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X 네이버, 그리고 알고리즘과 미디어의 미래
[CEONEWS=박수남 기자] 미디어는 인간의 본능을 반영한다. 먹기 위해 음식이 있고, 자기 위해 집이 있으며, 춥고 덥지 않기 위해 옷이 있는 것처럼, 소통이라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이 바로 미디어다. 구석기 시대 동굴의 벽화나 디지털 공간의 텍스트 바이트도 본질은 같다. 다만 그 성분은 시대와 역사를 거치며 양태를 달리했다. 동굴 벽화 속 '패임과 덮임'은 종이 안의 잉크가 되었고, 이제 그것은 디지털 플랫폼 속에 데이터 다발로 변모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현재 디지털 미디어는 AI라는 옷을 입으며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창기다.
지금 레거시 미디어가 주목하는 AI의 요소는 생산성이다. 콘텐츠 제작에서 AI는 분명 미디어 환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표피적인 부분이고, 미디어의 '환경적 측면'일 뿐이다. AI 시대의 도래는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의 지각을 바꿀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 핵심 키워드는 '알고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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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네이버는 미디어의 빅브라더(Big Brother)다. 불평을 털어놓든, 반기를 들든, 혹은 절대적 충성을 맹세하든, 현재 미디어 시장을 좌우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절대 권력은 네이버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은 공간이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이 콘텐츠이며, 이 콘텐츠를 배열하고 노출시키는 질서가 알고리즘이다. 대한민국에 비유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플랫폼 공간이 있고, 이를 채우는 문화, 경제, 정치, 사회라는 콘텐츠들이 있으며, 그 질서를 유지하는 법률이 네이버의 알고리즘인 셈이다. 이처럼 알고리즘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 키워드다.
포털의 알고리즘 하나가 여론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드루킹 사태가 좋은 예다. 그들의 어뷰징은 원시적이었지만, 엘리트 정치인마저 원시적인 어뷰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네이버 알고리즘의 수혜였다. 댓글 작업이라는 촌극을 벌이며 얻고자 했던 가치는 여론 조작이었지만, 냉소적으로 보자면 네이버 알고리즘이 마련한 판 위에서 그들은 춤을 추었을 뿐이다. 만약 드루킹이 알고리즘에 집중했다면, 노출된 정치 기사 하나하나에 댓글 폭탄을 투하하는 것보다, 네이버 1페이지에 정치 관련 콘텐츠가 노출되는 각 영역을 자신들의 목적을 담은 콘텐츠로 도배해 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알고리즘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기능이 폐지된 이유 또한 이러한 폐해 때문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관심 없는 이슈를 다수에게 공론화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과 미디어의 미래
미디어는 다를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이른바 정통 언론이라 불리는 매체들도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트래픽은 미디어의 자랑스러운 자산이자 생계수단이자 권력의 지표가 되었다. 이로 인해 네이버라는 플랫폼은 이제 미디어들이 갖추어야 할 정식 유니폼이 되었고, 유니폼이 없는 선수는 경기에서 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력 여하를 막론하고, 네이버 유니폼이 없는 선수는 경기에서 관중을 만날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알고리즘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그 바탕은 일방적인 검색과 콘텐츠 노출이 아니라, 검색 의도와 목적까지 파악해 제공하는 AI만의 알고리즘이다. 현재까지는 동일한 검색어가 동일한 콘텐츠를 노출한다. 그러나 AI 시대의 알고리즘은 같은 검색어라도 각기 다른 콘텐츠를 노출한다. 지금까지 네이버 뉴스 카테고리에 생성·누적된 수많은 보도자료는 검색 로직에 따라 배열되어 있으며, 이 배열 순서는 검색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사용자 니즈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결과 노출이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100명이 '삼성'이라는 두 글자를 입력해도 검색 결과는 100가지 경우의 수를 가질 수 있다. 유사 보도자료의 범람은 미디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며, 검색자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의해 양질의 콘텐츠로 판단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검색자의 의도와 목적을 반영하기 위해 매체의 밸류보다는 검색자의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는 획일화된 보도자료는 사장되고, 다양하고 전문화된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될 것이다. 이는 AI 시대, 알고리즘이라는 질서에 의해 바뀔 미디어 지각의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AI 시대는 미디어 지각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다음에는 쳇지피티와 그록과 같은 AI의 등장, 그로 인해 변화될 미디어의 양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