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시장을 주도하는 bhc, BBQ, 교촌치킨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선두 경쟁의 승자는?
[CEONEWS=김병조 기자] 우리나라에 치킨 프랜차이즈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7년 <림스치킨>부터다. 그 후로 48년간 수많은 치킨 브랜드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2025년 6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치킨 브랜드만 613개나 된다. 그야말로 치킨 춘추전국시대다.
그 많은 치킨 브랜드 중에서 오랜 기간 빅3로 3두 마차의 위치에 있는 브랜드가 <교촌치킨>, <BBQ>, <bhc>다. 이들 빅3 브랜드의 치열한 선두 다툼의 역사를 짚어본다.
한국에서의 치킨 역사
치킨(fried chicken)은 토막 낸 닭고기에 밀가루나 전분 등을 묻혀서 끓는 기름으로 튀긴 닭고기 요리다. 토막을 내지 않고 통째로 기름에 튀긴 우리나라 전통 닭고기 요리 ‘통닭’과는 구분된다. 또 조선시대에 토막 낸 닭고기 요리 ‘포계’라는 것도 있었지만, 조리법을 보면 포계는 닭고기를 기름으로 튀긴다기보다는 기름으로 들들 볶는다는 느낌이 강해 치킨과는 차이가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백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닭고기 부위들을 가져다가 튀겨먹은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후라이드치킨은 해방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1971년에 해표 식용유가 한국 최초로 출시되면서 이전까진 귀한 재료였던 기름의 양산 여건이 갖춰졌고, 이에 1977년 한국 최초의 프라이드 치킨집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에 개업했다.
1979년에는 롯데리아에서 조각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들어 영세규모의 프라이드 치킨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1984년 두산을 통해 KFC가 서울 종로구에 들어왔다. 당시 KFC의 치킨 가격은 비쌌지만, 청춘들의 미팅 장소로 각광을 받으며 특유의 매콤하고 기름진 맛이 차츰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5년 대구의 <계성통닭>과 대전의 <페리카나>에서 양념치킨을 선보이며 이른바 한국형 치킨의 시대가 열리고,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을 섞어서 판매하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시대를 열었다.
이후 치킨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다. 멕시칸치킨(1986년), 처갓집 양념통닭(1988년), 이서방 양념통닭(1989년), 멕시카나(1989년), 사또치킨(1991년), 교촌치킨(1991년), BBQ(1995년), 네네치킨(1999년), 호식이 두 마리치킨(1999년( 등이 줄줄이 등장해 치킨 열풍을 이어갔다.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빅3 브랜드
2025년 6월 현재 613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 지난해 연말 개별기준 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는 브랜드는 8개다. bhc가 5,127억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BBQ가 5,032억원으로 2위, 교촌치킨이 4,565억원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빅3와 그 다음 주자들 간에는 차이가 많이 난다. 굽네치킨이 4위를 달리고 있지만 3위인 교촌치킨과는 매출이 2,276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굽네치킨에 이어 60계치킨이 1,642억원, 처갓집양념치킨이 1,449억원, 푸라닭 1,384억원, 노랑통닭 1,0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치락 뒤치락 하는 빅3
빅3 중에 지금은 bhc가 매출 1위지만 2021년까지는 교촌치킨이 1위였다. 교촌치킨은 2013년까지 1위였던 BBQ를 2014년부터 따돌리고 1위 자리에 올라선 이후 2021년까지 8년간 왕좌를 지키다가 2022년에 bhc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2023년부터는 2위 자리도 BBQ에 빼앗긴 상태다. 빅3 브랜드의 1위 다툼 변곡점은 다음과 같다.
올리브치킨으로 1위를 선점한 BBQ
빅3 중에 가장 먼저 두각을 보인 브랜드는 BBQ다. 1995년에 첫선을 보인 BBQ는 창업자인 윤홍근 회장의 저돌적인 성향에 맞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 2004년에 이미 1,800호점을 돌파한 BBQ는 2005년에 올리브오일로 튀긴 ‘올리브치킨’을 개발해 주목을 받는다. BBQ는 이를 자칭 ‘치킨혁명’이라고 한다.
