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한 정치 신인의 위험한 선택: ‘현대차 공장 신고’는 계산된 쇼였나
‘조지아의 기적’을 겨눈 총구: 4만 개 일자리 위협한 토리 브래넘의 이율배반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외교 참사: 동맹의 뒤통수를 친 ‘애국자’의 민낯
심판대의 토리 브래넘: 그녀는 왜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는가

토니브래넘(Tori Branum) 2024년 조지아주  상원 공화당 예비선거 낙선인 (CEONEWS=박수남 기자)
토니브래넘(Tori Branum) 2024년 조지아주  상원 공화당 예비선거 낙선인 (CEONEWS=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는 거대한 혼돈에 휩싸였다. 국토안보수사국(HSI)을 필두로 FBI, DEA 등 연방 기관 요원 수백 명이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건설 현장을 급습했다.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프로젝트 현장은 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단일 현장 단속으로는 HSI 역사상 최대 규모인 475명이 체포되었으며, 대다수는 핵심 동맹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이 거대한 작전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고도의 정보 분석이나 내부 고발자의 양심 선언이 아니었다. 범인은 뜻밖에도 스스로 커밍아웃했다. 불과 몇 달 전 주 상원의원 공화당 경선에서 참패한 무명의 정치인,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이었다.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트럼프 행정부에 제보했고, 기분이 좋다"며 "불법체류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표면은 '불법 이민자 단속'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개인의 뒤틀린 정치적 야망과 이념적 모순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토리 브래넘의 ‘현대차 공장 신고’는 과연 그녀가 주장하는 애국적 신념의 발로였을까, 아니면 선거 패배로 인한 좌절감을 만회하기 위한 위험천만한 정치적 도박이었을까. 사건의 본질은 후자에 가깝다.

좌절한 정치 신인의 위험한 선택 ‘현대차 공장 신고’는 계산된 쇼였나

토리 브래넘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녀가 공들여 쌓아 올린 이미지와 냉혹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해병대 복무(1996~2004) 경험을 바탕으로 "명예, 용기, 헌신"을 실천하는 인물로 포장했다. 총기 사업체를 운영하며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유권)를 신봉하고, 기성 정치권(RINO)을 비판하는 '진짜 보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2024년 5월 주 상원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그녀는 현역 의원에게 23.4% 대 76.6%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참패했다. 이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지역 공화당 지지층으로부터 받은 정치적 사망 선고에 가까웠다. 브래넘이 내세운 가치와 이념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주목할 지점은 그녀가 패배 직후 2026년 연방 하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선거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음을 확인한 그녀에게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 극단적이고 과시적인 '한 방'이 필요했다. ‘현대차 공장 신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이는 선거 패배라는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 극우 지지층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지아의 기적’을 겨눈 총구...4만 개 일자리 위협한 토리 브래넘의 이율배반

브래넘의 선택이 치명적인 이유는 그녀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메타플랜트가 조지아 경제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총투자액 126억 달러,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 4만 개에 달하는 '조지아의 기적'으로 불린다. 주 정부는 이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 18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브래넘은 선거운동 내내 "실패한 경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녀의 실제 행동은 조지아 경제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을 멈춰 세우고 수만 개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는 명백한 자기모순이자, 자신이 속한 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다.

더욱 교묘한 지점은 이 공격이 공화당 주류를 향한 내부 총질이라는 점이다. 메타플랜트는 켐프 주지사의 최대 치적이다. 'RINO 척결'을 외치던 브래넘이 이 프로젝트를 타격한 것은, 연방 권력을 이용해 주류 공화당의 리더십을 흔들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당내 분열 책동에 가깝다. '미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은 조지아주의 장기적인 번영을 파괴하는 행위 앞에서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아마추어리즘이 부른 외교 참사... 동맹의 뒤통수를 친 ‘애국자’의 민낯

토리 브래넘의 근시안적인 행동은 태평양 건너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에 즉각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정부는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투자 기업과 국민의 권익 보호를 강력히 요구했다. 가뜩이나 관세 및 투자 문제로 민감한 협상이 진행 중이던 시기에 터진 이번 사태는 한미 간의 신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했다.

이 사건은 브래넘이 연방 공직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부적격한 인물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녀는 국제 무역과 외교 동맹이 얽힌 복잡한 사안을 단순히 '불법체류자 추방'이라는 국내 정치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단했다. 동맹국과의 관계 악화라는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무지함은, 그녀의 애국심이 얼마나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지를 보여준다.

인도주의적 비용 또한 막대하다. 체포된 475명의 노동자들은 중무장한 연방 요원들에게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구금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이들로, 통상 민사 제재 대상이 될 사안을 군사 작전처럼 처리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개인의 정치적 야망이 수백 명의 삶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것이다.

심판대의 토리 브래넘...그녀는 왜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는가

그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의 심장을 쐈고, 국가에 헌신한다며 동맹 관계를 훼손했다. 명예를 내세웠지만, 그녀의 행동은 선거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기회주의적 술수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한 정치인이 ICE에 신고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선다.

이는 ‘선거에서 참패한 한 정치인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주의 경제를 사보타주하고 국제 분쟁을 일으킴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공직에 근본적으로 부적합함을 스스로 증명한’ 이야기다. 토리 브래넘의 ‘도박’은 결국 그녀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 한 정치 아마추어의 치명적인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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