽 제거와 국가 간 시장 개방과 다자간 무역협정 활성화다. NAFTA, EU 단일시장, TPP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유무역의 성과와 그림자...경제 성장 이끌었으나 무역 불균형·불공정도 초래

자유무역은 4가지의 주요한 성과를 거뒀다. 먼저,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무역 확대는 전 세계 GDP 성장의 주요 엔진 역할을 해왔다. 둘째,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켰다. 다양한 국가의 상품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했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거점을 전 세계에 분산,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형성했다. 넷째, 개발도상국의 성장 기반이 되었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이 자유무역을 발판으로 급성장했다.

이처럼 자유무역이 세계를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그림자 또한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균형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국 내 제조업이 쇠퇴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의 경우 자유무역의 수혜국이면서도 WTO 규범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기술 강제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불만은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정치적 에너지로 바뀌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의 백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자유무역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무너지는 신념, 흔들리는 세계...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전쟁본격화

이처럼 21세기 세계 경제의 뼈대는 자유무역이었다. WTO 체제가 지탱해온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히 엮었고, 국경을 초월한 기업 활동은 세계 경제의 엔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유무역주의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관세의 귀환이라는 키워드가 세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1기 행정부 시절 대중(對中) ‘관세전쟁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웠고, 2기 정부에서는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종말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인가. 지금 세계는 중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 추진 배경과 현재의 진행 상황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더욱 강화하며, 대외 관세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유무역 질서를 위협하며,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글로벌 무역 파트너들과의 마찰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이자 경제 파트너로서,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 그에 따른 산업별 대응과 외교적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추진 배경...미국의 무역적자와 불공정 무역 관행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미국의 무역적자가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1기 정부 당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비롯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자동차 관세 위협,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 조치 등 다양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대부분 조치는 2기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 2024년 대선 과정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멕시코에는 100%, 기타 모든 국가에는 일괄 10~20%의 관세 부과를 공약하며 더욱 강력한 무역 재편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진행 상황...국가별 보복 관세, 90일간 발효 유예

20251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경제 독립 선언"을 선포했다. 미국 시장 접근을 '특권'으로 규정하며 보복적 관세 추진을 시사했다.

이어 2월에는 국경안보 및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25% 전면 관세,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210일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예외를 전면 철회하고.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25% 적용. 파생 제품 253종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

3월에는 WTO 예산 납부를 중단하고, 디지털세 부과국(프랑스, 캐나다 등)에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42일에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했다.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의 기본관세 부과, 그리고 국가별 보복관세 적용을 발표했는데, 한국에는 약 26%의 보복관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49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한 보복관세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10% 수준으로 일시 완화된 상태에서 유예기간 동안 협상 추진 중이다.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의 위기...자유무역의 종말인가, 새로운 질서의 시작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는 단순한 미국 국내 정책에 그치지 않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되고 있다. 이 절에서는 이러한 관세정책이 국제 무역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며,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 여부와 함께 어떤 새로운 대안적 무역질서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다자간 무역질서의 약화...WTO 무력화

미국은 20253월 세계무역기구(WTO)의 재정 기여 중단을 선언하며, WTO 제도 전반을 사실상 무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미 2019년부터 미국은 WTO 분쟁 해결기구(상소기구)의 판사 임명을 거부하며 WTO의 분쟁 해결 기능을 마비시킨 바 있다. 이번 재정 중단 조치는 그 흐름을 더욱 심화시키며, WTO 체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다자주의 질서의 중심이었던 WTO 체제가 더 이상 미국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이는 무역 규범의 법적 구속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

보복관세의 확산...전 세계적 무역장벽 상승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장벽을 철폐하면 미국도 철폐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결과는 관세 보복의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이에 추가로 50%를 더 얹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상호 관세율은 무려 104%에 달하는 상황이 되었다.

유럽연합(EU) 및 일본 역시 자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은 세계 각국의 관세율 전반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계 대공황 시기의 1930년대식 무역 블록화 시나리오로 회귀하는 모습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났는가?

