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 전망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CEONEWS=김병조 기자] 8월 29일 미국 2심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대통령의 긴급 권한)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5월 28일 1심인 국제통상법원(CIT)에 이어 2심에서도 불법 판결이 남에 따라 남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9월 4일 “행정부가 상호관세 소송에서 지면 미국이 한국 등 다른 나라와 체결한 무역 합의가 무효로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법원을 압박했다.
이에 향후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시나리오별로 전망해보고,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양을 미칠지도 분석해본다.
▲2심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미국 2심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IEEPA가 대통령에게 “규제(regulate)” 권한은 부여하나,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2심 법원은 대법원 상고를 허용하기 위해 2025년 10월 14일까지 판결의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2심 법원이 상호관세를 불법으로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월 4일 백악관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에서 관세 소송에 대해 “내가 본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해질 기회가 있지만, 우리가 그 사건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질 수 있다”면서 행정부의 승리를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다른 나라들이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했지만, 관세 덕분에 대응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대법원에서 승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에 대해 설정한 상호관세의 세율을 인하해주는 대가로 무역 합의를 도출해 낸 터에, 그 합의의 기반인 상호관세가 법원의 결정으로 무효화할 경우 각국과의 무역 합의도 무효화할 수 있어서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29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도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의 무역 협상에 지장을 주고 상대국의 협상 지연이나 보복 관세를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상고 및 일정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가진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회담 도중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고장과 함께 신속 심리를 요청하는 동의서도 제출했다.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신속히 진행해 11월 첫쩨 주에 구두변론이 열려 관세 합법성에 대한 최종 결론을 가급적 빨리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에 함께 제출된 진술서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의 중요한 협상이 무산되고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이익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6년 초에는 최종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법률 관련 매체들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내년 여름 전까지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미국 대법관 9명 중 공화당 지명 대법관이 6명으로 보수 성향이 다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에도 이민정책, 군 복무 제한 등에 있어 대법원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IEEPA에 명시되지 않은 관세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major questions doctrine(미국 헌법상 중대한 국가 정책 결정은 반드시 의회가 명확히 위임해야 한다는 원칙)에 저촉된다는 비판도 강하다.
해당 관세가 무효화 되면, 정부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기업에 환불 해야 할 수 있으며, 이는 재정적 타격과 함께 기업들의 소송, 불확실성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역협정 자체가 “상호관세”를 전제로 맺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관세의 법적 효력이 무력화되면 EU, 한국 등과의 무역 합의 무효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좌우할 요소
(1) 법리적 측면
Major Questions Doctrine(중대질문 원칙)에 의해 최근 대법원은 행정부의 광범위한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입장을 강화해왔다. “경제와 국가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은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는 위헌 판정 가능성이 크다.
IEEPA 해석에 대해서는 법 조항상 “수출입을 규제(regulate)”할 수 있다는 표현은 있지만, 이를 ‘관세 부과’로 확장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하급심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법원이 특별한 새로운 해석을 하지 않는 이상, 기존 판결을 뒤집기 쉽지 않다.
(2) 정치적·구성적 측면
대법원은 현재 보수 6명, 진보 3명 구도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행정부 권한 확대에는 제약적이지만, 동시에 국가안보나 대통령 권한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폭넓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즉, 보수 대법관 내부에서도 견해가 갈릴 수 있는 사안이다.