승승장구하던 BBQ가 마지막으로 1위 자리를 지키던 2013년의 매출액은 1,752억원이었다. 그리고 그해 2004년에 약 30억원에 인수했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1,300억원에 매각한다. 이듬해인 2014년 매출 1,913억원을 달성했지만 2,279억원을 달성한 교촌치킨에 1위 자리를 빼앗긴다. 그리고 한솥밥을 먹던 bhc와도 경쟁관계가 된다.
허니시리즈로 BBQ를 제친 교촌치킨
빅3 중에 창업 시점은 교촌치킨이 가장 빠르다. 1991년 3월 경북 구미에서 1호점을 오픈했다. 지방에서 시작한 탓도 있지만,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스타일이 BBQ 윤홍근 회장처럼 공격적이진 않다. 경영철학까지 ‘정도경영’이니 후발 업체인 BBQ에 줄곧 선두 자리를 내어준 상태였다. 그러다가 2014년에 매출 2,279억원을 올려 1,913억원에 그친 BBQ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1위 자리를 2021년까지 8년간 유지했다.
교촌이 1위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2010년에 출시한 ‘허니시리즈’ 메뉴 덕분이다. 원래 교촌은 간장 베이스의 짭짤한 맛으로 성인들의 술안주로 선호되던 치킨이었다. 그런데 아카시아꿀을 첨가한 달콤한 치킨으로 허니 열풍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고객층이 젊은층으로 확대된 것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주)는 2020년에 외식업계에서는 최초로 주식시장에 직상장하는 기업이 되었다.
자본력과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쟁사 따돌린 bhc
2013년에 미국계 사모펀드가 BBQ로부터 인수한 bhc는 두 가지 점에서 경쟁사인 교촌치킨이나 BBQ와는 다르다. 자본력과 전문경영인 체제다. 치킨에 관한 한 가진 게 돈밖에 없는 bhc 전주(錢主)들은 경영을 BBQ에서 근무했던 삼성전자 출신 박현종씨에게 맡겼다. 박현종씨의 첫 작품은 2014년 톱스타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이었다.
자본력과 대기업 근무 경력이 있는 CEO의 경영혁신, 게다가 인기 높은 모델 덕분에 bhc는 2016년에 친정인 BBQ를 누르고 2위로 도약한다. 2013년 인수 당시 매출 기준 업계 7~8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그리고 2019년에 매출 3,186억원으로 3천억원을 돌파한 뒤 3년 뒤인 2022년 매출 5천억원까지 돌파하며 교촌치킨을 따돌리고 최초로 업계 1위에 등극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아,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빅3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다. 먼저 업력이 가장 오래된 교촌치킨은 창업주가 직접 1호점을 운영하면서 시작한 브랜드여서 기초가 탄탄하다. 특히 본사보다는 가맹점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업구조가 큰 장점이다. 그러나 권원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회사가 많이 망가졌다. 그래서 권원강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를 했는데,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지가 1위 탈환의 관건이다.
BBQ는 치킨을 대중화시킨 주역으로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문제는 윤홍근 회장의 독특한 캐릭터로 인한 기업문화와 그로 인한 회사 이미지다. 나서길 좋아하고,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 말하자면 오너리스크가 상존한다는 것이 BBQ의 약점이다. 기업의 이미지 쇄신 여부가 BBQ의 향후 전망을 점치는 가늠자가 될 듯하다.
bhc는 젊은 고객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발 빠른 신메뉴 개발 등 시장 적응 능력이 탁월하다. 또 자금력을 활용한 다양한 업종의 M&A가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문제는 전주(錢主)인 사모펀드의 경우 성격상 언젠가는 막대한 이익을 챙겨 떠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도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엄청난 영업이익을 챙겨가고 있는데,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고 나면 ‘먹튀’ 할 것인지 여부가 bhc의 미래 운명를 결정지을 것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보면 그러하지만, 결국 그들의 운명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어느 브랜드가 맛과 가격은 물론이고, ESG경영으로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될 것인가가 승착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