전통적인 의미의 자유무역(관세 철폐, 비차별주의, 다자 규범 기반)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으며, 유럽, 중국 역시 부분적인 보호무역과 전략적 산업 보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무역질서는 전면적인 자유무역으로 회귀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대안적 구조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로운 무역질서의 대안들

지역 중심의 블록 무역 체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역 간 경제블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미국이 빠진 TPP를 계승한 형태로, 일본·호주·캐나다 등 11개국이 가입했고, 최근에는 영국이 신규 가입했으며, 한국도 가입을 검토 중이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는 중국, 한국, 일본, ASEAN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 블록으로 관세 장벽은 낮지만, 규범 수준도 낮다.

··FTA는 한국·일본·중국 3국이 4월부터 조기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재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의 교역 악화에 대비한 아시아 블록 통합 전략으로 해석된다.

EU는 남미(Mercosur), 인도, 아프리카 등과 신규 FTA 추진 중이며,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다자 자유무역이 아니라 지역 내 자유무역 + 대외 보호무역구조로 세계 무역이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자 협정 중심의 관리형 무역 (Managed Trade)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협정보다는 양자협정(1:1 협상)을 선호하며, 무역 흑자·적자 등 특정 지표에 따른 관리형 무역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산 LNG를 일정량 수입, 자동차 안전기준을 완화,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등을 약속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낮춰주는 구조다. 이는 1980년대 일본과의 수출 자율규제(VER)와 유사한 형태이며, 전통적인 WTO 비차별 원칙과 충돌하지만, 실용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 통상·서비스 분야로의 무게 중심 이동

물리적 상품이 관세 장벽에 봉착하면서, 서비스 및 디지털 콘텐츠 무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K-콘텐츠 등은 물리적 국경을 넘나들며 무역이 가능하다. 미국은 1기 트럼프 정부 당시 디지털 무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협정(·일 디지털협정 등)을 체결했으며, 한국 등 디지털 선진국도 디지털 경제 동반자 협정(DEPA)’, OECD 디지털세 협상 등에 참여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무역의 중심은 재화의 교역에서 데이터·서비스의 교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프렌드쇼어링’)

미국은 안보 동맹국, 전략적 파트너국에 대해 우호적 관세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일본과의 관계를 매우 좋다며 예외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베트남, 필리핀 등은 자국의 미국산 수입 확대를 선언하며 관세 감면을 노리는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신냉전 체제의 경제 블록화와 맞물려, 향후 글로벌 공급망이 우방국 중심(친미)”비우방국 중심(중국·러시아)”으로 양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협상 방향 시나리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국내 정치, 외교 협상,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시나리오 1 - 협상 타결 및 점진적 완화

90일 유예기간(20254~7) 동안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미국의 요구사항(시장 개방, 수입 확대 등)을 수용하고, 미국이 이에 따라 관세율을 기본 10% 수준으로 낮추거나, 자동차 등 민감 품목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 이는 정치적 부담 없이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트럼프의 속성과도 부합한다.

시나리오 2 - 협상 결렬 및 전면 무역전쟁 확대

유예기간 종료 후(7월 이후)에도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은 전체 관세 부활 및 추가 관세 부과를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복 조치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 발생한 수 있다. IMF, 세계은행 등이 2025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하고, 한국은 성장률 1%대로 하락할 것이며, 일부 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해질 것이다.

시나리오 3 - 미국 내 정치 요인에 의한 정책 수정

미국 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제조업 수출기업의 반발이 잇따르고, 공화당 내부의 이견 확대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 일부 후퇴하거나,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정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나리오 4) - 자유무역체제의 구조적 재편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 기후 관련 그린무역 협정, 산업별 블록별 다자 규범 도입 등을 통해 ‘21세기형 자유무역 질서로의 전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망과 결론

향후 90일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구조적인 전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핵심 수출 산업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외교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유무역의 종언을 선언하기엔 이르지만, 전통적인 글로벌 무역체계는 이미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통상, 역내 무역협정, 산업 내재화 등의 전략을 통해 이 새로운 질서에서 생존과 성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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