(3) 정치·경제적 파장
만약 대법원이 관세 무효를 확정한다면, 정부는 수십억 달러 환불 압박을 받게 되고, 이미 체결된 무역협정이 무효화될 수 있다.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되므로, 대법원이 이를 고려해 판결 시기를 늦추거나 절충적 해석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판결 전망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IEEPA 기반 관세를 인정할 가능성은 일정 정도 존재하지만, 법리적·헌법적 한계, 그리고 경제적 파장, 국제적 무역 계약의 안정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2026년 초까지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 판결이 연방 순회법원의 판단을 뒤집는다면 트럼프 측이 승리하게 되고, 관세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유지된다면 대규모 환불, 무역 불안, 계약 무효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
전면 패소 가능성이 법리적으로 우세하지만, 국제 경제·정치적 고려로 인해 부분 승소(절충안)가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
결국, 법리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대법원도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Major Questions Doctrine을 최근 강화해온 흐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를 감안한다면 보수 다수 대법원이 국가안보 논리를 들어 트럼프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일부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 승소는 어렵고, ‘관세 권한 일부 제한적 인정’ 같은 절충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흐름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서도 불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패소 가능성이 우세)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판결 결과가 경제·정치적 충격과 직결되기에 대법원이 “전면 무효” 대신 “부분적 인정”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가지 시나리오별 경제적·정치적 파급효과
(1) 트럼프 행정부 전면 승소 (관세 합헌 전면 인정)
대법원이 대통령의 권한을 폭넓게 이전해 관세를 전면 합헌으로 판단하는 경우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존에 부과된 관세가 모두 유효하게 되고, 기업들의 환급 청구 가능성은 사라진다. 또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돼 수출입 기업들은 당분간 현행 관세 구조에 맞춰 경영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구조가 유지되며, 미국 내 물가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
정치적 파급효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강화된다. 대통령의 무역·안보 관련 재량권이 대폭 인정돼 향후 ‘관세를 외교·안보 수단’으로 더 적극 활용할 여지가 열린다. 반면 입법부의 ‘관세 결정권’이라는 헌법적 전통이 사실상 무력화되며, 행정부와 의회의 권한 충돌이 심화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일방적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경우, EU·중국·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산 철강, 자동차, 반도체 부품 등이 기존 관세 체제 아래 그대로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확대” 혹은 “우회 수출 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2) 트럼프 행정부 전면 패소 (관세 전면 무효)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고, 관세 자체를 무효로 보는 시나리오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기업에 돌려줘야 하는 대규모 환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행정적 혼란을 초래한다. 또 무역 규제의 갑작스러운 완화로 글로벌 교역 질서가 재편되며, 공급망에 큰 파동이 생길 수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반면에 관세 철폐로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정치적 파급효과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IEEPA 권한을 제한함으로써, 앞으로 행정부의 긴급권 사용이 제약된다. 반면 ‘관세 결정은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원칙이 재확인돼 의회의 권한이 강화된다. 이는 미국 헌정질서에서 권력 분립을 명확히 하는 효과를 낳는다. 더불어 외교적 긴장도 완화된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무역 일방주의’가 제동 걸린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제 무역 질서 안정성이 회복될 수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수출기업이 즉각적인 수혜를 본다. 특히 자동차, 가전, 철강, 화학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회복되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 관세 철폐로 인해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의 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미국 내 정치적 혼란이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이 단기적 정책 불확실성에 다시 노출될 수 있다.
(3) 부분 승소 (일부 관세 인정, 일부 무효)
대법원이 일부 관세만 인정하거나 제한적인 조건부 합헌 결정을 내리는 경우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특정 품목이나 시기별 관세만 무효화되어 일부 기업은 환불을 받지만, 전체적 충격은 전면 패소보다는 작다. 기업들은 어떤 관세가 지속되고 어떤 것이 철폐되는지에 따라 대응 전략을 달리해야 하는 복잡성이 증가해 부분적 불확실성이 생긴다. 또 일부 품목 가격은 낮아지지만, 다른 품목은 기존 관세가 유지되어 시장에 혼재된 영향을 줌으로써 가격 안정과 불안정이 혼재하게 된다.
정치적 파급효과는 대법원이 대통령 권한을 전면 부정하지 않고, 특정 조건에서만 허용한다면 ‘정치적 타협’의 의미가 있다. 의회와 행정부 간 힘의 균형이 조정된다. 양측 모두 일정 부분 권한을 인정받음으로써 향후 입법·행정 간 협상력이 달라진다. 외교적 협상 카드도 유지된다. 미국이 일부 관세 권한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통상 협상에서 협상력이 남아 있게 된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대상 품목이 축소되면 일부 한국 기업들은 수출 회복 기회를 얻지만, 여전히 특정 산업(예: 철강, 배터리 원재료)은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맞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품목별 차등화된 전략—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반도체는 미국 투자 강화, 철강·조선은 동남아 생산기지 활용—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관세 적용 여부에 따라 경영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미 1심과 2심 법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미국 경제와 국제 통상 질서,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법리적으로는 대법원도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전면 패소 가능성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 정치·경제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부분 승소, 즉 절충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다.
한국은 이번 판결의 방향과 무관하게 대미 시장 다변화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책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대법원의 한마디가 한국 수출 기업의 미래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